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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요법으로 암을 치료한다고 의심스러운 주장을 해온 한방병원에 대한 논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산삼약침’ 등 한방요법으로 암 치료를 해온 소람한방병원은 2011년 SBS 뉴스추적, 올해 JTBC 뉴스맨을 통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산삼약침에는 산삼성분이 들어있지도 않고, 치료 효능을 입증하는 사례라는 주장들도 가짜가 많고 엉터리라는 것이다.

한 달에 적게는 450만원에서 많게는 900만원까지 한다는 값비싼 한방치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소람한방병원 “클라츠킨 종양이 약침에 반응했다”

지난달 말 몇몇 언론사에서 소람한방병원이 클라츠킨 종양 약침 반응 증례를 발표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한방병원 측이 경희대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Oriental Pharmacy and Experimental Medicine에 증례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서로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가 토씨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은 것으로 보아, 소람한방병원이 만든 보도자료를 그대로 실은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서 소람한방병원 한재복 원장은 "평균 생존기간이 6~9개월에 불과한 클라츠킨 종양이 한방 치료로 4년 이상 생존한 케이스로, 암 치료의 효과적인 대안 모색,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증례를 보고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Oriental Pharmacy and Experimental Medicine는 SCI 및 SCIE 목록에 들지 못하는 무명에 가까운 학술지로 학계의 주목을 끌 영향력 있는 연구결과가 실릴 만한 학술지가 아니다. 소람한방병원의 암 환자 사례가 정말 학계의 이목을 끌만한 수준이었다면 SCI급 학술지는 기본이고, 그 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NEJM, BMJ, Lancet 등 세계 최고의 권위지에 실렸을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해당 증례보고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가 산삼약침 치료를 받는 동시에 종합병원에서 현대의학적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산삼약침의 효과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환자가 장기간 생존할 수 있던 이유가 효과가 증명된 적 없는 산삼약침이 아닌 현대의학적 치료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한 해당 논문에서는 단층면이 달라 비교할 수 없는 CT 사진들을 제시하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증례보고 논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전의총은 주장했다.

문제의 논문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10mL의 산삼약침을 주사했다고 하는데 산삼약침은 100g의 산삼을 달이고 증류해 1L의 산삼약침액을 제조했다고 한다. 한 번 주사에 산삼 1g이 사용되는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산삼약침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SBS의 보도를 통해 산삼이 아닌 인공적으로 재배한 ‘산양삼’이 사용된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JTBC는 산삼약침에는 산삼의 유효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음을 보도한 바 있다.
 



소람한방병원의 실험 논문은 환자를 기만하고 있음을 자백하는 꼴

소람한방병원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단순한 증례보고들을 제외하면 치료 근거로 내세우는 실험논문이 딱 하나 있는데, 세포실험에서 진세노사이드 Rg3가 항암효과를 일으키는 기전에 대한 연구다.

세포실험은 실제 인체에서 치료효과를 내어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까지는 천리 길에서 한걸음 디딘 정도로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인체 내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고, 해당 성분이 암세포가 아닌 인체의 다른 부분과 상호작용해 부작용을 얼마나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특히 암세포는 세균처럼 인간의 세포와 뚜렷한 차이가 있지 않고, 정상 세포가 변이된 것이라 정상세포와의 차이가 미묘하기 때문에 정상세포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기는 굉장히 까다롭다. 항암치료가 부작용이 심하고 고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삼이나 산삼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해서 인삼의 특정 성분을 고농도로 사용했을 때 안전하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소금을 일상적으로 먹지만 고농도의 소금물을 혈관에 주사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비타민을 과량 복용해 사망한 사례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소람한방병원이 발표한 세포실험 논문이 항암효과를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논문을 살펴보자.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Rg3 농도가 20μM일 때 효과가 뚜렷했으며 10μM 이하일 때에는 효과가 사라진다고 기술하고 있다.


Concentrations of ≥10 μM 20(S)-Rg3 suppress the growth of U87 cells (Fig. 1B) whereas concentrations <10 μM exhibit little effect (data not shown). (International Journal of Oncology, 2012)


이 농도를 70kg 성인에게 대입하면 약 1.1g의 Rg3가 필요하다. 인삼에는 Rg3가 얼마나 들어있을까? Journal of Ginseng Research에 2010년 발표된 논문을 보면 인삼의 건조중량 1g당 Rg3가 0.03mg 함유되어 있었다.

따라서 성인에게 항암효과를 낼 수 있는 양의 Rg3를 얻으려면 건조중량 11kg이라는 막대한 양의 인삼이 필요하고. 5.5kg 미만이면 효과를 내기 부족한 양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삼이나 산삼에서 직접 추출해서 이 정도 양을 얻어 항암효과를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세포실험 결과에 비추어 보면 효과가 없을 것이 자명한 농도보다도 수천 배 이상 묽은, Rg3의 존재여부도 확인되지 않을 정도의 액을 주사하면서 이런 논문을 근거랍시고 내세우는 꼴은 논문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가 보기엔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다. 그럼에도 이런 것들을 근거랍시고 당당하게 걸어놓은 모습을 보면 친절한 미소 뒤에 ‘환자들은 무식해서 보여줘도 모른다.’는 자신감과 비웃음이 감춰져 있는 건 아닐는지 의심을 금할 수 없다.

사망한 환자도 “호전 사례”로 홍보

소람한방병원이 치료사례라고 제시하는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도 엉터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SBS는 완치된 환자라고 홍보된 사람들의 정체가 미심쩍다고 보도했고, JTBC의 취재에서는 치료를 받다 환자가 사망했는데 나중에 호전 사례로 버젓이 등장시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사망자의 약혼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반 환자들이 판독능력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제멋대로 속이고 있는 것이다.

전의총은 호전 사례로 제시한 사진들이 영상의학 전문의의 판독 결과 거의 대부분 거의 대부분이 호전되었다고 볼 수 없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아래 표 및 첨부 그림 참조)
 




환자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

암에 걸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은 사기를 치기 좋은 상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큰 돈을 지불하기 쉽고, 효과가 없어 사망하더라도 ‘워낙 무서운 병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유족들이 체념하거나, 이의를 제기해도 같은 논리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한 끼 식사에는 산삼약침에 들어있다는 항암물질보다도 더 많은 종류와 양의 항암물질이 들어있다.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만 해도 산삼보다 항암효과가 더 확고하게 입증되어 있다. 산삼에 대한 막연한 환상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지만 과학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야채를 한 줌 집어먹는 것보다 못하다.

평생 모은 재산을 당신을 농락하는 사기꾼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지 않다면 전문의가 권하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 치료 외에는 눈길을 두지 말아야 한다. 혹시라도 엉터리 치료에 현혹돼 과학적 치료를 받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의 명을 재촉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환자들의 희망을 이용해 거짓 근거들로 꾀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자들이 버젓이 “한방병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영업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효과가 증명된 치료와 그렇지 않은 치료를 판정해줄 수 있는 최고의 권위자는 의사라는 사실을 스스로가 명심하는 것이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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