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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리고 몸 버리는 한방, 의료이원화제도

만들어진 전통, 한의학에 대한 과학이성의 도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사기꾼”이라는 말은 20세기초 중국의 위대한 사상가인 루쉰이 한의사(중의사)를 두고 한 말이다. 중국인으로부터 가장 위대하고 존경받는 문화혁명가인 그의 인격과 정신, 분투, 예리한 필봉은 중국을 넘어서 인류에게 보물 같은 유산을 남겼다.

역사

1885년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는 미국 북 장로회의 알렌과 힘을 합하여 제중원을 설립하고 근대의학 수용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나타내었다. 일찌감치 메이지 유신을 통하여 자신들의 동양의학을 제거한 일본은 한일 합방 후 한국의 한방 제도를 폐지하였다.

해방 전 경기도의생회를 중심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며 활동하던 한의사들은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조선의사회, 동양한의학회 등을 통해 활동을 하고 있었다. 1951년 9월25일 국민의료법이 공포되고, 한약업자이자 국회의원이었던 조헌영의 노력에 의하여 의료법에 한의사가 포함되었다. 법적으로 근거를 마련한 한의사들은 1952년 12월 사단법인 대한한의사협회를 창립하였다.

이후 한의협은 대한한의학회를 조직하고, 1963년 동양의학대학 부활을 통해 한의학 교육을 시작하였으며, 같은 해 6년제 의과대학으로 인가를 받게 되었다. 1965년 경희대학교가 동양의학대학을 흡수, 한의과대학을 설립하게 되었고 전두환 정권시절 8개를 포함, 이후 11개 사립 한의과 대학의 확장으로 우리의 의료는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대결적 이원화제도로 고착되었다.

과학을 국가의 발전 모델로 중시하던 박정희 정권은 일원화 의료제도 정책기조는 유지하였으나, 냉전적 세계상황과 함께했던 반공 이데올로기는 오히려 사회주의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발전적 성찰 여유를 갖지 못하게도 하였다. 1990년대 이후 독재의 몰락과 함께 반공이데올로기는 쇠퇴하였고 이념적 빈 공간은 성찰적 시민이념이 아닌 민족주의로 채워졌다. 전통을 민중동원의 주요 수단으로 하는 민족주의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게된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정작 필요한 열린 민족주의는 버리면서, 비판해야할 역사속의 전통이자 닫힌 민족주의의 상징인 한의학을 부활시켜 우리의 사회적 지성을 마비시켰으며, 한의학에 대한 과학이성의 도전은 항상 민족전통이라는 방패 앞에 무력하기만 하였다.

신단(神壇) 퇴출

2001년 김경일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통하여 우리의 봉건적 문화 이데올로기를 비판하여 천둥과 같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2003년 김태연은 소설 ‘반인간’을 발간하고 정약용, 최한기 이후 신단에 올려 진 한의학에 대하여 정의의 비수를 뽑아들었다. 2005년 나는 민족적 신화의 우상인 허준의 이름을 상징하여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발간하고 맹목적 전통문화권력 한의학에 매몰된 한국사회를 비판하였다.

