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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혈’과 ‘경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방의 중요한 개념인 ‘경혈’과 ‘경락’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과학적 근거는 없다!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글은 수의사(Doctor of Veterinary Medicine)이자 동물 침술 등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춘 과학비평가 데이비드 래미(David W. Ramey)가 2001년 ‘사이언티픽리뷰오브얼터너티브메디슨(The Scientific Review of Alternative Medicine)’의 여름호에 기고한 논문 ‘Acupuncture Points and Meridians Do Not Exist’를 번역한 것입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황의원 원장이 번역(의역)했습니다.




요약(Abstract) 침술의 기본 교리 중 하나는, 바늘침을 반드시 “경혈(acupuncture point)”이라고 알려진 특정지점들에 꽂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특정지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의 어떤 선(lines)에 따라서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선은 일반적으로 “경락(meridian)”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혈 또는 경락이라는 것이 별개의 독립체로서 실재한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제시된 적이 없다. 더해서, 역사적 문헌에서의 경혈 및 경락의 위치는 오늘날 한방 시술에서의 경혈 및 경락의 위치와 큰 차이가 있다. 더구나, “가짜(sham)” 침술을 대조군으로 활용한 다수 임상시험 결과, 진짜 침술과 가짜 침술은 효과에서 차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치료 효과를 위해 바늘침을 신체의 특정지점에 정확히 꽂는 것이 중요하다는 침술 이론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중국의 전통에 따르면, ‘경혈(Acupuncture Point, 經穴)’이란 ‘기(qi)’라고 알려진 “생명력(vital force)”의 조절과 연계되어 특별하게 선정된 지점들이다. 중국의 전통에서 바늘침은 특정한 이론(음양, 오행 등등)에 따라 치료를 위해 피부 위의 특정지점들에 꽃히게 된다. 이는 또한 해당 한방사의 경험 및 숙련도와도 연관이 있다. 경혈은 진단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본 논문에서는 일단 “침술(acupuncture)”이라는 용어를 인체의 특정지점들에 순수한 바늘침만을 꽂는 행위에 국한하여 서술하였다.

“경락(Merdian, 經絡)”은 지리학에서 차용된 현대적 용어로서(편집자주 : 영어로 meridian 은 자오선(子午線)이라는 뜻이다. 서양에서 經絡 을 영어로 옮길 마땅한 용어가 없자 이 단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생명 에너지라고 주장되는 ‘기’의 순환로(vessels)를 나타낸다. 전통적 중국 침술에서 이 순환로는 ‘맥(mai)’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본 논문에서 “경락”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이론적 통로(theoretical pathway)’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됐다.

본 논문은 경혈과 경락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과연 있는지를 가려내기 위해서 여러 역사적, 과학적 문헌들을 검토하였다. 역사적 문헌 정보는 중국의 의학 역사에 대한 서적들과 1차 고문헌들을 번역한 여러 출판물들로부터 얻었다. 과학적 문헌 정보는 메드라인(MEDLINE) 검색엔진을 통해 얻었는데, “경혈(acupuncture point)”, “경락(meridian)”, “침술 경락(acupuncture meridian)” 등 의학 및 수의학에서의 침술 관계 문헌들의 용어들을 검색어로 사용했다.
 



경혈 ACUPUNTURE POINTS

역사적 근거

인체 외부의 특정지점들과 몸 속 기관들을 서로 연계시키는 발상은 중국만의 고유한 것은 아니다. 또 그것이 침술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사실 그러한 발상은 중국만이 아니라 몇몇 고대문명사회에서도 역시 발견된다.

예컨대, 인도의 아유르베다(ayruvedic) 의학 전통에 따르면, 인체에는 100개 이상의 ‘마르마(marma)’가 있다. 이는 수술 시에 피해야 한다고 전승되어온 지점들로, 부상을 당할 경우 치명적인 급소와도 같은 것이다; 이 지점들은 치료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다.[1] 중세 아랍 의학에서도 인체 내부 기관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신체 외부 지점과 연계돼 있다는 이론이 있었다. 이는 뜸술과 같은 형태의 부식요법(cauterization)에 사용됐는데, 명나라 당시에 보존돼 전해진 이슬람 의서인 '회회약방(Huihui yaofang, 回回藥方)'에도 기록되어 있다.

