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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vs. 일본해’논쟁의 폐해

‘황해’ 를 ‘서해’ 로 바꾸자는 운동을 벌인다면?

지난 7월2일 미국 백악관은 웹사이트를 통해 그동안 한일 양국 네티즌들이 인터넷 상 서명운동을 통해 미국정부의 지지를 호소했던‘동해 vs. 일본해’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한국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의 이름으로 발표된 미국입장에 따르면“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수역에 관해 미국은 오랫동안‘일본해’로 인지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에 대해 명칭 변경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미국이‘일본해’라고 사용하는 명칭에는 국가주권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규정했다. 즉 미국은 오래전부터‘일본해’라는 명칭을 사용해왔지만, 거기에는 아무런 외교·정치적 의미도 없으며, 한국의 호칭은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는‘미국이 일본 편을 든다’며 분노하고 있고, 한 한국 언론은“ ‘동해’10만 vs.‘일본해’2만…그런데‘2만’손들어준 미국”이라며 미국의 판단이 일방적이고 무성의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의미 없는 소모적 논쟁은 그만둬야

누군가 필자에게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필자는 당연히‘동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로 물어본다면‘Sea of japan’이라고 할 것이고, 일본어로 물어본다면‘일본해’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동해’라는 말은 세계에서 오직 한국인들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에도“미국은‘일본해’라고 하지만, 한국에게 그 이름을 변경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는 한국식 명칭을 부정하거나 부인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당연한 처사고, 만약 미국이‘일본해’를 강요한다면 미국의 내정간섭이자,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횡포다.

한국이 미국을‘아메리카’라고 부르든‘미국’이라고 부르든 그에 비하와 경멸의 표현이 없는 것이라면 미국은 한국의 호칭에 대해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 미국이‘아메리카로 불러 달라’고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그 호칭을 어떻게 부르는가는 한국의 자유라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가? 세계를 상대로‘동해’를 강요하다시피 해왔다. 그리고 그 강요는 유독‘동해’에 대해서만 집중될 뿐‘서해(Yellow Sea)’ ‘남해(대한해협은 Korea Strait라는 영어고유명사가 있지만 제주도 아래는 East China로 표기되고 있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왜 한국은‘서해’와‘남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는가? 한국인들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번복과 궤변… 뒤죽박죽의 주장‘동해’

지난 4월에도 미국이 공식적으로‘일본해’를 사용한다고 발표하자 한국의 언론과 네티즌들은 분노를 표출하면서 갑자기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동해 명칭‘한국해’로 바꿔야” ’(서울신문 4월18일자) 같은 주장이 그것이다. 미국이‘동해’를 채택하지 않자, 그렇다면 고지도에도 많이 보이는 한국해(korea sea, chosun sea)를 정식명칭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고지도에‘동해’라는 호칭보다‘한국해’라는 호칭이 더 많이 등장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조차 사용하지 않는‘한국해’라는 호칭을 갑자기 세계에 호소한다는 것은 코미디가 아닌가? 더군다나 한국은 일본의‘일본해’주장을 반박할 때마다 항상“4개국이 에워싼 바다의 국제표준명칭을 특정국가 이름으로 하는 건 부당하다”(한겨레 2011년 8월8일자)라고 주장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지금까지의 주장을 번복하고 내팽개친다면 누가 한국의 주장을 신용하겠는가?

실현 불가능한 것을 호도해온 언론

적어도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계가 사용하고 있는‘일본해’를‘동해’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무리한 주장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과 정부는 마치 호칭 변경이 당연하고 가능한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해왔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을 향해 외화를 낭비해가며 미국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고 거리광고판에 동해 관련 광고를 내는 일을 애국으로, 그리고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애국자들처럼 묘사해왔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애국’일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쏟아 붓고 자기만족에 빠지는 것이?

2009년 한국에서 일어났던‘간도 영유권 회복 운동’역시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중국영토였던 간도에 대해 한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이 나왔을 때 한국 언론이 보인 태도도‘일본해’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빤한 사안인데도 언론들은 마치 가능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 운동을 꼭 해야만 하는 것처럼 국민을 선동해 서명운동과 모금활동을 일으키는데 일조했다. 여기에는 좌파언론과 우파언론의 구분이 없었다. 내셔널리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그들은 공감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국민을 호도, 선동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행동이며 언론의 사명을 무시한 행위다.

‘황해’를‘서해’로 바꾸자는 운동을 벌인다면 과연 서명운동이나 모금활동이 일어날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 스스로도 그것이 무리수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일본’이 관련되는 일이라면 냉정함과 논리를 잃고 마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나마 일본해-한국해 병기(倂記)운동이라면 그나마 현실성이 있고, 가장 가능성이 있는 운동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매번 같은 결과가 나올 때마다 분통을 터뜨리고,‘동해’라고 표기하지 않는 타국에 대해 분노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외화를 미국신문에 갖다 바치는 어리석은 행동은 이제 그만둬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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