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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광우병’편은 미(美)의회의 한미FTA 협상비준을 촉구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목적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쇠고기협상이 졸속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이전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기조이며, 이명박 정부의 한미쇠고기협상 과정은 결국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등 굴욕적인 조건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장관만 새로 임명된 상태에서 대부분의 정부부처 실무자들은 이전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하던 일을 계속 맡고 있었다. 이는 정운천 전 장관의 책‘박비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나는 2007년부터 협상을 진행한 민동석 차관보를 수석대표로 임명하고, 이전부터 협상을 진행해 온 직원도 유임시켰다. 협상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쇠고기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전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한편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한미FTA 협상의 농업부문을 맡아오던 당시 민동석 차관보 역시 당시 협상이 진행된 과정에 대해‘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이란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참여정부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진행하면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등과 관련한 국제수역사무국 등의 조사자료에 허술한 점은 없는지 관련부서에 확인해 꼼꼼하게 챙겼다고 했다. 미국정부에도 질문을 보내고, 답변서가 오면 검토하고, 필요하면 미국현지에 전문가를 보내 조사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우리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 간 쇠고기협상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새롭게 시작한 것이 아니라 2005년부터 양측 전문가회의가 시작된 바 있었다. 또한 한미FTA 협상에 대비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평가 등 수입위험분석에 착수했다. 2007년 5월에는‘광우병 예찰시스템, SRM(특정위험물질) 관리 등’에 관한 질문을 담은 가축위생설문서를 미국 측에 보냈고, 6월에 그 답변서를 받아 이를 검토 분석했다.

7월 초를 전후해 우리 측 전문가들이 미국현지의 소사육농장, 도축장, 가공장, 사료공장 등을 직접 방문해 미국 도축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7월부터 10월에 걸쳐 각각 3차례의 전문가회의 및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미국 도축시스템을 점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PD수첩-광우병’편은 이명박 정부에서 쇠고기협상 실무를 맡은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에서 해온 일은 전혀 무시한 채 협상에 임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관련 사항들을 충분하게 취재해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겠으나, 때로는 제작여건상 취재가 불충분한 경우도 없지 않은 방송계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PD수첩’제작진은 취재과정에서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과장뿐 아니라 시민단체 측 송기호 변호사나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 등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협상체결 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미국현지를 방문, 미국 도축시스템을 점검하고 가축방역협의회 등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 협상대표들이 사전에 이러한 위험성을 몰랐거나 고의로 은폐 축소한 채 협상해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취재미비로 인한 실수로 보기보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정부결정이 잘못됐다고 왜곡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기도 하다.

‘PD수첩’측은 새롭게 발생한 다우너소 동영상 및 리콜 사태나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인용한 다우너소 동영상은 미국소비자단체가 도축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축소 학대행위를 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으며 광우병과는 전혀 무관한 자료였음이 밝혀졌다. 이 동영상을 근거로 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 소가 도축돼 한국으로 수입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방송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보도내용에 관해, 부검 후 확정 진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떠난 적이 없는 젊은 여성이 인간광우병에 걸렸다고 한다면 이는 국민건강에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인 바, 확정 진단이 나올 때까지 협상을 미루는 것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정부의 모습일 것이라는‘PD수첩’변호인단의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PD수첩-명예훼손’건의 1심 법정에서‘PD수첩’측 변호인은 협상단에 참여했던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에게“만일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최종진단이 내려질 경우 이는 미국 본토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최초의 사례로 협상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대한 문제”이지 않는가 하는 질문으로‘그렇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이 공무원은‘나중에 인간광우병으로 확진이 되면 그때 문제를 제기해 변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협상을 타결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아레사 빈슨의 죽음에 관해 미국현지의 제반 반응은 인간광우병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정도였다는 점은 앞서 정리한 바 있다. 또한‘PD수첩’제작진은 취재한 사실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소홀히 하다가 방송당일 성균관의대 정해관 교수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위 절제수술을 받고 3개월 내 사망한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내용을 수정하지 않은 점, 제작진 회의를 통해 CJD를 vCJD로 고치기로 결정한 사실이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위험을 부풀리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최근‘PD수첩-광우병’편 제작진은 당시‘PD수첩-광우병’편 사건을 다룬 담당 검사들, 중앙일보와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 이유는 검사가 거짓을 흘리면 이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사실이라고 전하는 관행을 검찰의 언론플레이로 보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검찰수사과정에서 입수한 제작진 이메일 내용을 공개해‘PD수첩-광우병’편을 기획,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사전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은 검찰이 의도적으로‘PD수첩’에 대한 인상을 왜곡하려는 처사였다는 것이다.

‘PD수첩’을 비롯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2008년 정부가 한미쇠고기협상을 타결하면서 협상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는 위험평가와 관리의 주체인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국민에게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보슬PD가 방송에서는“어, 우선 협상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잘 모릅니다. 워낙 어려운 용어가 많고요.”라면서 슬쩍 눙친 것처럼, 국가 간 협상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매우 전문적인 내용으로 돼있어 일반국민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정부에서는 이런 내용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추세인 점을 본다면, 2008년 정부에서 협상내용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필자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PD수첩’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지켜야할 정도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에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면, 이에 관한 정보를 국민들에 제공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필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나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민들 협조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수사진행 사항을 브리핑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어려운 사건이 해결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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