전통 중국 침술 이론에서는 일단 인체에 365개의 경혈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2] 이는 1년의 총 날짜 수와의 “우주적 상관성(cosmological correspondence)”에 기반을 두고 있다.[3,4] 관련 초기 문헌들에서는 해부학적으로 정확한 지점들에 경혈이 위치해 않았으며, 이후에야 위치가 정해졌다.[5]

만약 경혈이 '맥(mai)'를 통해 이동하는 ‘기(qi)'의 조절과 연관돼 있다고 규정한다면(이런 식의 규정이 중국 의학을 다룬 사가들에게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물들에게서는 전통적 경혈의 근거가 나타나지 않는다. 전통 중국 문헌들에서 몇몇 중국산 동물종들의 치료에 침술이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기록에 나타난 특정지점들이 바늘침을 꽂는 목적으로 활용됐는지는 불명확하다. 그보다 이 지점들은 사혈(therapeutic phlebotomy)과 관련된 지점을 나타냈을 가능성이 있고, 뜸술(moxibustion) 및 부식요법(cautery)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것일 수도 있다.

실증적 분석의 어려움

인위적인 365개의 “원조(original)” 경혈 지점 이외에 이후에도 경혈과 관계된 부위와 체계가 추가로 계속 더해졌다. 이중에는 1950년대에 한 프랑스인 의사가 제창한 ‘이침술(auricular acupuncture, 耳鍼術)’과 한국의 ‘수지침(hand acupuncture, 手指鍼)’도 포함된다. 수지침에서는 손바닥에 약 150개의 혈위가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침술 체계에서 제각각 사용된 경혈 지점들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국침술협회(British Acupuncture Society)’의 공동설립자인 펠릭스 만(Felix Mann)은 경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만약 현대의 침술 관련 문헌들에서 제안된 경혈 위치를 모두 믿는다면 우리 인체 피부에서 경혈이 아닌 곳을 더이상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6]

실증적 분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일부 종류의 침술이 전통적 방식대로 시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서양식 침술(Western Acupuncture)’과 같은 기법들에서는 바늘침을 꽂는 위치가 전통적 경혈 지점이나 해부학적 구조와는 무관하게 결정된다. 동물의 경혈 분석에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다.

동물의 경혈은 중국의 고대 그림들에서 비롯된 것인데, 사람의 경혈을 동물에게 옮겨서 넣은 경우도 있다. 말(馬)의 “전통적(traditional)” 경혈들과 “현대적(transpositional)” 경혈에 대한 도표를 보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7]

조직학적 근거

경혈이 존재한다는 그 어떤 설득력 있는 해부학적 근거도 없다.[8] 경혈은 말초신경과 인대, 힘줄 근처에 위치할 수도 있다.[9] 하지만 그것이 그 어떤 특정한 총제성있는 해부학적 구조로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몇몇 연구자들은 경혈이라고 여겨지는 다양한 조직학적 연구결과들을 보고한 바 있는데, 그것들은 말단신경(nerve terminal), 신경혈관(neurovascular bundle), 비만세포의 축적(mast cell accumulation)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 중 그 어느 것도 조직학적 계량 데이터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해서 제시된 바는 없다.[10]
 



생화학적 근거

네 마리의 개에 대한 데이터가 포함된 한 보고서에서는, 개의 경혈 지점에 위치한 피부 및 근조직(muscle tissue)에서 신경전달물질인 P물질(substance P)의 농도가 다른 대조군 지점들에 비해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하조직(subcutis)에서는 높지 않았다.[11] P물질은 신경전달물질로서 통증의 감각과 연관이 있다. 이 데이터를 얻는 과정에서 여러 동물 그룹에 대한 개별적 측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같은 네 마리의 동물들에게 반복된 측정이 이뤄졌다. 그래놓고서는 마치 개별적으로 얻어진 데이터인 것처럼 분석이 진행됐다. 추가로, 개별적인 경혈 지점들은 이 연구에서 서로 비교되지 않았다.

