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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술은 과연 통증에 효과가 있는가?

허리통증 및 다른 일반적 통증에 중점을 둔, 현대 침술의 근거와 신화에 대한 검토 보고서


※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 글은 사이언스베이스메디슨 블로그( http://www.sciencebasedmedicine.org )의 편집인 중 한 사람인 폴 인그래함(Paul Ingraham)이 통증 치료와 관련 침술에 대한 최신 논문들을 고찰한 글(Does Acupuncture Work for Pain?)입니다. 침술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유일하게 여겨졌던 통증 완화조차 최근의 연구들은 그 임상적 근거가 지극히 의심스럽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각주 등 읽을거리가 아주 풍부한 글입니다.


이 글은 원 저자인 폴 인그래함(Paul Ingraham)의 허락을 받고 올리는 글입니다. 폴은 인터넷 전업작가인 관계로 엄격한 저작권 조건을 지켜줄 것을 전제로 이 글의 번역 소개를 허락해주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선 이 글은 이곳 외에 다른 곳에 퍼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지라는 것을 알립니다(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외부에 이 글을 굳이 소개하겠다면 반드시 링크로 소개해주셔야 합니다.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번역했습니다.(2012년 10월 18일 기준 번역)



침술은 과연 통증에 효과가 있는가?

(Does Acupuncture Work for Pain?)



2009년 초에 '브리티쉬메디컬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은 침술의 통증 완화 효과에 대한 새로운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침술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1]

물론 이렇게 침술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며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관련 더 극적인 결과가 최근에 나오기도 했는데, 바로 의학 학술지 '페인(PAIN)'에서 발표된 논문이다. '페인' 은 통증 및 상해(injury) 관련 과학 분야에서 세계 10대 학술지 중 하나다. 2011년 초에 '페인'은 침술에 대해 철두철미할 뿐 아니라 가혹하다고도 볼 수 있는 비판을 가했다. '페인'이 내린 결론은 “침술이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득력 있는 실제 근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2]

이제는 기존에 침술에 우호적이었던 사람들조차 침술이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와중에도 침술의 효과를 주장하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3] 아마 이런 황당한 일과 관련한 최고의 사례는,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2010년의 한 논문일 것이다. 이 논문에서 침술을 옹호하는 저자들은 “플라시보(sham, 가짜) 침술도 진짜 침술만큼이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인정했다(물론, 만약 이것이 침술이 아닌 현대의약품과 관계된 연구였다면 이처럼 에둘러 플라시보 운운 얘기할 것도 없이 침술이런게 그냥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그들은 침술을 여전히 옹호하고 있다. [4]

2009년에도 허리통증 전문가인 처킨(Cherkin)과 데요(Deyo)의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침술의 효과와 관련 매우 실망스런 결과가 나왔던 바 있다. 허나, 이들 역시 오히려 자신들의 연구가 마치 긍정적인 결과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5]

가장 한심한 일은, 대체의학 연구로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만 축내고 있는 거대 조직인 미국 국립보완대체의학국(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옮긴이주 : 미국 정부가 설립한 대체의학 연구기관으로 한국의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실, 국립한의학연구원과 비슷한 성격의 기관이다.)이 여전히 침술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으면서 “침술이 통증이나 피로와 같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있어서 플라시보 침술보다도 효과가 있지 않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6] 미국국립보완대체의학국조차도 부정하고 있는 침술의 효과를 대체 누가 긍정하겠다는 것인가?

여하튼 이 모든 사실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간 침술의 효과에 대해 믿어온 사실들과는 확연히 대조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침술이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 의과학계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는 진실과는 전혀 다르다.
 



침술이 통증에 좋다는 허구
Acupuncture for pain has enjoyed a strong reputation


어찌되었든지 간에, 침술은 대체의학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poster child)가 됐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침술에 대해 “뭔가 특별한 게 있다”라고 믿는 듯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단호한 과학적 회의주의자들과 침술 비판가들조차도 침술의 효능을 부분적으로 인정했을 정도이다. [7] 그러나 침술의 효능에 대한 믿음에는 이런 점 외에도 더욱 특별한 점이 있다. : 바로 의료소비자들과 보건의료계열 종사자들이 특히 침술이 “통증에 좋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북미인들이 통증 완화를 위해 침술을 사용하려할 때, 그들은 종종 마법적인 진통 효과를 상상하곤 한다. 이 심적 이미지는 지난 1972년을 기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 도중, 기자였던 제임스 레스톤(James Reston)은 자신이 받은 맹장수술에 관한 기사를 썼다. - 당시 그는 “침술 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알려졌었다. 이것은 극적인 효과를 내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로,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침술이, 비록 통증을 파격적으로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의 침술에 대한 과학적 연구들 - 질적으로는 다들 수준이 의심스러운 - 은 그런 믿음에 힘을 실어줬던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수준 이하의 침술 연구 문헌들이 계속 발간되고 있다. 물론 이는 대개 형편없는 학술지들을 통해서 이뤄지는 일이지만, 종종 공신력 있는 학술지들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이뤄지곤 한다. [8] 비록 논문 자체는 수준이 떨어져도 말이다. [9]

이런 한심한 연구들의 유산으로 인해, 우리는 여전히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식의 연구결과를 많이 접하게 된다. 예컨대, 2005년에 미국 내과 전문 의학 학술지인 '애널즈오브인터널메디슨(Annals of Internal Medicine)'은 그때까지 발간된 침술 연구들이 제시한 모든 근거들을 검토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침술은 만성 허리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킨다.” (여기서 더 중요한 점은 논문의 저자들이 다음과 같은 내용 역시 덧붙였다는 점이다. “침술은 관련하여 활용되고 있는 다른 치료법들에 비해 더 효과가 있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허리통증이 치료하기 어렵기로 악명 높다는 점에서 이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이 문제는 다음 섹션에서 다시 다뤄질 것이다.) 이때부터 침술에 대한 회의론에 명분이 생기긴 했지만, 어쨌거나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침술 관련 연구 결과들을 통해서 침술에 일반적으로 좋은 인상을 갖게되는게 여전히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정말로 꼼꼼하고 철저하게 진행된 현대 침술 연구들 중 하나는 바로 2007년에야 비로소 등장했었다. 이 연구는 침술이 일부 현대의학적 치료법보다 효과에서 나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한방사들에게는 정말 좋은 소식으로 들린다. 안그런가? 그러나, 불행히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진짜 침술 Vs. 플라시보 침술 : 정말 중요한 실험은 바로 이것
Real acupuncture versus fake acupuncture: the only contest that matters


대부분의 침술 연구들, 특히 오래된 연구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는 제대로 된 “대조군(controlled)” 연구가 없다는 점이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실제로 검증할 치료법 또는 의약품과, 여기에 대조되는 플라시보 치료법과 플라시보 의약품을 각각 비교하는 “대조군” 실험은 상당히 중요하다.

