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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가장 무서운 질병으로 손꼽힌다. 암에 걸렸다고 하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걱정하고, 말기 암이라고 하면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탄식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살펴보면 암에 대한 위험성과 두려움은 상당히 부풀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암에 대한 실제 위험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은 암 환자와 주변 사람들의 공포를 덜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암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과장된 두려움을 이용해 한 몫 챙기려는 자들로부터 일생동안 열심히 모아온 재산과 건강을 지켜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암 통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3%였다. 특히 조기에 발견된 주요 암 환자들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90%를 넘었다. 통상 5년 생존율을 암에 대한 완치로 보는데, 결국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질병인 것이다.

암을 진단받은 사람 10명 중 5명은 10년 이상 생존했다. 반은 10년 이내에 죽는다니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통계치에서 생존자로 분류되지 못한 비율에는 암이 다른 질병이나 사고로 죽는 사람까지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암에 걸린 사람 중 반 이상이 65세를 넘은 노년층이라는 점도 알아두면 상황은 더 낙관적임을 느낄 수 있다.

전이되지 않은 암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아

특히 전이되지 않은 경우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전이되지 않은 전립선암과 갑상선암의 생존율을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과 차이가 없다. 감기가 사람을 죽이지 않듯 이들 암도 마찬가지다.

유방암, 대장암, 위암도 전이되기 전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는다. 무서운 암들로 알려진 폐암, 간암은 각각 49.5%와 46.2%, 가장 무서운 암으로 여겨지는 췌장암도 24.0%의 환자들은 암을 이겨낸다.
 



말기암

보통 말기암이라고 이야기하는 4기 암의 경우도 일반적인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보면 말기(4기)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유방암이 22%, 자궁경부암이 16%에 이른다. 5명 중 4명이 죽으니 만만치 않은 사망률이긴 하지만 무조건적인 “사망 선고”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가장 사망률이 높은 간암, 폐암, 췌장암 말기 환자들의 경우도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 1~2%는 완치된다. 췌장암 중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앓은 신경내분비종양은 수술을 받은 말기 환자 100명중 15명이 완치될 수 있다.

전립선암의 경우 전이가 된 환자들도 10명 중 3명은 생존하며, 전이된 간암도 5년 생존율이 2%가량 된다. 난소암 중 어떤 종류는 4기 환자 77%가 완치될 정도로 생존율이 높다.

말기암 완치와 로또 당첨

그럼에도 말기암 환자가 완치됐을 때에는 기적 같은 일, 현대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또, 의사가 말기암 환자에게 기대수명이 얼마만큼 남았다고 이야기하면 절대로 그 기간을 넘길 수 없다는 사망선고로 착각한다. 그러나 의사가 말한 기간은 평균적으로 그 시기에 죽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지 전부가 그 때를 못 넘기고 죽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교해보자. 로또 한 장을 샀을 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약 8백만 분의 1이고, 5,000원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5등은 45분의 1로 약 2%정도다.

사람들은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일이 기적이 아님을 알고는 있지만 종종 “기적 같은 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반면 로또 숫자 6개 중 3개 맞는 5등에 당첨되어 5000원을 받아 들고 온 사람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구나!”라고 감탄하거나 비결을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말기암은 어떤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말기암 환자들도 암의 종류에 따라 1%에서 많게는 77%까지 치료가 된다. 말기암 완치는 로또 1등 당첨에 비견할 기적 같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로또 한 장을 사서 5천원 당첨되기가 더 어렵다.

말기암 치료는 기적?

TV에서는 말기암을 이겨냈다는 사례자를 따라다니며 그들 각자가 주장하는 식습관, 생활습관, 약초, 대체의학 치료 등을 생존의 비결로 소개한다. 이렇게 방송이나 광고, 언론에서 환자들이 병행한 효과가 입증된 치료인 병원에서의 치료는 간과하고 검증되지 않은 각자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로또 5등 당첨된 사람을 따라다니며 특별한 당첨 비결을 묻는 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짓이다.

말기암 환자들이 암을 이겨낸 이유는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한 비결 때문이 아니다. 원래 말기암 완치는 로또 5등에 당첨되기보다 확률적으로 쉬운 일이다.

환자 개인이 생각하는 완치의 원인 따위는 과학적 관점에서 증거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 과학자들은 치료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수고를 들여 임상시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하지, 환자의 의견을 묻지는 않는다.

드물게 항암치료를 포기하고서도 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기암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100% 죽는다는 착각 때문에 자신이 했던 행동들 중 무언가 특별한 비결이 있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암에 대한 항체가 생기는 등 면역계 스스로가 저절로 암을 이겨내는 경우도 있다. 멀쩡하던 면역계가 갑자기 자기 몸의 특정 세포를 공격해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듯이, 갑자기 암세포를 공격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넥시아의 사례

암에 대한 치료효과를 놓고 가장 논란이 된 사례로 한의사인 단국대 최원철 부총장이 개발한 암 치료 한약 넥시아가 있다.

단국대 융합의료센터와 최원철 부총장은 넥시아를 투약한 말기(4기)암 환자 중 200명이 완치됐다고 주장했다.

말기암 완치가 기적이라면 200명의 기적은 더 이상 따져볼 필요도 없이 놀라운 효과를 입증한 사건이 되겠지만 그건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다.

넥시아를 투약한 환자의 전체 숫자와 암의 종류,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시험이 없이는 200명이라는 숫자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한다. 200명이 유방암 환자라고 가정했을 때, 말기 완치율이 22%이니 넥시아를 복용한 환자가 1000명이었다면 넥시아는 암 치료에 아무가 효과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넥시아는 1996년부터 사용되었으니 훨씬 많은 환자들이 복용했을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암이 치료됐다는 사례만 발표를 할 뿐, 객관적인 효과 검증이 없어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효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넥시아 자체는 평가받은 적이 없지만, 넥시아의 신약 버전인 아징스를 만들어 식약청에 항암제로 인정받기 위해 임상 2상 시험에 들어갔다고 한동안 자랑했는데 통과하지 못했다.

넥시아 신봉자들은 말기암은 치료가 불가능해 넥시아로 치료받은 자기들 말고는 생존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며 해괴한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말기암이 사망선고이고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무지로 인해 넥시아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암과 현대의학

아이러니하게도 암의 발병률 수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발전을 거듭하는 현대의학이다.

암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한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젊어서 죽을 확률이 줄어다보니 노년층 인구 비율이 늘어나 전체적으로 암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암에 걸린 줄도 모르고 살다가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고령자들에게서도 진단 기술이 발달해 초기 암을 찾아내고는 암 환자로 집계한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암 환자의 생존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10년 생존율, 5년 생존율은 최소한 10년, 5년 전에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에 대한 통계다. 지금 암을 진단받았다면 발표된 통계치보다 전망이 밝다고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에이즈와 함께 가장 무서운 질병이었던 암은 이렇게 통계치를 분석해보면 생각보다 무섭지 않은 질병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암 치료율이 높아진 이유는 한 때 반짝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근거 없는 대체요법들 때문이 아니라 꾸준히 발전하는 현대의학 덕이다.

암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착각에 빠져 아무런 가치가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이용해 한 몫 챙겨보려는 사람들, 머리가 나빠서 혹은 뒷돈을 챙기기 위해서 거기에 장단을 맞추는 방송인과 언론인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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