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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의 유령 ‘친일파’와 ‘일본’

해마다 반복돼온 역사의 정치적 이용과 정치적 부관참시(剖棺斬屍)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과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예외 없이 등장한 화두가 있다. 바로‘친일’ 논쟁이다. 크고 작은 선거, 주요 공직자 임명 때마다 지겹도록 반복되며 제기되는‘일본’과의 연결고리가 이번에도 불거져 나왔다. 여기에는 여, 야의 구분도 좌, 우의 구분도 없다.

먼저 비판을 받은 것은 나경원 의원의 2004년 자위대 행사 참석이었다. 2004년 당시에도 네티즌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것이 7년이 지난 2011년 다시 등장한 것이다. 만약 나경원 의원이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어도 7년 전의 그 얘기가 다시 거론되었을까? 그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에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일본의 이미지로 덧칠을 하려는 사람들이 나온 것이다. 2004년 이후 잠잠했던 이야기가 서울시장 출마를 앞두고 뜬금없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 그것에 대한 반증이다.

진위 문제가 엉뚱하게 역사문제로

반면 박원순 후보는 집안의 내력과 병역문제의 불투명성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 중 하나는 작은할아버지가 1941년‘사할린에 강제로 끌려가 징용’되었다는 부분이었다. 1941년 징용되었다는 설명에 대해 한나라당 쪽에서‘징용이 아니라 자발적 이주’라는 비판과 함께‘1937년 이미 사할린에 거주했다는 증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갑자기 이번에는‘강제동원의 시기’가 문제가 되었다.

박 후보가 거짓말을 했는가 안 했는가의 문제가‘사할린으로 건너간 시점’을 자발적 이주시기로 볼 것인지, 강제성 있는 징용의 시기로 볼 것인지의 역사문제로 변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사람들은‘그 시기에 강제징용이 없었다는 일본 측 말을 인정한다는 말인가’라며‘강제성 문제 제기=일본 우파의 주장’이라는 식으로 민족주의적 감정을 건드리며 문제제기 자체를 친일논쟁으로 몰고 갔다.

사실 자발적으로 건너갔는지, 강제로 끌려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박 후보의 설명에 거짓이 있었는가 없었는가이다. 박 후보의 작은할아버지가 자의로 사할린으로 건너갔다 해도 그것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당시 국내 농촌에서는 생활고 때문에 만주나 일본으로 건너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비록‘강제가 아니었던 시절’이 아니라고 해도 그것 때문에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박원순은 왜‘강제로 끌려갔다’고 했는가

하지만 여기서 하나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강제성이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왜 박원순 후보 측에서는‘징용’이란 단어를 사용했는가에 대해서다. 그것은‘자발적 도일’혹은‘지원해서 일하러 간 사람들’에 대해 한국 사회가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통치기의 조선 백성 중에는 자원해서 일본군에 들어간 사람도 있고, 자원해서 일본의 탄광에 간 사람들도 있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그런 사실은 철저히 외면한 채 오로지‘강제적 징용’으로만 해석하려 해왔다. 그래서‘지원해서 갔다’라고 하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고, 박 후보도 그런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일본에 넘겨버리며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온‘일본’

가족 중‘빨갱이’전력을 가진 인물에 대한 담론은‘시대착오적인 비열한 연좌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만,‘친일파’전력에 대한 담론은 한국사회에서 여전히‘역사 바로 세우기’로 취급받는다. 뿐만 아니라 정적(政敵)에 대해‘친일파의 아들, 딸’이라는 낙인은 쉽게 찍으면서도 자신의 조상의 친일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다가 역풍을 맞았던 사례들을 생각하면 일본을 소재로 이용한 네거티브 공세의 정치적 이용이 금방 사라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과거 오마이뉴스는 ‘광복절 경축식에 울려 퍼진 친일파의 노래’(2009년 8월15일자 기사)에서 정부 행사에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인 김동진의 노래‘내 마음은 호수요’가 울려 퍼졌다며 현 정부를 호되게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불과 며칠 후 김대중 대통령 사망(2009년 8월18일)시 분향소에 울려 퍼진 노래‘선구자’에 대해서는 아무도 비판을 하지 않았다.‘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과 작사가 윤해영이 모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현실을 보고 친일인명사전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과민한 반응일까?

정치적 의도의‘일본’이용은 접어야 할 때

내년에는 대선이 유권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사회에서 최근까지 친일파 논쟁의 중심에 있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씨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선거에 참가하는 모든 후보 진영은 네거티브 공세는 하지 않겠다며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겠지만 내년에도 분명 어느 한쪽에 의해 친일, 부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진흙탕 싸움은 이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사회가‘빨갱이’와 더불어‘친일파’라는 요술방망이를 60여 년간 남용해 왔고, 그것은 매번 일정 효과를 거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주의 깊게 보아야하는 것은 조상의‘친일’ 문제 보다는, 당사자인 후손의‘진실성’이 아닐까? 해마다 반복되어 온 역사의 정치적 이용과 정치적 부관참시(剖棺斬屍)에는 이제 식상함을 느낄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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