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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의 문제점

짝퉁 정보가 판치는 바다에서 헤엄치는 자는 빠져 죽을 뿐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영국의 저명한 EBM 대체의학 전문가인 에드짜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의 글, 'Drowning in a sea of misinformation. Part 6: The World Health Organisation, WHO'을 번역한 것입니다. 서범석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홍보특보가 번역하였으며,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편집하였습니다




건강 관리 분야에서 ‘WHO(세계보건기구)’는 신망이 두터운 단체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대체의학계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짝퉁 정보들이 판치는 데 ‘WHO(세계보건기구)’가 일조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깜짝 놀랄 것이다. 비슷한 헛짓을 일삼는 다른 기구들도 많지만, 내가 굳이 ‘WHO(세계보건기구)’를 걸고 넘어지는 이유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바로 가장 권위있는 단체 안에도 돌팔이들이 숨을 만한 구석은 있다는 것이다.

2006년도에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찰스 왕세자를 초빙한 적이 있는데, 초빙 이유인즉슨 그에게 그가 주장하는 해괴망측한 ‘통합 의학’이라는 개념을 상술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A(세계보건총회)’에서 찰스 왕세자는 이렇게 말했다.


“환자의 적극적인 참가를 강조하는, 검증된 대체의학적•전통의학적 치료법과 현대적 치료법을 적절히 통합함으로써 강력한 치료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많은 대체의학적 치료 방법들은 우리의 정신 및 육체가 자연과 균형 및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한 고대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지식의 상당수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사라져 버리긴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전통의학에서는 얻을 바가 많다.”


찰스 왕세자는 각국이 더욱 통합적인 건강 관리를 채택하여 자국 국민들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가 언급하지 않은 사실은 이런 것이다. 바로 잘못된 치료법들을 우리의 임상 기본치료법과 통합하는 것 - ‘통합의학’ 지지자들이 노상 하고 있는 일 – 이 의료 수준을 훨씬 근사하고 공감가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거나 덜 근거중심적으로 만들 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배포가 나보다는 센 미국 친구들이 종종 지적하다시피, 대체 ‘사과 파이(apple pie, 현대의학)’에다가 ‘소똥(cow pie, 대체의학)’을 섞는 게(통합하는 게) - 뭔 도움이 되겠는가.

또 2000년대 초반 수 년 동안, ‘WHO(세계보건기구)’는 여왕 폐하(엘리자베스 2세)의 동종요법사인 ‘피터 피셔(Peter Fisher)’를 비롯한 ‘전문가 패널들’을 소집하여 전 세계에 ‘동종요법’을 확산시키기 위한 성명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 전문가라는 자들은 말라리아나, 유아기 설사병, 폐결핵처럼 잠재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들에 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 동종요법 - 을 기존 치료법 대신 활용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나더러 이 성명서 초안에 대한 논평을 좀 해달라기에 해주었으나, 그 다음 나온 초안으로 미루어볼때 그들은 (동종요법에 대한) 나의 비판적인 의견을 깡그리 무시해버리기로 한 것이 분명했다. 다행스럽게도, 동종요법이 널리 시행될 경우 수 백만 명이 죽을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우려한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연합 전선을 펼친 끝에 이 얼토당토 않은 성명서의 간행은 중지될 수 있었다.
 



이보다 이른 2003년,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보고서를 간행한 바 있다('Acupuncture: Review and Analysis of Reports on Controlled Clinical Trials'). 바로 침술에 대한 긴 합의문 말이다. 이 합의문속에는,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침술이 다음과 같은질병•증상•질환들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입증되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 (암환자에 대한) 방사선 치료법/화학 치료법으로 인한 부작용
- 알레르기성 비염 (꽃가루 알레르기 포함)
- 담석산통(膽石疝痛)
- 우울증(우울신경증 및 뇌졸중 후에 생긴 우울증 포함)
- 급성 세균성 이질 
- 초기 생리통
- 급성 상복부통(위궤양, 급성 혹은 만성 위염, 위경련 포함)
- 안면부 통증(두개하악장애 포함)
- 두통
- 본태성 고혈압
- 초기 저혈압
- 유도 분만
- 무릎 통증
- 백혈구 감소증
- 요통
- 둔위된 -태내에 비정상 위치로 들어선- 태아의 위치 교정
- 입덧
- 구토 증상
- 목 통증
- 구강 통증(치통 및 턱관절 장애 포함)
- 어깨 관절주위염(關節周圍炎)
- 수술 후 통증
- 급성 콩팥경련 통증
- 류머티스성 관절염
- 좌골 신경통
- 삔 데


만약 우리가 이따위 주장을 해당 주제에 대한 신뢰성 있는 근거들과 비교해 본다면, 그 중 거의 전부가 합당한 데이터(WHO 보고서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나 내력을 원한다면 나의 책 ‘사기술이냐 치료법이냐 : 법정에 선 대체의학(Trick or Treatment?: Alternative Medicine on Trial)’을 참고하기 바람)에 의해 지지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세계보건기구(WHO)’같은 조직이 대체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을 호도하게 된 것일까? 다른 많은 기구들 - ‘WHO’처럼 명성이 자자한 - 이 오래도록 활용해 온 상당히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란 다음과 같다.


 ‘전문가 패널들’ – 이들 중 전부 혹은 대다수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이미 치우친 견해를 가진 상태 - 을 모은다.

 이 ‘전문가 패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신들이 쓰고 싶은 연구방법을 쓸 수 있도록 봐준다. 

 이 ‘전문가 패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뽑아 쓰고 싶은 데이터만 뽑아 쓸 수 있도록 장려해준다. 

 추후 연구의 질을 재검토할 때 의미 있는(= 비판적인) 평가를 누락시킨다.

 연구 결과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가 작성한 ‘동료 평가(peer review) ’등 보고서에 대한 어떠한 유형의 비판적 평가도 방지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의견이 나온다면 그것을 무시해버린다.


전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WHO(세계보건기구)’가 아주 훌륭하고 유용한 기구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내가 이 글을 쓰려고 ‘WHO(세계보건기구)’를 고른 이유가 바로 그 점 때문이니까.

어떤 조직이든지 방대한 규모로 운영되는 곳이라면, 그 내부에 반과학적인 분위기가 창궐하는 자그마한 틈새는 있게 마련이다. 영국 정부기관, 다른 국가의 정부기관들, NICE(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 NIH(미국 국립보건연구원)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조직들이 그렇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정신 바짝 차리고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권위 있는 곳에서 나온 정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은 그것을 무턱대고 믿어버리니까 말이다.

권위에 의탁해 보겠다는 것은 괜찮은 생각인 것 같지만, 사실은 허튼 생각이다(= ‘맹목적 권위’가 아닌 ‘합당한 근거’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역자 프로필 :

퇴몽사(退蒙士) 서범석

현재 모 고등학교에서 입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기여활동으로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의 ‘홍보특별보좌관’도 겸임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성균관-조지타운 대학교 TESOL 과정을 수료하였다. 20년 넘게 중증 아토피로 고생하며 여러 대체 의학을 접했지만, 그 허상에 눈을 뜬 후 사이비 의‧과학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몽매주의’를 퇴치하는 번역 및 집필 작업에 뛰어들었다.

저서: Q&A TOEIC Voca, 외국어영역 CSI(기본), 외국어영역 CSI(유형), 외국어영역 CSI(장문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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