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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조선학교’ 를 피해자로 인식하는 한국

조선학교 교과서나 읽어보고 일본정부 비판하는 건가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에서는‘일본 역사교과서 문제’가 거론되었다. 일본 동북부 지진에 한국에서 거금의 성금이 모이고 있던 3월 말. 한국 언론들은 일제히‘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그리고‘한국이 일본을 위해 이렇게 성의를 모으고 있는데 뒤통수를 친다’는 식의 자극적인 해설이 이어졌다.

이런 신문 보도를 보고 한국사회가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이라는 것은 언론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진 성금 모금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 중에 몇몇 지자체는‘일본을 지원하자’고 호소해서 모은 성금을 갑자기‘독도 성금’으로 이용하겠다는 발표를 하며 애국심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소동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일본 교과서에는 이전부터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표기하고 있었으며, 매년 비슷한 시기에 검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갑자기 생긴 변화가 아니라 매년 이루어지는‘연례행사’인 것이다. 교과서에 갑자기 독도 영유권 주장이‘추가’되었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유감을 표명하거나 항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도 하고, 재작년에도 하던 절차에 대해 갑자기 올해만 항의를 하며 성금 전달을 중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다.

세계의 교과서를 감시하는 한국

이때의 소동은 이미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 한국사회는 외국의‘교과서’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계의 교과서를 조사해서 오류를 찾아내서 수정을 의뢰하거나,‘동해 vs. 일본해’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측의 주장을 관철시켜 한국에 유리하게 수정하도록 홍보활동을 벌인다는 기사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는 일본인 학교에서 쓰이는 일본인용 교과서의 내용까지 참견을 하며 미국 정부에 간섭을 호소하곤 한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벌이는 단체나 개인은‘애국자’라는 칭호를 받으며 한국사회에서 박수를 받는다.

조선학교의 교과서에는 왜 무관심할까?

2010년 일본에서 고교 수업료 무상화 및 지원방안이 발표되었다. 공립 고등학교의 수업료를 면제하고 사립의 경우 수업료를 지원한다는‘복지’정책이었다. 이 법안이 실시되면서 일본의 많은 학교들은 국가재정의 지원을 받게 되었고, 학생들은 그 혜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지원 대상에서‘조선학교’ , 즉 조총련 계열의 학교들은 제외되었다.

여기에 대해 혜택을 받지 못한 조선학교와 조총련은 불공평하다며 동등한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했고, 한국의 언론들과 지식인들도 일본정부가 배타적이고 차별적이라며 성토를 하고 나섰다. 그리고‘우리 민족’과‘동포애’의 향수에 자극받은 많은 한국인들 역시 일본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사회의 이런 반응에는 좌우의 구분도,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없었다. 같은 해 펼쳐진 남아공 월드컵의 지역예선에서 활약하며 한국 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북한 국적의 축구선수 정대세가 조선학교 출신이라는 것도 한국인들의 감성을 크게 자극했다. 비록 북한 국적일망정 일본 땅에서 차별과 설움을 받는‘핏줄’에 대한‘정’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국 사회가 무심코 지나쳐 버린 부분이 있다. 일본정부가 조선학교를 지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이다. 일본 정부는 민단계열의‘한국학교’나 다른 외국인 학교들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면서 왜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지원에 인색했던 것 일까? 그것은 바로‘교과서’때문이었다.

김정일 부자 우상화와 북침(北侵)을 배우는 학생들

조선학교의 교과서는 일본 내에서는 이전부터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한국 전쟁의 발발을‘남측의 도발’로 가르치는가 하면, KAL기 폭파 사건을‘한국의 날조’라고 가르치는 등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인식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학교에서 배우는 현대조선력사(총련중앙상임위원회 교과서편찬위원회편) 고급 3급의 교과서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23회나 게재되어 있고, 김일성에 대한 언급이 67회, 김정일에 대한 언급이 86회나 나타나는 등 개인 우상화의 성격이 강한 것도 특징인데, 이런 교과서에 대해 자국민의 납치 피해까지 경험했던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반대를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만약 이런 내용의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가 한국에 있다면 한국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지원을 호소할 수 있을까?

일본정부가 고교 무상화 지원의 전제로써 조선학교의 교과 내용에 개선과 수정을 요구하자 조선학교 측도 결국 타협안을 모색하게 된다. 그 전까지‘한국의 날조’라고 가르치던 KAL기 폭파사건을‘(사건이) 일어났다’라고 바꾸고, 일본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일본정부가 납치문제를 극대화해 반(反)공화국, 반(反)총련 운동을 벌였다’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등‘개선’을 어필했다.

그 결과 11월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직후 연평도 포격사건(11월23일)이 터지자 일본정부가 지원을 유보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렇지만 이후의 조사에서 조선학교 측이 당국에 제출하는 검열용 책을 급조해서 만들었을 뿐 학습내용에는 변화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교과서 내용 문제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되 감상적인 시각은 배제해야

북한에 유학경험이 있는 재일조선인 이영화(李英和) 간사이대학 교수가 조선학교 무상화 반대를 주장하는 등 일본 내 재일교포 사회에서조차 일본정부에‘조선학교 무상화 지원을 하지 말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데, 정작 북한에 대해서 체험이나 정보가 없는 한국에서는 조선학교가 아닌 일본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기현상을 볼 수 있다.

미국 주재 일본인 학교의 교과서까지 샅샅이 조사하면서 비판을 하는 한국이 일본의 조선학교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그들의 지원에 인색하다며 일본정부만을 비판하는 것은 과연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선학교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는‘일본’이라는 색안경이 씌워져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린 학생들이 이념이나 외교문제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로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조선학교 문제는 이제 북한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도 얽혀있는 문제라는 것을 정부는 인지해야 한다. 실제 조선학교 재학생 중 절반 가까이가 한국국적의 학생들이며 이들은 한국의 재외공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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