표면저항

몇몇 연구자들은 경혈 지점이 ‘표면저항(skin resistance)’의 감소로서 경혈이 아닌 지점과 구분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표면저항은 여러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엔 전극의 횡단면적, 가해진 압력의 양(피부에 가해진 압력은 표피의 각질층(stratum corneum)을 즉시 찌그러트리는데 이것이 표면저항의 90% 를 형성된다), 그리고 접촉 시간(contact time)이 있다.[7] 인체의 경혈과 관련된 표면저항은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조사됐다. 피부 상태, 전극 압력(electrode pressure) 및 주기적 변화량(diurnal variation)과 같은 변수들을 최소화시킨 다음에 10명의 건강한 자원자에 대해 8개의 전통 경혈 지점에 대한 반복적인 측정을 해본 결과, 같은 사람에 대해서도 또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표현저항과 관련 그 어떤 의미있는 패턴이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12]

운동점과의 상관관계

‘운동점(Motor points)’은 최소한의 전류만 가지고도 근육이 자극될 수 있는 부위이라고 정의된다. 이 지점들과 전통적 경혈 지점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 보기 위해, 한방사들과 신경생리학자들은 자원자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지점들을 선정하고 잉크로 해당 부위들을 표시했다. 자외선 검사(UV light examination) 결과, 비교된 31개 지점들 중 15개 지점들이 10mm 이상 떨어져 있었다. 즉, 경혈과 운동점은 동일하지 않다.[13]

발통점과의 상관관계

근막의 “발통점(trigger points)” 개념은, 침술에서의 경혈 문제와는 별개로 1950년대에 형성된 여전히 논란이 있는 개념이다. 이 발통점은 일반적으로 보통 조직에 비해서 견고한 근육 또는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이 집중된 부위를 의미한다. 발통점을 자극할 경우에는 통증이 유발된다고 하는데, 발통점과 거리가 먼 특정지점도 역시 통증을 유발한다고 한다.[14] 발통점과 경혈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일반적인 발통점 중 약 70% 가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사용되는 경혈과 3cm 이내에 위치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15] 그러나, 경혈의 개념은 발통점의 개념에 비해 명백히 더 넓다. 왜나하면 저 경혈은 통증 외의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경혈 중 일부만이 발통점과 일치한다. 마지막으로, 발통점의 존재 자체도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16]
 
자기공명영상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은 새로운 기술로, 피험자가 어떤 감각자극(sensory stimulation)을 받고 있는 동안에 뇌의 각 부위에 산소 운반도 차이를 탐지해 뇌의 활동을 분석하는 것이다. 쉬고 있는 동안에도 가능하며 일을 하는 중에도 가능하다.

관계된 최근 문헌들에 따르면, 침술을 통한 자극의 결과로 대뇌변연계(limbic system)와 체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x)의 부분들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발견됐다.[17]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실험에서는 가짜(sham) 침술을 이용한 대조군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변화들이 경혈과 관련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뇌 활동이 많아진 것은 단지 어떤 감각자극에 기인한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해볼 수 있다. 이 연구들은 더구나 침술로 인해 생겼다는 변화가 뇌의 특정 부위에서 특정하게 일어난다는 것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편집자주 :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는 1998년에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미국 ‘과학한림원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써, 특정 침점에 침을 놓으면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논문을 발표해서 큰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하지만, 조장희 박사는 논문을 발표한 8년 후인 2006년에 연구결과에 오류가 있었다면서 해당 논문을 공식철회(retraction)시켰다. "`침술효과 규명' 저명 논문 자진 철회")
 



임상적 근거

침술 관련 많은 임상시험들에서 가짜 침술을 이용한 대조군 실험이 실시됐다; 이는 “진짜(real)” 경혈과는 멀리 떨어진 지점, 또는 아예 완전히 “가짜(sham)” 경혈 지점에 바늘침을 놨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침술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때 가짜 침술 또한 거의 진짜 침 만큼이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18] 침바늘을 통한 자극 효과는 경혈 지점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며[19], “진짜” 또는 “가짜” 침술 어느 쪽에서도 교감신경계에서 동일하면서도 일시적이고 신속한 조건반사가 확인됐다.[20] 비슷하게, 말(馬)을 대상으로 침술 치료를 했을 때 “진짜(traditional)” 경혈과 “가짜(transpositional)” 경혈 모두에서 동일한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6]

(편집자주 : 워낙 다양한 경혈 지점이 제시되고 있는 관계로 진짜 경혈과 가짜 경혈이 객관적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다수 한방사들이 경혈 부위라고 오랫동안 널리 인정하고 있는 지점을 real 또는 traditional 이라고 하면서 진짜 경혈 부위라고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지점을 sham 또는 transpositional 이라면서 가짜 경혈 부위라고 하는 것이다.)


