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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에서 아레사 빈슨 사인을 CJD, vCJD로 의심한 이유

눈초의‘새로운 광우병 이야기’(12)


아레사 빈슨이 사망하기 직전, 객관적으로 가능성이 낮았음에도 미국 지역방송에서 CJD 혹은 vCJD의 가능성을 언급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레사 빈슨이 사망하기 이틀 전인 2008년 4월7일 WAVY방송은‘위절제수술을 받은 젊은 여성이 건강이 악화되었는데 CJD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vCJD일 가능성도 언급했다. 앵커와 리포터는 의사들이‘아레사 빈슨의 증세로 보아 CJD 혹은 vCJD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의사들은 메리뷰병원에 있는 한 여성의 질병에 대해 이 병에 걸릴 확률은 지금까지는 100만분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사들은 매년 미국에서 약 200여명의 CJD환자가 나온다고 합니다. 수술과정에서 감염이 되기도 하고, 아주 드물게는 고기섭취로 인하여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등 CJD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의학적 사실을 전하고 있을 뿐, 그들이 아레사 빈슨을 진료한 의료진인지 분명하지도 않을뿐더러 아레사 빈슨의 경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결국 방송이 전하는 내용은 가족들이 아레사 빈슨의 의료진으로부터 들었다는 주장을 토대로 구성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아레사 빈슨이 사망한 다음날인 4월10일자 WVEC방송은 리포터를 통해“그녀의 가족들 말에 의하면 의사들이 MRI를 찍으라고 했고, 그 결과 심각한 뇌손상과 CJD의 증상이 관찰됐는데, 이는 100만 명 중 1명에게 발생한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통해 걸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걸린 사람들은 해외에서 고기를 먹은 사람들이었다. 빈슨은 버지니아를 떠나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아레사 빈슨이 심한 운동장애와 어지러움, 시야가 흐릿해지는 등의 증상을 보여 메리뷰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의료진은 아레사 빈슨의 뇌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MRI, 뇌파검사 그리고 뇌척수액검사를 실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레사 빈슨의 최종진단인 급성 베르니케 뇌증이라면 뇌파검사에서 주기적 예파나 뇌척수액검사에서 14-3-3단백 양성 등 CJD를 의심할만한 소견이 나왔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다만 MRI검사에서 시상을 중심으로 한 뇌부위에 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은 높다. 이 경우 CJD보다 vCJD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것이다.

영상의학과에서 작성하는 검사보고서에는 통상 영상검사를 통해 관찰되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질환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영상검사보고서를 받은 의료진은 환자의 임상소견 등을 고려해 가능성이 높은 순서로 의심 병명을 정하게 된다. 영상의학과에서는 MRI에서 시상베게징후가 나오는 급성 베르니케 뇌병증, 중추신경계 림프종 및 후맥락막 동맥경색 그리고 변종 CJD 등 가능한 질환을 보고서에 언급했을 것이고[1],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는 검사결과를 토대로 의심이 가는 병명을 모두 가족들에게 설명했을 것이다. vCJD를 진단하는데 있어 MRI검사의 한계와,‘PD수첩-광우병’편 중 vCJD 진단에서 MRI가 틀릴 수 없다는 바롯의 인터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보슬PD: MRI 결과를 통해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인간광우병)인지 다른 종류인지 알 수 있나요?

바롯, 아레사 빈슨 주치의: 그렇습니다. 대개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은 MRI를 찍으면 뇌의 가운데에 있는 시상이 정상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vCJD(인간광우병)면 뇌의 양쪽 시상베개(pulvinar)가 상처를 입고 변형됩니다. 임상사진을 통해 상태를 정확히 말할 수 있습니다.

김보슬PD: MRI 결과가 틀릴 수도 있을까요?

바롯, 아레사 빈슨 주치의: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습니다.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WVEC방송에서 리포터가 전하는“보건당국자는 뇌사진이 CJD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CJD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다른 많은 가능성, 이를테면 뇌의 산소결핍, 간기능장애, 신장기능장애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에 중요한 단서가 숨어있다. 즉 메리뷰병원 측은 아레사 빈슨과 관련해 대외적으로는 언급을 하지 않으려 해도 보건당국의 상황조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보건당국자의 말처럼 메리뷰병원에서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으로 CJD가 아닌 다른 뇌질환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CJD가 언급되다가 급기야는 vCJD로까지 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이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소송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소송으로 발전하곤 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구독하던 신문에 의료소송을 대행해준다는 변호사의 광고가 넘쳐나던 것을 기억한다. 억울한 경우를 당한 피해자의 경우 언론에서 다뤄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면 유리한 입장에 설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 입장에서도 시민의 관심을 끌만한 색다른 점이 없으면 다룰 이유가 없다. 최근에는 영화‘도가니’처럼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아 묻힌 사건들이 영화를 통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사건과 관련된 사람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기 마련이다.

아레사 빈슨의 죽음이 의료진의 적절하지 못한 진료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가족들은, 알려진 것처럼, 아레사 빈슨의 진료에 참여한 모든 의료진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가족들은 소송에 대비해 언론의 주목이 필요했을 것이나, 비만수술의 후유증으로 사망한 내용으로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CJD의 가능성을 확산시켰을 수도 있다. 당연히 산발형 CJD로는 주목받을 수 없기에 아레사 빈슨의 병이 수술과 관련된 의인성CJD 나아가 vCJD의 가능성을 제기했을 것이다. WAVY의 4월8일자 방송에서“의사들은 미국에서 매년 200개 정도의 사례만이 발생된다고 말한다. 또 외과수술을 통하여 감염되기도 하고, 아주 드문 경우 고기를 섭취하면서 감염된다고 한다”라고 보도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의인성CJD의 경우 수술을 받은 날로부터 증상이 발생하기까지 충분한 잠복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레사 빈슨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봤을 것이다.

메리뷰병원의 입장에서도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위장절제수술을 받은 아레사 빈슨이 그 후유증으로 생긴 구토증세가 대사장애로 발전하자 이를 교정하기 위한 치료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조사했을 것이다. 당연히 아레사 빈슨의 죽음이 CJD와 관련된 것이라면 병원이 책임질 부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봤을 것이며, 아레사 빈슨의 죽음과 관련한 진료과정을 공개해서 도움이 될 일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므로 CJD 혹은 vCJD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언론보도에 적극 해명하고 나서지 않았을 수 있다.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로부터“MRI검사결과 CJD가 의심되며 뇌척수액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vCJD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들었다는 로빈 빈슨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 뇌척수액검사 결과가 vCJD를 CJD로부터 구분하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다른 뇌질환과 함께 CJD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 이 생소한 질환에 대해 알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온 가족이 매달려 정보를 찾다보니 vCJD라는 질병이 따라 나왔고, 아레사 빈슨이 vCJD의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아레사 빈슨이 사망하기 이전부터 CJD와 vCJD에 대해 적지 않은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로빈 빈슨은‘PD수첩-광우병’편에서 vCJD와 CJD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지만, 방송에 등장하는 모금포스터를 보면 산발성CJD(sCJD), 의인성CJD(iCJD), 변종CJD(vCJD)를 정확하게 구분해 정리하고 있어, vCJD와 관련된 발언은 계산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질병관리본부,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및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관리지침, 40P,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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