꼼꼼한 독일인들은, 플라시보 치료법 또는 현대의학적 치료법이 침술 치료법의 “대조군이 되었던 적이 없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한 대조군을 만든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과학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침술 연구에 대한 논란에서 으레 튀어나오곤 하는 흔한 반박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있을 경우, 그것이 어떻게 효과를 낳는지까지 검증을 해서 자세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의학에서는, 우리가 뭔가 설명할 것이 있다고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그 뭔가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는 걱정은 굳이 하지 않는다. 만약 침술이 정말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비록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지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도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는 확고히 증명할 수 있다. 스티븐 노벨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침술이 어떻게 효과를 낳는지 그 기전(mechanism)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침술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 그것도 구체적인 지표(indication)로서 말이다. 허나, 최근까지의 왕성한 임상시험들에도 불구하고 침술의 효과는 규명된 바가 없다. 만약 침술에 대한 문화적 관성(cultural inertia)만 없었다면, 현재의 침술 관련 연구들에서 나타난 근거만으로도 이 치료법을 폐기시키기는 충분했을 것이다.”



연구 결과들은 2007년에 미국의 의학 학술지인 '아카이브즈오브인터널메디슨(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사실 허리통증과 관련, 제대로된 대조군을 둔 침술 연구로서는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규모(표본의 수가 충분했다)였으며, 잘 설계된 연구였다. 과거의 모든 연구는 이 연구에 비하면 더욱 한심해 보였다. 무작위배정(randomized), 맹검(blinded), 그리고 복수의 장소(multicenter)도 설정되었으며, 나란한 군간(parallel group)의 비교 시험이었다. 휴우, 정말 다 좋다. 헌데, 이 연구 결과 두가지 명백히 모순되는 점들이 발견됐다:


1. 침술과 플라시보 침술(sham acupuncture) 모두 현대의학적 물리치료, 그리고 운동 및 약물에 비해 나은 효과를 냈다.

2. 그리고... 기다려라... 침술이 플라시보 침술에 비해 효과가 더 좋지 못했다.

그렇다. 당신이 잘못 읽은 게 아니다. : 침술은 플라시보에 비해서 나은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진짜 침술과 플라시보 침술 모두 현대의학적 물리치료보다는 나았다. 이럴 수가 있나! 분명 물리치료사들에겐 좋은 날이 아니었을 것이다. 허나, 그것은 한방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정말로 매우 중요한 결과였다. 모두가 관심을 가질만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두가지 다의 혼합체였다.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기대 - 즉, 단순한 낙관 - 는 허리통증 치료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이며, 어쩌면 가장 중요할 요소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상태가 호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된다. [10] 그리고 침술 치료를 받는 사람들 - 진짜 침이건 감쪽같이 속인 모조품이건간에 - 은 ‘돌봐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현대의학적 치료법들은 환자들이 그런 기분을 들게하는데는 실패한 것이다.

환자들은 현대의학적 치료법들에 대해 냉소적이며,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나를 믿어라. 나는 마사지 치료사(massage therapist)로서 많은 세월 일해보면서 그걸 실제로 여러번 목격했다. 나는 환자들의 이런 냉소주의야말로 대체의학 관련 종사자들이 돈벌이에 바쁘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것은 나름 이해할만하다.

사실상, 허리통증에 대한 현대의학적 치료들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환자들에게 감명을 주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인 것이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침술이 기존 현대의학적 치료법들에 비해 환자들에게 ‘돌봐지고 있다’는 느낌을 더 심어주며 더 희망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헌데, 이러한 사실들은 결국 침술에 대해서도 환자들을 냉소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앞서의 연구의 저자들은 진짜 침술군과 플라시보 침술군 사이에 차이가 미미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침술 기전(mechanism)의 기반을 의심케 됐으며, 한의학에서의 전통적 경혈들에 대해 실제 자극이 행해지는지 여부는 전혀 불필요하다는 의심 역시 가지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렇다. 상당히!
 



그 이후로 침술의 평판은 나빠졌다
It has only gotten worse for acupuncture since


앞서 언급한, '아카이브즈오브인터널메디슨(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하케(Haake) 등 독일인 연구진의 2007년 연구는 최근 실시된 괜찮은 연구들 중 하나였다. 요즘 침술 관련 제대로 된 현대 연구들은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해서 진짜 침술과 플라시보 침술을 효과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11] [12]

이 모든 새로운 연구들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결과는, 진짜 침술과 플라시보 침술이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사실 플라시보 침술이 진짜 침술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침술이란 진짜건 가짜건간에 모두 플라시보로서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며, [13] 그들 중 어느 것도 기적적인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바늘침이 경혈 등 한의학의 전통적 규범에 따라 꽂히지 않더라도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근거의 질이 좋을수록 침술 지지자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침술 관련 연구들을 평가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대부분의 긍정적인 결과들은 어디서 발표되고 있는 것인가? 제대로 실시된 최근의 대규모집단 연구들에서는 결과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직접 비교해보고 대조해보시라.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다: 침술의 신화
Not so ancient after all: acupuncture’s myths


임상적 근거만이 침술의 문제가 드러나고있는 유일한 축은 아니다. 침술 관련 연구활동 및 학술활동은, ‘침술의 전설(Legend of Acupuncture)’같은 것이라고 부르기엔 참으로 민망한 내용들에 대한, 침술의 진짜 역사적 사실과 진짜 문화적 문맥과 관련 연속적인 지적 폭로(smart debunkery) 작업를 해왔다. 침술은 고대 중국의 지혜라기보다는 오히려 현대적 유행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조차도 침술의 핵심 개념들에 대한 역사와 기원은 미심쩍기 짝이 없다. 예컨대, 의사이며 특히 침술 훈련을 받았기에 더욱 믿을만한 의학 비평가이기도 한 벤 카포시(Ben Kavoussi, 옮긴이주 : 카포시는 따로 침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정식 의사는 아니다. 카포시는 원래 컴퓨터과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역 군인으로서 미육군 의료서비스 부대 소속의 장교 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병원에서 수술보조사(Physician’s Assistant)로 일하고 있다.)는 신비적이며 "오래된(ancient)" 침술의 경락들(meridians)이, 어떻게 실제로는 제멋대로식이며 현대적인 해석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던 바 있다. [14] [15]

침술은 그다지 오래된 것도 아니며, 한결같이 사용되어온 치료법도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에 재현되기에 앞서, 경락들(meridians)은 크면서도 확실한 혈관들(blood vessels)에 부합했던 것이며, 모두 다 기본적으로는 사혈(bloodletting)과 관계된 것이었다. - 이는 근대과학 이전의 중세 유럽 치료법과 동일했으며, 마법적인 힘과는 무관했다.

