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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아레사 빈슨양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새로운‘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7)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이의 죽음은 가족들에게 더욱 애달픈 일이지만, 보는 이는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면서 사인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PD수첩-광우병’편은 주저앉는 소에 관한 동영상으로 시작하여 장중한 음악이 배경에 흐르는 장례식 장면으로 이어졌다. 주저앉는 소와 장례식 장면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해 할 시청자를 위하여‘PD수첩’은 내레이션을 통하여 그녀의 사망원인을 밝혔다.

내레이션: 서울에서 쇠고기 협상 타결이 임박해 있던 지난 4월16일, 미국 버지니아에선 한 여성의 장례식이 열렸다. 고 아레사 빈슨 씨. 그녀의 죽음은 가족뿐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어쩌면 먼 이국땅의 우리에게도 충격이 될지 모른다. 그녀는 사망하기 전 인간 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

내레이션에 이어“너무 놀라운 일이었죠. 우리 딸이 걸렸던 병에 다른 수많은 사람들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요.”라는 고(故)아레사 빈슨양의 어머니 로빈 빈슨씨의 인터뷰를 통하여 시청자들은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인식이 뇌리에 자리잡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로빈 빈슨이 인터뷰에서“It still so amazed me that there’s so many people who are involved with this disease that my daughter could possibly have, and they only lets me know that others can be affected by this”라고 말한 부분으로,“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 딸이 걸렸을지도 모르는 이 질병에 관여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른 사람들도 내 딸과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정도로 번역할 수 있음에 비추어 보면 역시 의도적 왜곡이 의심된다 하겠다. 특히“걸렸을 수도 있는”이라고 번역해야 할“could possibly have”를“걸렸던”으로 자막 처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렸던 것으로 인식시킬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인다.

로빈 빈슨의 인터뷰에 이어지는 마이클 헨슨의 인터뷰는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다시 상기시키고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게 되는 한국인 역시 같은 운명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츠리게 만든다.

마이클 핸슨, 소비자연맹 수석연구원: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실험동물과 같다는 겁니다. 그저 미국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한다면 한국인들 역시 같은 위험을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일부 소비자단체의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는 발언을 중점적으로 부각하는 이외에 일반 미국인들의 견해는 취재조차 하지 않은 듯, 전혀 인용하지 않은‘PD수첩’은“그간 정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사람들도 잘 먹는 쇠고기를 왜 우리 국민들만 난리냐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쇠고기에 대해서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라는 김보슬PD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하여 만났던 보통 미국인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하여 심각하게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은 바가 없다.

장면은 버지니아주 포츠머스에 있는 아레사 빈슨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이어졌다. 로빈 빈슨은 아레사가 사용하던 방으로 취재진을 안내하면서“지금도 딸의 방에 오면, 살아생전 딸의 온기가 느껴진다고 했다.”는 설명이 내레이션으로 나온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로빈 빈슨의 슬픔에 동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장면은 이후 아레사 빈슨의 사망에 관한 TV방송으로 또 이어졌다. 뒤에서 상세하게 설명을 할 예정이지만, ‘PD수첩-광우병’편에서는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이 의심되는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만 다루었을 뿐 그녀의 경과 혹은 다른 진단의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2008. 4. 8 미국 WAVY TV 남자 앵커: 인간 광우병에 걸렸을지 모르는 한 포츠머스 여성의 일로 혼란스러워하시거나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2008. 4. 8 미국 WAVY TV 여자 앵커: 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 병은 뇌질환으로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인간 광우병입니다.

2008. 4. 8 미국 WAVY TV 다른 여자 앵커: 인간 광우병은 잠복기가 깁니다. 만일 아레사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 맞다면 그 원인은 10년, 혹은 그 보다 더 오래 전에 먹은 음식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WAVY TV에서 4월8일 방송한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였지만(아레사 빈슨은 4월9일 사망하였음), WAVY TV는 4월 7일 메리뷰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한 여성의 질병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운동능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 증상으로 보아 확률이 백만분의 일인 CJD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PD수첩’이 인용하고 있는 4월8일 방송분에서는 인간광우병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CJD에 걸렸다고 확진할 단계는 아니며 의인성 CJD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당연히 아레사 빈슨이 3개월 전에 위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도 포함하고 있다.

로빈 빈슨, 故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사실은 내 딸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내레이션: 2주 전만 해도 아레사는 올해 진학한 대학원 수업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의 사물이 흐려지고 걷는 것도 부자연스러웠다고 한다.

로빈 빈슨, 故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아레사가 걷는데 갑자기 다리가 이렇게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평소와 달리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죠. 정상이 아니었어요.

내레이션: 상태는 하루하루 악화됐다. 아레사는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았고 가족들은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로빈 빈슨, 故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vCJD(인간 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레사를 위한) 치료법이 없다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데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내레이션: 발병 후 일주일 만에 아레사는 사망했다.

아레사 빈슨이 생전에 위 수술을 받은 사실은 사인을 밝히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PD수첩-광우병’편에서는 이 사실을 알 수 없다. 내레이션을 통하여 발병 1주 만에 죽음을 맞았다고 주장한 것은 인간광우병의 비극을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PD수첩’은 이미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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