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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언론은 변했는가?" 일본 대지진 보도에 대한 유감

대지진 후 1년, 한국 언론이 얻은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의 동북부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가까운 나라에서 수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비극적 사건은 한국사회에도 비상한 관심을 일으켰다.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 및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 등도 활발히 일어났으며 지진, 원자력 발전 등에 큰 관심이 없었던 한국사회에도 다시 한 번 안전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일본의 지진 참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한국언론의‘고질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급하고 무신경한 모습이 여러 군데서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가 지진발생 하루 뒤인 2011년 3월12일자 중앙일보와 서울신문 1면 헤드라인으로 실린“일본침몰”표현이었다. 이는 한국 내에서도 많은 언론과 일반인들로부터 너무 경박하고 배려가 없는 제목이란 질타를 받았고, 이에 중앙일보는 사과를 하고 바로 헤드라인을 고치는 소동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것은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재난보도에 대한 토론회에서 공개한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학과 교수의 자료를 보면, 한국언론의 보도는 미국의 뉴욕타임즈나 일본 언론의 그것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었고, 지진 피해국인 일본보다 사망자와 실종자 숫자를 빈번하게 기사에 실었으며,“일본침몰” “공포의 열도” “수장” “방사능 패닉” “방사능 쓰나미” “핵 재앙” “궤멸” “통째로 사라졌다” “자제하던 그들의 눈빛이 변했다”와 같은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춘식 교수는“한국의 신문들이 피해의 규모를 강조하기 위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하고 자극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헤드라인을‘뽑는’부적절한 관행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은 과연 변했는가?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의 자극적 보도가 있고 나서 한국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일었다. 일본에 대한 감정이 언론보도에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 되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보도를 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성이 1회성으로만 끝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3월7일 YTN은 도쿄지역에 직하형(直下型)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보도를 하며 일본의 한 여성 아나운서가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중계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간판과 유리창이 고층건물에서 떨어지고 사람들이 황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여차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아찔한 광경이 고스란히 찍혀 한국시청자들에 전달된 것이다.

그 뉴스를 본 한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사람이 걸어 다니는 인도 위로 유리가 부서지며 떨어지는 아찔한 영상자료를 보면 누구나‘일본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영상은 지난해 일어난 지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해당영상은 2005년 후쿠오카에서 일어난 지진화면이었다. 2011년의 동북부 지진 얘기를 하면서 전혀 상관없는 2005년 지진화면을 자막 하나 없이 내보내는 것은 과연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일까? YTN은 문제의 영상을 그 이전부터도 자주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청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우려되는 보도가 아닐 수 없다.

파급효과가 큰 시각적 자료를 보도하면서 전혀 상관없는 장면을 설명이나 자막 없이 내보내는 것은 2005년 MBC가 일본 731부대 만행이 담긴 필름을 입수했다며 동일소재 영화의 한 장면을 내보냈던 사건이나, 2008년 역시 MBC가 미국의 동물학대 고발영상을 아무런 설명과 자막 없이 광우병을 거론하는 보도에 내보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동영상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731부대에 흥분하고,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처럼, 7년 전의 섬뜩한 지진 영상을 끄집어내 이용하는 것은 1년 전 한국 언론들이 보여줬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부터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섬나라라‘침몰’표현? 그럼 영국·대만은?

얼마 전 일본 반도체 대기업인 엘피다가 파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때도 한국 언론은‘침몰’이란 자극적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다. 한국 언론들은 유독 일본의 기업, 단체, 인물에 대해선‘침몰’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섬나라라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섬나라인 대만이나 영국기업의 파산 때도‘침몰’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할까? 그렇지는 않다.

한국 언론이 일본 대지진 때“일본침몰”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다기보다 평소부터 일본에 대해서는“침몰”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고, 그런 보도행태에 대해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국 일부 언론이 일본 지진참사 보도를 다루며 보여준‘수준’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에서 ‘구호 및 지원활동’에 대한 미디어의 기사 내용분석을 인용한다.
 



 
이 자료는 한국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서울신문 등 6개 매체와 일본의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2개 매체, 그리고 미국의 뉴욕타임즈를 일본 동북부 지진 관련 기사를‘성금모금단체 성금 및 의료지원 현황’ ‘연예인 지원활동 인터뷰’ ‘각국의 구호 및 지원활동’ ‘구호품 전달체계의 문제점 및 피해’등 4개 항목으로 나눠 분류한 결과를 담고 있다.

조선일보는 전체 기사의 80%가‘연예인 지원활동 인터뷰’였고, 20% 정도만‘각국의 구호 및 지원활동’설명에 할애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100%가‘연예인 지원활동 인터뷰’ , 동아일보는 100%가‘성금모금단체 성금 및 의료지원 현황’이었다. 한편 한겨레는‘성금모금단체 성금 및 의료지원 현황’과‘구호품 전달체계의 문제점 및 피해’가 반반씩이었고, 서울신문은 100%가‘각국의 구호 및 지원활동’이었으며, 경향신문의 경우 놀랍게도‘구호 및 지원활동’관련으로 단 한 건의 기사도 내보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아사히신문은 100%가‘각국의 구호 및 지원활동’ , 요미우리신문은‘성금모금단체 성금 및 의료지원 현황’과‘각국의 구호 및 지원활동’이 50%씩 차지하고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한국 경향신문처럼‘구호 및 지원활동’관련으로 아무런 기사도 내보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를 통해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구호활동의 상황보다는, 누가 얼마를 기부했다는 식‘연예인 지원활동’얘기로 대부분을 채운 것을 알 수 있는데,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를 앞에 두고 대형매체에서 이런 식의 홍보성 기사를 내보낸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지진 이후 1년. 한국 언론이 얻은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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