경락 MERIDIANS

역사적 근거

가장 오래된 중국 문헌('마왕퇴')에는 ‘혈액’과 ‘기’의 통로로서 11개의 ‘맥(mai, 일종의 순환계)’을 묘사하고 있다. 혈관은 ‘맥’의 본래 지시물이다. ‘맥’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사용된 시기는 기원전 4세기였는데, ‘춘추좌씨전(Zuo Zhuan, 春秋左傳)‘에서 말(馬)과 관련된 설명에서 거론됐었다 : “혼돈의 발산물, 야성적이며, 분출한다; 흑혈(dark blood)이 앞으로 분출하고, 관입한다; 팽창한 순환로(맥) 능선이 돌출돼 있다”(Zouzhuan, Xi 15,14.3a) “경락(meridian)”이라는 용어는 1939년에 프랑스인에 의해 제창됐다.[22]

인체에 대한 침술에 있어서, 경락은 그 숫자, 이름, 특성, 심지어 위치까지도 역사적으로 계속 바뀌었다. 기원전 1세기까지('황제내경') 순환로(맥)의 수는 12개로 늘어났다. “혈관에 대한 오래된 아이디어로부터 생리학적 이론으로의 전환은 그 주 목적이 인체에서 나오는 발산물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것이었는데, 이로 인해 혈관 그 자체가 아닌 ‘추상적 체계(idealized system)‘로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19]
 
하지만, '황제내경'에서 기록하고 있는 12개의 순환로는, 앞서 '마왕퇴' 문헌에서 기록하고 있는 11개의 순환로와는 대체로 달랐다. 1993년에는 이런 역사적 문헌과 관련한 문제가 더더욱 애매해졌는데, 유약(lacquer)으로 칠해진 경락도 모형이 서한(Western Han, 西漢)의 무덤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앞선 문헌들에서 ‘맥’이 11개라고 언급됐었는데, 이 모형에는 9개의 ‘맥’만이 표시돼 있었다. 모형에 표시된 ‘맥’ 중 2개는 앞선 문헌들에서 전혀 언급되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23] 18세기에 한 중국 의학철학자는 “원조” 인체 경락도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애통해 했다.[24]

‘말(馬) 침술(Equine acupuncture)’에 있어서의 경락은 그 기원이 1970년대며 서양 침술사들의 강한 입김으로 발명된 것으로 보인다.[25] 말(馬)뿐만이 아니라, 이후 다양한 저자들이 양, 돼지, 개, 고양이 및 다른 여러 동물들에서도 경락을 “발견”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인간의 경락을 동물들에게도 그대로 대입시킨 것들에 불과했다. (말(馬)은 사실 쓸개가 없음에도 그들이 쓸개와 관계된 경락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26] 일부 수의학적 침술 분야의 현대적인 시술사들은 말(馬)에 경락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며,[27] 일부는 인간의 경락에 대해서도 그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4]

실증적 근거

침술 경락이 설사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 개수에 있어서 “진짜(correct)” 개수에는 합의된 사실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 인체의 경우, 역사적 문헌들에 따르면 9개, 11개, 12개, 14개, 20개 또는 36개의 경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경락에는 거기에 딸린 수많은 부경락(submeridian)들이 있는데 이는 각 경락체계마다 다 다르다.
 



조직학적 근거

사람들에게서 경락은 신경, 혈관 및 림프관과 조응된다고 일부 문헌들에서 고찰했던 바 있다.[28] 이 문헌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데, 그 이유는 단지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헌들에 따르면 경락은 같은 신경, 같은 혈관 또는 같은 림프관에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찰된 어떤 경로(channel)도 저 3가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가 없다.[29]

표면저항

어떤 연구에서는 인체에서 팔을 따라 나있는 경락 위 지점(경혈)의 표면저항이, 경혈이 아닌 지점의 표면저항에 비해 적다는 결론을 내렸다[30]; 그러나, 이런 연구들은 그 방법론에 의해 경혈의 판명을 어렵게 하는 같은 문제들로부터 영향을 받기 쉽다.