일본의 다카하시 코세이 박사는 1969년, 1990년, 1992년‘한방의 인식’ ‘한방약은 효과 없다’ ‘한방약은 위험하다’의 3가지 저서를 평생을 거쳐 작업하시고 마지막 저서를 끝으로 안타깝게 작고하셨다. 1774년‘해체신서’로 시작된 한의학 해체의 200년 일본 의학사를 마무리하는 각고의 작업을 평생을 바쳐 완결하신 것이다. 2007년에는 다시 한국의 남복동 선생에 의해 심도 있는 한의학 비판서 ‘미안하다 한의학’이 발간되었다.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중국 칭화대(淸華大) 명예교수 양전닝(楊振寧)은 한 문화포럼에서 중국의 근대 과학이 발전하지 않는 하나의 큰 원인으로서 중국의 전통 경전인 ‘주역’을 비판하였고 이는 곧 바로 한의학 비판으로 이어졌다. 중국 과학원의 허쭤슈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의학의 음양오행 이론은 비과학적”이라면서 “중국의 전통 문화는 90% 가치가 없다. 그것은 한의학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2006년 4월에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중난(中南)대 과학기술 및 사회발전연구소의 장궁야오(張功耀) 박사는 ‘의학과 철학’이라는 잡지에 ‘중의중약에 작별을 고하다’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였고 이는 마치 평지의 봄 우레 소리마냥 마오쩌둥 시절 52년간의 적막을 깨뜨렸으며, 중의중약의 문제는 새로이 중국인민의 앞에 놓이게 되었다. 2006년 10월 장궁야오 교수는 미국 뉴욕의 의사 왕청(王澄)박사와 공동 명의로 블로그( http://zhgybk.blog.hexun.com)를 개설하고 중의중약 퇴출운동을 시작하였다.

나는 2008년 3월29일과 2009년 1월17일 국내에 장궁야오 박사, 왕징 박사를 초빙, 두 차례에 걸쳐 ‘동양의학의 현재와 미래’라는 국제시민토론회를 개최하고 한의학에 대한 한국, 중국의 비판적 경험을 문화사적, 과학철학적 입장에서 성찰하였다. 루쉰 선생 이후 민족주의에 의거하여 신단에 올려 졌던 이천여년간의 어둡고 비밀스러운 한의학을 드디어 국제적인 ‘시민인권문화법정’에 제소한 것이다.

결어

우리나라는 하나의 질병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치료하여 두 배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몸 버리고 돈 버리는’ 이원화 의료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이원화의 한 축인 한방은 굳이 정의하자면 예술이지 과학이 아니다. 예술이나 전통 같은 문화는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질병을 치료할 수 없다.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최한기 등 우리의 실학자들이 혁명적 마음으로 한의학을 비판하였으며 루쉰, 손문 등 수많은 중국의 지성인들이 하나 같이 한의학 개혁 문제를 저열한 국민성의 개조 문제로 연결시킨 이유가 있는 것이다.

20세기는 독재시절은 물론이고 민주화된 시대에서조차 뉴에이지나 포스트모던이라는 시대적 유행에 따라 과학을 속절없이 비하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과학지성의 반격이 거세게 일어나고 이러한 지적 성찰의 최신 흐름을 우리사회도 발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 흐름에서 우리는 과학적 의료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황우석 사태, 촛불시위 등 뜻하지 않던 사건을 통하여 과학적 진실이라는 명제에 눈을 떠가고 있으며 그런 자신감에 따라 그간의 일상적 민족주의 파시즘을 의심해보게도 되었다. 또한 세계 보편적 시민, 열린 민족주의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학계와 시민들의 컨센서스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제 민족주의의 무거운 짐을 내리고 세계체계속의 과학적 시민국가로의 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의료일원화는 각각의 의학체계를 지지하는 기반이론의 과학적 검증을 통해서만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다. 한의학은 그 기반이론이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잘 검증된 기초과학과 연결되지도 않으며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연결된 수많은 동식물에게는 적용할 수도 없다. 과학의 기본전제인 재현가능성, 측정가능성이 없는 가장 저등급의 신뢰성을 가진 고대 한의학이 막강한 의학권력으로서의 군림하는 일을 더 이상 허용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어릴 적부터 애국심과 민족적 자긍심을 교육받고 키워온 사람들이다. 이러한 자긍심이 역동적 에너지로 작동하는 반면에 허위 전통에 대한 근거 없는 우월감과 자만심으로 변질되어 인습에 대한 발전적, 과학적 성찰까지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여러 학계가 한의학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기를 간절히 부탁드리며, ‘살아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짓누르는 모든 죽은 세대들의 전통’을 극복하고 건강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과학지성을 고양시키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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