이것이 침술의 인기와 관련한 신화다. 심지어 중국 내에서 붕떠있는 인기와 폭넓은 이용자 같은 것도 다 날조된 것들이다. - 예컨대, 침술은 마취에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마취와 관련된 신화는 더 나중에 언급될 것이다.

이렇게 역사적 관점에서 침술을 파악하는 일은, 오늘날 세계에서 침술이 어떻게 나이브하게 과대평가되어버렸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침술이 실제로 인기가 있긴 한건가?
But is acupuncture actually even popular?


침술은 한방사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 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다. 사이언스베이스메디슨 블로그의 브래넌 맥켄지(Brennen McKenzie)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16]


나로서는 침술의 인기에 대한, 질적으로 수준높은 자료로 통용되는 어떤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술을 옹호하는 자들은 좌우간 침술이 인기가 높다는 주장을 하면서 자신들의 노력으로 빠른 속도로 그 인기가 날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오직 독선적이고 닫힌 사고의 괴짜들만이 침술을 반대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허나 우리가 갖고있는 근거에 따르면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 브래넌 맥켄지(Brennen McKenzie)


침술이 다소 인기가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그것은 대중들에게 그럭저럭 선택은 해볼만한 사항으로서 비쳐지고 있다. 즉, “한번 시도해볼만한(worth a shot)” 것 정도로만 보이는 것이다. 여전히 침술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소수의 환자들만이 시도해보는 한 선택사항에 불과하다. 사실 “시장점유(market share)”라는 측면에서는 침술은 현대주류의학(mainstream medicine)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침술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그야말로 사소하고 하찮은 기법의 하나일 뿐이다. 솔직히 나는 침술의 효과를 정말로 확신하는 환자들은 거의 들어본 적조차 없다. 또한 침술을 강하게 지지하는 증언들을 보면 명백한 결함이 있다. 이를테면, 플라시보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의 회복이라든지, 저절로 증세가 나아진 경우다.


더욱 상식적으로 보았을때, 그런 주장들은 뜨뜻미지근(tepid)하며, 모호하다. - “나는 침술로 인해 내 상태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와 같은 형태다. - 또는 솔직하게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 “아무 효과도 없다. 돈만 날렸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치료법이 진정한 인기가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

만약 침술이 인기가 있다면, 그것은 세계를 통증으로부터 구해내고 있지 못함이 분명하다. 수많은 종류의 만성통증들이 여전히 북미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 특히 허리통증이 그렇다. [17]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모든 종류의 만성 통증 환자들을 치료해본 내 경험으로 말하건대, 침술로 통증이 “치료된(cured)" 환자는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다. 내 고객들과 내 사이트의 독자들 중 많은 이들이 실제로 침을 맞아봤음에도 말이다. [18]

그렇다면 침술로 인한 마취 효과는 어떨까? 이것 역시 또다른 신화에 불과하다.
 



제임스 레스톤과 ‘침술 마취’ 관련 신화
James Reston and the “anaesthesia” myth


그렇다면 제임스 레스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그가 정말로 마취없이 수술을 받았을까? 그렇지 않다! 서두에서 그 이야기를 언급한 것은 일종의 설정(setup)이었다.

레스톤은 당시 국소마취제를 맞은 상태였다. 사이언스베이스메디슨 블로그의 철두철미하면서 명백한 내용이 담긴 한 시리즈에서,[19] 킴볼 앳우드(Kimball Atwood)는 “침술마취(acupuncture anesthesia)”가 중화인민공화국에서 1958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권유됐었다는 사실 - 바로 이것이 북미와 유럽에서 침술에 대한 강한 신화로 이어졌다. - 을 공개하면서 그것이 사실상 사기극이었음을 밝혔던 바 있다. - 레스톤과 마찬가지로 수술을 위해 바늘침을 맞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진정제(sedatives), 수면제(narcotics) 및 부분마취제(local anesthetics)도 투여 받았다. “침술 마취”의 사용 및 그 효과에 대한 통계는 엄청나게 과장된 것이다. 중국의 문화혁명 동안에 일반 환자들은, 의사들 및 다른 권력자들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말은 곧 그들이 관련해 불만을 표출할 입장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1970년대 후반에 비판의 자유가 생기면서 박식한 의사들이 침술 사기극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고, 결국 한의학의 사용과 존중의 문화는 그때 이후로 중국에서 감소하고 있다. 바늘침을 이용한 마취(anesthesia) 또는 무통(analgesia)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적어도 인간을 상대로 한 수술에서는 임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간 알려졌던 것보다도 고통스러운 과정을 마취 없이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에서의 “침술 마취”는 국가의 지원을 받은 고문행위(torture)의 일종으로 봐야한다. - 킴볼 앳우드(Kimball Atwood)


대부분의 곳에서 시술되고 있는 침술 치료는, 특정한 보건 증상들과 만성 통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설사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드는 마취 효과는 이런 효과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더 엄청난 일이다). 마취를 위해 침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며 우스꽝스럽게만 들린다. 아무도 침술마취같은 것을 시도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위스키로 국소마취제를 대신한 후에 이빨을 뽑았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로 들리지 않는가? 


