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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유도의 올림픽 기대주였던 조준호 선수가 66kg이하 급 8강전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 선수를 상대로 패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런데 일본선수와의 이 8강전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상황을 다시 돌아보자.

양 선수 모두 팽팽한 접전을 펼치면서 무득점으로 경기가 끝났고, 연장에 들어가서도 득점하지 못해 결국 심판 판정으로 승부가 정해지게 됐다. 그리고 3명의 심판 모두 한국선수의 승리를 선언했다. 조준호 선수는 두 손을 불끈 쥐어 올리며 기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국의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그 환희는 오래 가지 않았다. 심판위원의 이의 제기로 3명의 심판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더니, 이번엔 반대로 3:0으로 일본선수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 갑작스런 판정 번복에 조준호 선수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고, 일본 응원단과 코치진은 기뻐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일본의 에비누마 선수는 기뻐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판정에 얼떨떨해 하며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번복된 판정으로 결국 조준호 선수는 4강행이 좌절됐다. 조 선수는 전례가 없는 판정 번복에 눈물을 삼키며 쓸쓸히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분노가 폭발한 대한민국

이 같은 해프닝은 TV 앞 한국 응원단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언론들은 한국인들 분노에 기름을 붓는 기사들을 쏟아냈다.“조준호,‘일본의 횡포’로 승리 도둑맞다”(뷰스앤뉴스),“도둑맞은 4강”(뉴스핌),“조준호 판정 번복, 일본의 횡포”(매일경제) 등‘심판의 자질 부족’이 아닌‘일본의 횡포’라는 식으로 사태를 감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런 가운데 KBS는‘겸연쩍은 승리’를 한 일본의 에비누마 선수의 짧은 인터뷰를 내보냈다. 인터뷰에서 에비누마 선수는“역시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좋지 않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판정 번복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는 KBS뉴스를 통해 에비누마 선수의 음성으로 분명히 전파를 탔다.



그런데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 KBS가 에비누마 선수 발언내용을 전혀 다른 의미로 조작해 자막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KBS는 위 내용을“조준호가 이긴 게 맞다. 판정이 바뀐 건 옳지 않다”라고 자막을 붙여 내보냈고, 이 뉴스를 본 다른 언론들이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KBS가 만들어낸‘소설’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男 유도 에비누마 ‘조준호가 이긴게 맞다’시인”(세계일보)을 비롯해 중앙일보, 머니투데이, 한국경제 등 수많은 언론들이 KBS보도내용을 그대로 전하면서 인터넷 포털 뉴스란을 가득히 메워버렸다.

결국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인터넷 유저와 일부 언론에서 뒤늦게 오역이라는 것을 지적하며 KBS의 잘못을 질타했고, KBS는 이후 방송되는 뉴스에서는 자막을 고쳐 내보냈다.

TV의 대표적인 사기술‘자막 조작’

하지만 이것이 과연 오역이었을까?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오역이 아닐 뿐더러, 일본어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해석을 했더라도 절대 KBS 자막 같은 내용이 될 수는 없다. 조준호의‘조’자도 나오지 않았고, 이겼다는 의미의 단어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자막에‘조준호가 이긴 게 맞다’란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명백한 KBS의 의도적인 조작이자 왜곡이었다. KBS는 확신범이라는 말이다.

한국 방송사들의 자막 조작 수법은 예전부터 자주 쓰이던 주특기에 가깝다. 예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과거 MBC‘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 당시를 상기해보라. 광우병 파동은 그나마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 된 문제였기에 검증이 금세 이뤄져 자막 조작 사실이 비교적 대대적으로 판명됐지만, 이슈화 되지 않은 보도의 경우에도 자막 조작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1년 전 한 TV뉴스의 스포츠 코너에서 이승엽 선수와 박찬호 선수가 소속된 팀의 스프링캠프에 일본기자들이 몰렸다는 내용이 나간 적이 있다. 필자는 당시 소개된 일본기자 발언을 보고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일본기자는“특별히 한국선수를 보기 위해 여기 온 것은 아니고 매년 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는데, 방송 자막에는“이승엽 선수와 박찬호 선수를 취재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시청자들 입장에선“한국선수들을 보기 위해 왔다”라고 하면 뿌듯한 마음이 들지 몰라도, 그런 거짓정보로 뿌듯함을 느끼는 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시청자들을‘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어버릴 뿐이다.

TV가 아무렇지 않게 조작하는 이유

어떻게 언론이란 간판을 달고 그렇게 쉽게 거짓 보도할 수 있는지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반면, 국민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서 자막을 바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조준호 선수를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의미에서 그런 자막을 붙인 것이라며 넓은 이해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KBS가 전혀 다른 자막을 붙여 시청자들에 거짓정보를 내보낸 이유는 따로 있다. 시청자들을 우습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해도 매번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고 윤리적 불감증에 빠져버린 것이다.

국민 모두가 언론의 잘못된 정보전달에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이 의도를 지닌 채 여론을 조종하려 하진 않는지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게을리 한다면 언론이 국민을 바보취급하는 행위는 계속될 것이다. 나아가 언론들도‘동업자 정신’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하기보다는, 저널리즘 본분을 되살려 조작과 왜곡을 자체 정화해 나가고, 상호감시와 도덕성 회복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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