방사성 트레이서 연구

‘방사성 트레이서 주사(radiotracer injections)‘를 통해 경락의 개념을 합리화시키려는 시도가 적어도 세 번 있었다. 초기 연구가들은 인체엔 주사된 방사성 트레이서가 림프관 또는 정맥혈관이 아닌 경로에서 사라졌으며, 이것이 경락의 존재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결과를 재현하기 위한 후속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으며 후속 실험 논문의 저자들은 방사성 트레이서가 그저 일반적인 정맥혈관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31] 세번째 연구에서는 특정 경혈에서는 경혈이 아닌 곳들에 비해 ’테크네튬(technetium, 편집자주 : 주기율표 7족 5주기에 속하는 전이금속원소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추적자로 사용하는 방사성 트레이서 연구에 쓰인다)‘의 흡수가 더 빨랐다는 결론, 즉 경혈에서 방사성 트레이서가 사라졌음을 시사하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역시 경혈이 아닌 일반적인 정맥혈관에서 방사성 트레이서가 사라졌다는 결론으로 다시 대치됐다. [32]

복사

바늘침을 놓음으로써 해당 부위로부터 떨어진 곳에 바늘침으로 인한 감각의 ‘복사(radiation)’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복사는 가상으로 정한 경락의 추상적인 경로와는 일반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4]

게다가, 그런 감각은 상당히 가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인체의 특정 부위에서 더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특정한 침술 기법에 더 잘 반응해 나타한다는 것이다.[32] 국부마취약을 경혈 피하 부위가 아닌 그보다 아래의 심층구조(deep structure)에 주사하면 이러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33] 또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신경기록실험(nerve recording experiment)’은 복사에 대한 감각이 ‘일차구심섬유(primary afferent nerve fiber)’의 직접적인 활성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34]

이러한 연구들 및 그밖의 다른 연구들은, 결론적으로 침술 자극으로 나타나는 변화가 경락을 따라 흐르는 ‘기’의 변화가 아니라 신경 시스템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다만 그런 자극이 경락이라는 개념의 고안에 기여했는지를 고찰해보는 것은 여전히 흥미롭다. 분명한 것은, 감각의 복사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확증되지도, 반증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서모그래피(Thermography), 초음파검사(ultrasonography), 자기력(magnetism), 빛, 열

일부 연구자들은 인체 표면의 온도 변화가 경락의 반사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35] 다른 연구자들은 초음파, 자기력, 빛 등의 다양한 양상들이 경락과, 경락이 아닌 다른 부위들 간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36] 이런 실험들의 결과는 제대로 평가해주기가 어려운데, 제공된 자료들이 통상 개략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 실험들도 엄격하게 잘 통제된 환경에서 수행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37]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경락이 물리학적 의미의 존재로서 신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들은 실험적인 재현(replication)이 필요하다.
 



결론 CONCLUSION

경혈 및 경락의 특성에 대한 여러 주장들은 제대로 평가해주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각 주장들이 가지각색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고, 관련 연구들에서도 제대로 된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주장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 매개 변수(parameter)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경혈 또는 경락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연구들은 중국에서 수행한 것들이다; 중국산 논문들에서 ‘출판편향(publication bias)’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1966년부터 1995년까지 중국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논문들 중에서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경우가 아예 단 한건도 없었다는 사실로서 명확하게 확인이 가능하다.[38]

현재의 침술 시술법과 역사적 문헌들에서의 침술 시술법 사이에는 명백한 모순도 존재한다. 또한 경혈 및 경락의 “진짜(correct)” 개수에 대해서도 오늘날의 한방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얘기해볼 수도 있겠다. 만약 경혈, 경락과 같은 그런 구조들이 정말로 존재하고 또 그걸 신뢰성 있게 증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해부학 및 생리학 연구에서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 어떤 혁명의 조짐도 없다. 침술의 임상적 효과가 무엇이든지 간에, 현재까지는 경혈 또는 경락이 별개의 독립체로서 실재한다는 그 어떤 믿을만한 근거도 없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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