사실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아무런 마취도 없이 견뎌내는 것은 우리 인간사에서 그렇게 낯선 일도 아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내 아버지는 극심한 트라우마들을 목격했고 또 경험도 해봤는데, 그는 국소마취도 없이 이빨을 깎아내는 치료를 받곤 한다. — “나는 마취가 정말 너무 싫다. 그냥 차라리 통증을 겪으면서 견뎌내는 편이 더 낫다.” 큰 통증을 견뎌낼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개인적 요인들은 많다. ... 그리고 그것은 상황에 좌우될 수 있다. 관련해 아무 간호사나 의사에게 한번 물어보라. : 우리 인간이란 놀라움 그 자체이며, 평소 당신이 생각해온 것보다 더 적게(또는 더 많이) 아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누군가 침을 “마취제” 대용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한다면 으스스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게 그다지 신비로운 일도 아니다. 매드슨(Madsen) 등의 연구진은 이런 허위마취(pseudo-anaesthesia) 현상을 플라시보 현상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풀이하며 그런 효과들이 확실하게 재현될 수 있다는 어떤 근거도 찾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플라시보 침술을 어디에서나 효과가 나타나는 ‘슈퍼 플라시보(super placebo)’라고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침술로부터 ‘슈퍼 플라시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 치료를 둘러싼 많은 감성적 드라마와 같은 환경을 필요로 할 것이다(최면처럼 어떤 연출되어진 상황같은데서나 효과가 나타나기에). - 이는 소규모 쇼핑몰에 위치한 작은 한의원같은 곳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나타날 수도 없는, 어떤 정신적 요인의 폭풍적 현상(perfect storm)에 강하게 좌우될 것이다. [20]

사실 자신이 태어난 곳(중국같은)의 문화적 환경에서 침술을 경험하는 것과, 북미의 상업화된 유행으로서 침술을 경험하는 것 사이엔 심리학적 차이가 있다. 나는 오늘 아침에 우연히 한방사의 사무실에 갈 일이 있었다. 그곳은 대체의학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식적인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 응당 의무적으로 둬야하는 것처럼 보이는 분수, 중국의 한자(Chinese characters), 또 명함에 새겨진 비트루비안 맨(Vitruvian Man, 옮긴이주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인체 비례와 관련 드로잉으로 그려낸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는 그림. 사람이 팔 다리를 뻗으면서 기하학적 형태의 정사각형과 원에 들어가 있다.), 싸구려 수료증 - 그리고, 그 한방사는 부끄러움을 타면서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대체의학 서비스의 매출를 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말해 그것은 시시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단조로운 환경에서 강력한 플라시보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내가 과학적 회의주의자가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똑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침술, 그 영광의 나날들은 끝났다
Acupuncture’s glory days are over


통증 치료제로서의 침술은 이미 끝났다. 최근의 과학은 침술의 효과를 의심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관에 못질까지 할 정도로 확인사살을 하고 있다. 2009년에 매드슨(Madsen) 등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썼다. :


우리가 발견한 침술의 제한적인(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진통 효과는 다양한 종류의 통증에 대한 침술치료 관련 코크란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의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 7건과도 부합한다. 해당 문헌고찰 논문들에 따르면 침술이 진통 효과를 나타낸 확실한 근거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21]


매드슨(Madsen) 등 연구진은 이미 확실해진 내용을 재차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 침술의 효과가 없다는 근거는 이미 너무나 확고하기에, 일부 흥미로운 플라시보 효과를 제외하고는 침술에 대해 더 이상 큰 관심거리도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항상 더 공부하고 배울 내용이야 있는 법이다. - 그러나 관련한 모든 근거들은 침술이 고대 중국의 미신 이상일 것이라는 세속의 희망사항들에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다. 현존하는 과학적 연구 중에 침술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연구조차도 아주 미묘한 효능만을, 그것도 낮은 가능성 이상을 시사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글쎄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미묘한(subtle)” 치료법따위를 원한단 말인가? 심각한 통증을 치료하는 것은 심각한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엄청난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야하는 상황에서 “미묘한” 치료법이 설 자리는 없다. [22]

이제 이야기를 계속 해 보자.


침술에 대한 연구는 차고 넘치게 있어 왔다. 그러나 그래도 침술에 대한 연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침술은 계속 되살아나는 좀비(zombie)와도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조악한 대조군을 둔 침술 관련 연구 문헌들을 읽고서 침술의 효과에 대해 글을 써제끼는 멍청한 기자들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침술은 강한 플라시보 효과를 발생시키며, 사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제대로 대조군을 둔 연구 결과, 이러한 결론은 재차 입증된 바 있다. 이 정도면 침술 연구는 이미 끝났어야 하지 않나? - 멜라니 해밀(Melany Hamill), 스켑틱노스를 위하여(for Skeptic North)


내 생각에는 더 많은 연구들이 (침술의 효과를 믿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해답이 되지는 않는다. 제아무리 많은 연구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더라도, (침술의 효과를) 진정으로 신봉하는 사람들(true believers)이 그 믿음을 포기하도록 설득하지는 못할 것이다. 항상 침술의 효과를 검증해보려는 “하나 이상의 연구”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더 이상의 쓸데없는 연구를 멈추고, 연구 시간과 자금을 더욱 유용한 결과를 낳는 곳으로 돌리는 데 동의할 수 있는 상식적인 지점이, 이제는 제발 나와야만 한다.- 해리엇 홀(Harriet Hall), '속‘ 침술 미신에 일침놓기(Acupuncture Revisited, 과학중심의학연구원 번역)


로마가 불타고 있음에도 빈둥거린다

Fiddling while Rome burns

만약 침술보다도 달리 더 나은 생각할 거리가 없고, 또 논의하기 더 좋은 연구거리가 없었다면, 침술이란 치료법이 나를 이렇게 불쾌하게 만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말로 실재하는 끔찍한 만성 통증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 그들은 나에게 매일 자신의 통증을 호소하는 글을 쓰고 있으며, 만성 통증과 관련한 각종 통계수치는 완전 위험수위까지 와있다. -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만들어주기 위해 즉시 뭔가가 행해져야 한다. 또한 환자들과 보건의료종사자들에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치료법을 교육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침술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 밖에는 안된다. - 그리고 사실 지금 이렇게 침술에 대해 논쟁을 하는 것조차도 역시 그런 낭비에 속한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침술을 긍정하는 유효하고 독창적인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어떤 강렬한 근거도 본 적도 없다.[23] 왜냐하면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침술에 대한 비판들이 무한정으로 소개됐기 때문에, 침술을 옹호하는 측이 침술의 효능과 관련해 가장 선호되는 근거란 결국 항상 가장 오래되고(oldest) 가장 미약하고(weakest) 가장 편향이 있는(the most biased) 것들이다. 이렇게 그들이 제시한 근거에는 전혀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그 효능들도 임상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 이건 참으로 헛수고일 뿐이다. 설사 지금껏 그 어떤 연구에서도 절대로 확인되지 않았던 침술의 효과가 앞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달라이 라마(Dalai Lama)는 과거에 칼 세이건(Carl Sagan)으로부터 만약 ‘윤회(reincarnation)’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지면 티베트 불교에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달라이 라마는 다음와 같이 답했다.


그렇다면 티베트 불교도 변해야 하겠지요. [24]


침술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돼야 할 것이다. 만약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그러리라 희망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새로운 근거가 나온다면 그것은 바뀌어야한다.

