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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워치 (과학/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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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5일 미국에서 4번째 광우병소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2008년 광우병파동 때‘미국소=광우병소’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다시 들고 일어났다. 마치 2008년에 끝장을 봤어야 했는데 국민들이 끝까지 따라와 주지 않은 것이 섭섭했다는 듯 말이다. 그들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보다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 보이는 소비자단체 혹은 과학자란 사람들의 막연한 추측성 발언을 근거라며 제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은 2008년 파동을 건너오면서 충분히 학습됐고, 이미 냉정해져 있었다. 오히려 2008년 그들의 주장에 이끌려 쓸데없이 걱정을 키웠던 것을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축된 미국산 쇠고기 소비는 국민들이 대응방법을 깨쳤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먹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아니면 쇠고기 판매업자가 지레 겁을 먹고 엎드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2008년 파동의 주역들은 또 다시 광우병소 발생과 관련된 사실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약속한 것이니 지키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국가들 가운데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이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 발표했을 뿐, 미국산 쇠고기를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는 일본, 멕시코, EU국가들은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우리정부는 광우병 발생상황과 도축장 검역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했는데, 이처럼 미국에 광우병 조사단을 파견한 나라도 한국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저들이 주장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요구는 2008년 정부가 약속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2008년 5월8일 도하 일간신문에 실린 정부의 광고 문안엔“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란 내용이 들어있다. 정부가“국민건강을 위협하는”이라는 단서를 넣지 못한 것은 당시 끓어오르던 사회적 분위기에선 이조차 통할 것 같지 않아서였을 것이라 짐작은 간다. 그러나 비겁한 짓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협상결과 타결된 수입위생조건의 일반요건 제5조에는“미국에 광우병(BSE)의 추가 발생 사례로 인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BSE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의 경우는 우리국민은 물론 미국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2008년부터 개념어로 자리 잡은‘검역주권’이라는 단어는 앞선 수입위생조건에서 나온 말이다. 해석에 따라 우리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의 판단에 의존하여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중단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이해될 수 있기에 이명박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아냥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PD수첩-광우병’편에서 예고하고 있다.

내레이션: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 워싱턴에서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우리는 쇠고기 수입국의 입장에서 다우너카우 동영상과 아레사의 사망, 두 가지 사건에 대해 미 정부의 의견을 물어봤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당신이 언급하고 있는 일화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계없는 것입니다. (협정상에는)안심할 수 있는 장치들, 감사결과나 검역 등 여러 층의 보호막이 언론이 아닌 과학에 근거해 있습니다.

사회자: 김보슬PD, 어, 국민들의, 인제, 생명이 걸려 있는 문젠데, 에, 우리정부가 조금 너무 안이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는데 말이죠. 어, 이번 협상결과를 놓고, 어, 말들이 많은데 문제가 지금 뭐죠?

김보슬: 어, 우선 협상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잘 모릅니다. 워낙 어려운 용어가 많고요. 정부에서는 무조건 믿으라고만 할 뿐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협상했다고 말을 했고, 미국산 쇠고기는 99.9% 안전하다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협상결과를 보면 과연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PD수첩-광우병’편의 방송내용을 나눠보면 미국 무역대표부의 수전 슈워브 대표가 협정문에는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 예를 들면 감사결과나 검역 등과 같이 막연한 여론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한 여러 단계의 보호 장치들을 만들어두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송일준PD가 바로 이어받아“국민들의 생명이 걸려 있는 문제” “우리정부가 안이한 자세로 협상에 임한 느낌”이란 감성적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의심의 심연으로 몰아넣고 있다. 김보슬PD는 한 술 더 떠 협상문 용어가 너무 어려워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데다가 정부는 무조건 믿으라고 할 뿐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눙치면서, 협상결과를 놓고 보면 정부가 무슨 노력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견해서는 중립적 시각으로 보이는 구조다. 하지만 필자가 시사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인터뷰를 통해 인용되는 발언보다는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사회자와 출연자가 주고받는 대화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시청자들 관심 역시 송일준-김보슬PD 주장에 집중됐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은 수의사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의 SRM에 관한 발언으로 이어지고 김보슬PD가“미국의 도축 시스템에 대해서 우리정부가 그 실태를 본 적이 있는지, 보려는 노력을 했는지 그것도 의문입니다.”라고 정리했다. 이어 2008년 당시 쇠고기협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축방역협의회가 열린 적이 없다는 전국한우협회 남호경 회장의 발언이 있었다. 이 발언은“참여정부시절 한미 쇠고기협상을 담당했던 박홍수 전 농림부장관은 이번 협상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내레이션에 이은 박홍수 장관 발언으로 확인했다.
박홍수: 저도 그것을 확인을 하고 싶은데, 협상재개를 할 때에는 반드시 가축방역협의회에 전문가 교수님들과 전문가들이 구성된 가축방역협의회가 있습니다. 거기에다 사안을 올려놓고 검토를 받아야 돼요. 그런 것들을 생략하고 했다라면 요즘 흔히 쓰는‘졸속협상이다’하는 그런 비난을 면키 어렵죠.
2008년 광우병파동에서 앞장서서 정부를 비난했던 박홍수 장관은 누구인가? 그는 2005년 1월5일부터 2007년 8월31일까지 제55대 농림부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던 한미FTA 협상타결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장관시절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자 X-선 검사장비를 동원하는 유례없는 검역체계를 도입했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상자에서 뼛조각이 발견되자 수입물량을 전량 반송 조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명박 정부의 졸속협상을 비난했던 박홍수 장관도 농림부장관 재임기간 중 진행됐던 농축산물 개방에 관한 협상과정에서“쌀과 다른 농축산물의 개방협상을 분리해 대응했다.”는 농림부의 설명과는 달리, 농민단체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쌀 협상과 관련한 이면협상이 있었음을 국회에서 인정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정부가 추진한 쌀 협상이 협상시한에 쫓겨 상대국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예정된 부실협상이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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