침술의 효과가 없다는 근거들은 충분히 나왔다. 사실 내가 침술에 대해 그나마 믿고/원했던 거의 모든 것들이 이미 지난 수년간 부서져버렸다. 과학비평 블로거인 오락(Orac, 옮긴이주 : 종양학자이자 의사로서 과학중심의학의 주창자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고스키(David Gorski)의 필명이다.)도 나와 유사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


믿거나 말거나, 이른바 “대체(alternative)”의학이라고 불리는 영역이 존재했고 나는 과거엔 이 영역에 대해 지금처럼 회의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대체의학 중에서도 동종요법(Homeopathy)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사이비과학적 생각들의 무더기라고 인식했었을뿐이다. 영기치료법(reiki), 접촉요법(therapeutic touch) 및 “에너지 치유법(energy healing)”과 같은 다른 형태의 대체의학 치료법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나는 상당한 분량의 관련 문헌들을 상세히 검토하게 되었다(사실 그렇게 할 필요까지도 없었지만). 그리고, 나는 (기본적으로는 과학에 기반을 두지 않았으며 또 근대과학 이전의 시대에서 유래했으면서 종종 신비주의적 기반을 가진) 이른바 “치유(healing)” 행위들의 무더기들을 더 많이 살펴볼수록, 그런 대체의학 치료법들에 더 많이 실망하게 됐다.

그렇대도, 내가 항상 눈여겨본 단 한 가지 대체의학 치료법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 치료법은 효과에 있어 플라시보 이상의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게 바로 침술이다. 물론, 나는 바늘침을 “경락(meridians)“을 따라 찌르는 행위가, 과학적으로 탐지되지 않는 ‘기(qi)’라고 알려진 신비스러운 “생명력(life force)”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거나 "열어주는지(unblock)“에 대한 신비적 허튼 소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침술이 역자극(counterirritant) 효과를 일으키거나, 또는 엔돌핀(endorphin)을 분비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침술에 대한 다양한 과학 문헌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더 많이 읽어볼수록 내가 이전에 생각해왔던 것보다 침술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평소 침술에 대해 다소 열린 생각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은 그것에 대해 사실은 깊이 생각해보고 공부해본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예전까지 침술에 대해 가졌던 생각은 그것이 아주 약간의(mild) 효과는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제 나는 그것이 정교한 플라시보, 그 이상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침술이 긍정적 효과를 낸다고 주장해온 거의 모든 연구들이 심각한 방법론적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또 제대로 설계된 연구들일수록 침술의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안다.


안전 문제
Safety concerns


결론적으로, 나는 침술은 안전하지도 않다고 강조하고 싶다.

피부를 망가뜨리는 다른 침습성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감염도 가능하고 침술에 의해서 생긴 마이코박테리아(mycobacteria)의 창궐도 지난 10년간 보고돼 왔다. [25]

게다가 플라시보 효과로 인한 역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환자는 종국적으로 배신당하고, "침술에 의해서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절망감을 가지게 된다. 이로 인해 그 환자는 향후 받게 될 어떤 치료법에 대해서도 불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6]

에른스트(Ernst) 등 연구진의 연구는 이런 주장들을 잘 뒷받침하고 바 있다. 그는 "심각한 부작용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이나 무기폐(collapsed lungs, 옮긴이주 : 폐의 일부가 팽창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부피가 줄어 쭈그러들어 나타나는 질환)가 여기에 해당한다. 안그래도 괴로운 만성통증에다가 패혈증(sepsis, 옮긴이주 : 미생물에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질환), 거기에 무기폐까지 더해진다면 설상가상이 아니겠는가!

물론,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나는 일이 흔하지는 않다. 그리고 사실 만약 어떤 약이 정말로 효과가 있을 경우에는, 거기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은 기꺼이 받아들일만 하다는 것은 “바보(no brainer)”라도 알 것이다. 허나, 만약 그 치료법으로 인한 명확하고 지속적이며 측정 가능한 이득이 없다면?

따라서 대개의 경우엔 아주 조그만 위험만이 있을지라도, 침술은 효과 자체가 없기에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부록_개인적인 관점: 지난 몇년 동안 침술에 대한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나
Appendix_A personal perspective: How it felt to change to my mind about acupuncture over a period of several years


나도 한때는 침술의 효과를 “믿었다”. 내 생각인데, 아마 나 말고도 대개의 사람들 역시 그리 믿었을 것이다. 물론 스티븐 배럿(Stephen Barrett)같은 명민한 이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칼 세이건(Carl Sagan)같은 이도 역시. 하지만 과거엔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 심지어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조차 - 침술에 대해서 그리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침술의 효과를 부정하는 점점 더 많은 양질의 근거와, 또 침술 치료는 "잠시 도움이 되었다" 정도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듯 하다고 하소연하는 수많은 환자들에 의해 설득되어 왔다. 침술은 결국 손톱 손질 정도 이상의 의미가 없는 민간전통의학(folk medicine tradition)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내 마음을 어떻게 바꾸었다는 것인가? 다소 꼴사납긴 했지만, 여하튼 그것은 마치 물속에 뛰어든 사람이 점점 숨이 차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나는 침술이 효과가 없다는 과학적 근거들이 제시될 때마다 감정적 저항을 느꼈다. 과학적 근거들에 의해 사실상에 포위됐음에도 나는 내 믿음을 다시 강화시켜주는 듯한 글들을 읽을 때마다 편안함을 느꼈었던 것도 기억한다. 사실 그런 글들은 대단히 많았다. 그러다보니 침술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계속 질적으로 저하되는 반면에 침술의 효과를 부정하는 근거들은 질적으로 점점 더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고서, 내가 본격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그리고 결국 변화가 생겼다. 나는 내가 침술의 효과에 대해 단호히 부정적인 의사들, 과학자들, 또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에게 더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제는 이들에게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를 설득시킨 그들은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영리한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영리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는 나보다 더 지혜로운 이들을 열정적으로 찾아 헤맨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내가 똑똑해지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당신은 과연 누구와 어울리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에 나는 그들과 생각이 달랐기 때문에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이긴 것이고 내가 설득된 것이다.

그런 지적인 사람들에 의해 내 생각이 도전받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진리를 이해하고 싶다는 내 욕망에 묻혀버렸다. 처음에 가졌던 껄끄러운 감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금 나는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됐으며 보다 더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각주
Footnote


[1] Madsen et al. Acupuncture treatment for pain: systematic review of randomised clinical trials with acupuncture, placebo acupuncture, and no acupuncture groups. British Medical Journal. 2009 : 이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침술로 인한 작은 진통 효과(small analgesic effect)가 발견됐지만, 임상적 타당성(clinical relevance)이 부족하며 실험설계의 잘못으로 인한 편향(bias)으로 나타난 결과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경혈들에 침을 놓든지 아니면 아무 곳에나 침을 놓든지 간에 통증이 완화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과연 치료 의식(treatment ritual) 자체가 주는 정신적 영향과 무관한 것인지부터가 분명하지 않다.” 이 결론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통증 치료라는 맥락에서 “작은 진통 효과”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 이 논문의 결론은 사실 침술을 추켜세우는 척 하면서 비난을 하는 것으로, 이 결론은 바로 이런 것이야말로 침술의 진정한 효과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침술의 효과란, (바늘침 자체가 어떤 의학적 효과를 일으키는게 아니라) 단지 "치료의식(treatment ritual)"을 통해 보살펴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인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 Ernst et al. Acupuncture: Does it alleviate pain and are there serious risks? A review of reviews. Pain. 2011. PubMed #21440191. : 이 논문은 침술 치료에 관한 수십개의 가장 잘 수행된 과학적 연구들을 세심하게 분석했다. 여기서 침술 치료의 대상 질환들은 골관절염, 두통 및 편두통, 요통, 섬유근육통 등이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긴 하지만 “작은 차이만이 진짜 침술과 플라시보(가짜) 침술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나타난 침술의 진통 효과는, 임상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일만한 통증 개선보다 수준 이하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옮긴이주 : 우리나라 국립한의학연구원의 최고 연구자 중 한사람인 이명수 박사도 참여한 논문이다.)

‘페인(PAIN)’은, 의학계에서 잘 알려진 양심의 목소리(voice of reason)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해리엇 홀(Harriet Hall)을 초빙해 저 논문에 대한 해제를 요청했다. 해리엇 홀의 해제는 보건의료분야 종사자들은 물론, 환자들까지 모두 읽기 쉽게 쓰여졌다. 이 해제는 사이언스베이스드메디슨 블로그에 공개 게재돼 있다: ('속' 침술 미신에 일침 놓기(과학중심의학연구원 번역))

[3] 한 한방사가 내게 다음과 같이 고백한 적이 있다. 바로 침술이 쓸모가 없다는 근거들이 너무 강력해서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메일을 통한, 절망적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는 긴 대화릍 거치면서 그는 매우 도덕적으로 변해갔고 결국 자신의 업종을 전환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플라시보의 힘을 판매하는 자신의 일상적 직업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본문 내용과 관련된 주제로서, 이 사례 역시 내가 왜 플라시보의 “힘”을 과장하는 것이 실제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각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 이렇게 플라시보의 “힘”을 과장하는 것은, 다소간 과학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대체의학 시술자들도 아무 효과가 없는 치료법들을 판매하기 위한 편하고 쓸만한 합리화 기제로서 이용되고 있다.)

[4] Berman et al. Acupuncture for Chronic Low Back Pain.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0. PubMed #20818865 : 이 논문은 엽기성(bizzare)에 있어 이미 예전부터 악명이 자자했었다. 이 논문이 엽기적인 이유는, 침술이 플라시보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저자들이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침술을 권장한다는 결론을 내려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이 논문이 보여준 엽기성의 절정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이하 NEJM)'이라는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점일 것이다. 이 의학 학술지의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NEJM' 편집진들의 해당 논문 편집과 관련하여 최고의 비판들은 사이언스베이스드메디슨 블로그(Science-Based Medicine)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크리슬립(Crislip)의 ‘'NEJM'과 침술: 최고의 학술지에서도 엉터리가 발표될 수 있다(NEJM and Acupuncture: Even the best can publish nonsense)’와, 노벨라(Novella)와 ‘'NEJM'에서의 '침술 사이비과학(Acupuncture Pseudoscience in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를 추천한다. 특히 크리슬립의 글이 정말 아주 재미있다.

[5] Cherkin et al. A randomized trial comparing acupuncture, simulated acupuncture, and usual care for chronic low back pain.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2009. PubMed #19433697 : 600명 이상의 환자들이 표준 침술 치료 또는 플라시보(가짜) 침술 치료를 받았다. 침술 치료와 “표준현대의학적 치료(standard medical treatment)”가 대조군처리된 연구처럼 알려졌었지만, 사실 이 연구는 대조군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맹검 처리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도 못했다. 진짜 침과 플라시보 침 사이의 차이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의 저자들은 침술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 연구의 설계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통계자료의 미비점은 아랑곳않고,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특히, 저자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가장 중요한 내용의 함의에 대해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 바로 그들이 발견했다고 생각한 그 미미한 효과마저 침이 꽂힌 위치와는 전혀 무관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침을 꽂는 위치가 그런 효과와 연관이 없는 것이라면, 침술은 사실상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다음과 같은 스티븐 노벨라(Steven Novella)의 언급이 더 합리적이다. : “저 연구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유일하게 타당한 과학적 결론은, 침술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노벨라의 꼼꼼한 분석을 읽어보기 위해서는 ‘침술은 허리통증에 효과가 없다 - 파트1(Acupuncture Does Not Work for Back Pain - Part I)’라는 글을 읽어보라.

[6] CAM: Taxpayer money spent on studies with questionable scientific value. Tsouderos. Chicago Tribune. 2011. : 미국국립보완대체의학국(이하 NCCAM)은 플라시보 효과의 중요성을 과대포장하고 있으며 또한 그 효과가 본질적으로 흥미롭다고 주장함으로써, 플라시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아닌 발견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지의 트소우데로스(Tsoudero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 침술과 같은 치료법들은 결국 실패작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 사실 제약사들은 식염수(salt water)나 설탕약(sugar pill)과 비교해서 효과가 없는 약들을 팔 수조차 없다. 그러나, 묘하게도 침술 및 다른 심신의학의 경우에는, 몇몇 병원들 및 그 지지자들에 의해 그것들의 치료 효과가 플라시보 반응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더 복잡한 뭔가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식으로 두루뭉실 넘어가면서 지지를 받고 있다” - 이는 좀 더 복잡한 의미인데,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정말 ‘좋은’ 플라시보 효과다는 식이다.

‘쏘 팔메토(saw palmetto, 옮긴이주 : 미국의 플로리다 지방에서 자생하는 톱모양의 야자수로 추출물이 전립선비대증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관련 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이 나왔다. 허나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정적이다.)’를 비롯한 여타 종류의 보완대체 치료법에 관해서 NCCAM 은 “그것들이 플라시보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에서 밝혀질 경우, 이는 효과가 없다는 근거가 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던 바 있다. 그러나, NCCAM 은 침술에 대해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시키지 않아 왔으며, 결국 침술이 플라시보에 비해 효과가 높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또 입증하는 데에나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연구들의 결과는 침술이 효과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도록 만드는게 아니라, 오히려 NCCAM 이 침술 연구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게 만들고 있다.” 스티븐 노벨라는 “지적 사기가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단지 의문점과 관련 규범을 조용히 바꾸고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노벨라는 예일(Yale) 의과대학의 신경과 전문의이며 NCCAM 에 대한 신랄한 비판가 중 한사람이다.

[7] 역사적으로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조차, 한의학은 우리가 유럽 및 북미에서 알고 있는 의학과는 전혀 극단적으로 다르기에, 침술의 세계 그 어딘가에서 또는 어떤 식으로든지간에 의학적 이점(medical interest)과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빈번히 말해오곤 왔다. 어차피 실제로 비정통의료에서 그와 같은 의학적 이점이 밝혀진 사례를 찾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저런 원론적인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그렇다. 한의학도 “그 어딘가에서” 어떤 의학적 이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침술의 효과를 부정하는 근거들이 축적됨에 따라,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은 침술을 집단적으로 불신하게 됐다.

[8] Li et al. Acupuncture for migraine prophylaxi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2012. PubMed #22231691. : 이 논문은 여러가지 방법론적 결함이 있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현대 침술 연구의 그야말로 충격적이면서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침술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하기 위한 불공정한 연구 설계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의 결과는 침술의 효과에 대해 확연히 부정적이었다. 저자들은 침술이 “편두통(migraine)에 임상적으로 미미한 효과만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추켜세우려는 듯하다가 결국은 깎아내려버린 것이지만, 사실 이 조차도 가장 좋은 결과들만을 선별해서 참조하고 더 중요한 부정적 결과들은 무시해버린 편향(bias)이 포함된 과장일 뿐이다. 스티븐 노벨라가 사이언스베이스드메디슨 블로그에 요약정리해놓은 바는 다음과 같다. : “연구 결과를 긍정적으로 유도해보려는 그 모든 편향의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연구 결과는 부정적으로 나왔다. 최초의 연구결과들에 대한 계측에 따르면 여타 침을 맞은 군들과 플라시보 침을 맞은 군과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9] Green et al. Acupuncture for shoulder pain.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05. PubMed #15846753. : 어깨통증에 대한 침술의 효과와 관련된 이 2005년의 논문은 코크란연합의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들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논문은 대부분 결함이 있는 소규모(9개) 연구들에 대해 문헌고찰을 한 것으로, 실망스러운 내용이다. 이 논문은 “어깨통증에 대한 침술의 효과를 긍정하거나 또는 부정할 근거가 거의 없다”고 명백하게 명시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한발 물러서서는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 관련 단기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엄청나게 보잘것없고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들의 조각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 “침술을 통한 통증의 완화와 기능의 개선은 2~4주간 플라시보(가짜) 치료를 받은 효과와 거의 비슷했다.” - 이것이 결론이다.

[10] Schultz et al. Psychosocial factors predictive of occupational low back disability: towards development of a return-to-work model. Pain. 2004. PubMed #1471539. : 이 연구는 허리통증 발생 이후 직장 복귀 시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밝혀냈다. “(해당 결과를 낳는) 밝혀진 핵심 사회심리적 예측요인들은 바로 건강 변화에 대한 자각과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11] 플라시보 침에는 경혈(acupuncture point)이 아닌 곳에 침을 꽂는 것과, 실제로 피부를 뚫지 않는 침들을 사용하는 것이 있다(여기서 후자는 무대에서 쓰는 연기용 칼처럼 누군가를 찌르려할 때 칼날이 칼손잡이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것과 같은 형태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진짜” 침을 맞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예컨대 매드슨(Madsen) 등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환자들이 기(Qi)를 느끼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경우, 높은 비율의 환자들이 그렇다(yes)고 답한다. 실제로는 피부 속을 뚫고 들어가지 않는 플라시보 침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에도 말이다.” 바늘침들이 실제 피부가 아닌, 바늘침들을 감싸고 있는 고무손잡이(rubber hand)에 들어간 상황에도 환자들이 “기를 느낀다”고 답한다는 건 엽기적이면서도 좀 웃기는 일이다(지금 내가 없는 얘기를 만들어내는게 아니다). 이건 간단한 언급 이상의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실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정말로 중요한 점은 바로 사람들의 감정이 임의로 조절될 수 있다는 점이며, 감각(sensations)이라는건 세포조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뇌가 인식하고 있는 내용과 관계돼 있다는 것이다.

[12] 많은 침술 지지자들이 대조군 문제와 관련하여 불만을 표출한 바 있으며 그들은 지금의 플라시보 바늘침들이 효과적인 대조군(control)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허나 그들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말은 물론 사실이며, 지금의 플라시보 바늘침이 완벽한 대조군이 아닌건 분명하다. - 그러나 그 정도만 되어도 대조군으로서 나름 충분한 것이다(그리고 대조군을 아예 포함시키지 않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 만약 침술이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그 어떤 플라시보 대조군에 비해서도 확연하게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침술 지지자들의 방식대로 논쟁하는 것은, 정말 따로 지적 훈련이 필요할 정도로 피곤한 일이다.

[13] 매드슨(Madsen) 등 연구진의 분석 결과는 진짜 침술이 플라시보 침술에 비해 약간 더 나은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그러나 그 차이가 너무 미미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 정도의 차이는 진짜 침술이 플라시보 침술에 비해 평균적으로 환자와 시술자에게 더 호소력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현재의 플라시보 침술은 아직 맹검 측면에서 다소 불완전하기에). - 이로 인해 약간 더 강한 플라시보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14] The Acupuncture and Fasciae Fallacy. Kavoussi. www.sciencebasedmedicine.org. 2011 : 이 글에서 벤 카포시는 침술의 현재 형태는 소아과 의사인 첸단안(Cheng Dan’an, 承淡安, 1899-1957)에 의해 1930년대 초에 발명된 것이라고 설명한다.(‘The Acupuncture and Fasciae Fallacy' 와 래미(Ramey)의 다른 글을 참조하라). 그 이전에는 대부분의 역사 동안에 침술은 사혈(bloodletting)의 한 방법으로서 존재했다. - 이것은 근대과학체계 이전 중세 유럽에서의 치료법과 유사하다.

[15] Ramey. Acupuncture and history: The “ancient” therapy that’s been around for several decades. ScienceBasedMedicine.org. 2010. : “침술을 다루는 거의 대부분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침술이 중국에서 수천년간 사용되어왔다는 점을 꼭 언급하고 있다. 그런 언급을 하는 명백한 이유는, 침술이 아주 오랫동안 존재했었다는 얘기를 함으로써 그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함의를 전하기 위해서다. 물론 치료법의 역사가 오래됐다고 해서 그것이 효능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가령, 점성술은 침술보다 더 오래 전부터 애용돼 왔지만, 점성술의 결과가 정말로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더구나, 침술의 오랜 역사라는 신화에서 정말로 짜증나는 부분은, “오랜”이라는 부분이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16] How popular is acupuncture? McKenzie. www.sciencebasedmedicine.org. 2011.

[17] 입증되지 않았으며 증명하기가 극도로 어렵기는 하지만, 몇 가지 종류의 만성 통증, 특히 허리 통증은 과거에 비해 그 환자들의 수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Save Yourself from Low Back Pain’을 참고하라.

[18] 내가 환자들과 독자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더 이야기 한다면 다음과 같다. : 나는 “치료된” 환자들이 같은 문제로 나를 다시 찾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반기는 사람이다. 허나 나는 실제로 통증을 겪은 환자들을 많이 알고 지냈음에도 침술로 인해 어떤 질환이 완치됐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손목 통증으로 내게 찾아오는 환자들 중 그 누구도 “제가 과거에 목 통증이 있었는데, 한방사에 의해 완치됐어요”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들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침을 맞고도 치료에 실패한 경우들뿐이다. 모든 치료법들을 다 시도해 봤다는 환자들의 경우를 보면, 다들 침을 맞아봤다고는 하는데, 거의 효과가 없거나 아무 효과도 없었다고들 한다.

[19] Acupuncture Anesthesia poclamation from Chairman Mao. Atwood. ScienceBasedMedicine.org. 2009.

[20] 어쩌면 ‘정신승리자(wishful thinker)‘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침술의 효과는 있을 것이고 그건 불규칙하게(erratic) 나타날뿐일 것이다. 단지 과학이 잡아내기 어려울 뿐이다!” 그러게 아마도. 그러나 과학이 잡아내기 어려워서 우리가 그 존재조차 제대로 증명할 수가 없는 효과는 치료에서 사실상 쓸모가 전혀 없다. 만약 우리의 표준 치료 규약(standardized treatment protocol)이라는게 정말 분명하고 확실한 방식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건 의료라고 부를 수가 없다. - 적어도 나는 그런 의료 행위에는 돈을 쓰고 싶지 않다. 그 “불규칙한(erratic)” 속성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Impress Me” 테스트를 참조하라.

[21] 코크란연합의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들은 현재까지 이 주제와 관련 과학적으로 가장 권위가 있는 연구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22] 폴라 카멘(Paula Kamen)은 “미묘한” 치료들의 부당함에 대해 훌륭하게(그리고 유쾌하게) 서술했다: 내 머리속의 모든 것들 : 수그러들줄도 모르고 총체적으로 불합리하며, 지적했을 때 약간의 계몽적 성격이 있을뿐인 두통거리를 치유하기 위한 탐구의 서사시(All In My Head: An epic quest to cure an unrelenting, totally unreasonable, and only slightly enlightening headach)

[23] 내가 에른스트(Ernst) 등 연구진의 연구에 대한 긍정하는 반응을 남기자, 내 페이스북에 많은 사람들이 모욕적인 비판 의견을 남겼다. 그들은 화가 나있긴 했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실제로 방어할 능력은 없었다. 그들은 사실상 어떤 근거도 대지 못했다. 이미 오래 전에 논파된 신화들만을 반복해서(격한 어조로) 주장했다. 그런 신화엔 심지어 중국에서 침술이 마취제로 사용됐다는 뻔한 내용도 있다. 도대체가 침술을 옹호하는 이들은 항상 이런 식이며, 그 한심함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침술을 옹호하는 이들은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소리를 지르고 테이블을 두들기지만, 어떤 설득력 있는 자료나 논리, 또 일관성 있는 추론은 절대로 제시하지 못한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옹호하는 침술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지식조차도 결여돼 있다.

[24] 물론, 달라이 라마는 누구도 윤회의 존재를 완벽하게 반증(옮긴이주 : 없다는 것을 증명함)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건 그의 생각이 옳다 보인다. 마찬가지로 지구와 화성 사이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찻주전자’같은 것이 절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도 무척 어려우니까 말이다(옮긴이주 : 유니콘이나 산타클로스, 여호와, 제우스처럼 반증이 어려운 미신적 존재는 어차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로 철학자 러셀이 댄 사례이다). 어쨌든 달라이 라마의 “그렇다면 티베트 불교도 변해야 하겠지요”라는 답변은 분명히 제대로 된 것이었다. - 중요한 것은 근거다. 만약 그것을 확보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25] Woo et al. Acupuncture transmitted infections. British Medical Journal. 2010. PubMed #20299695. : 침술의 해악성은 무엇인가? 작기는 하지만 감염의 위협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 피부를 꿰뚫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다. 침술은 그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저 '브리티쉬메디컬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의 편집본에 따르면 침술로 인한 마이코박테리아(mycobacteria)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추가로 “침술을 통한 감염의 발생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침술을 통한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 감염의 첫 번째 사례가 2009년에 나타났다. 시중감염형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CA-MRSA)의 출현으로 인해 이 문제가 악화될 수도 있다.”

우(Woo)의 문헌에 대한 흔한 반박은 그것이 “공포를 조장한다(mongers fear)”는 것이며, 또한 그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오래된 근거들을 인용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시기는 소독된 바늘침들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전이었다. 그러나 이런 비판자들은 우(Woo)가 최근의 감염 사례도 인용했다는 사실은 간편하게 무시하고 있다. - 노골적으로 편향된 주장인 것이다. 과연 우(Woo)가 공포 조장자(fear mongerer)인가? 그는 침술의 위험이 막대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중립적인 입장에서 알려진 내용들에 대한 보고서를 썼을 뿐이다. 치료법의 위험성을 검토하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있으며, 그 치료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치열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치료법의 위험성에 대해 의학 학술지에 기고하는 일도 공포 조장(fear mongerer)에 속한다면, 도대체 어디다가 글을 쓰란 말인가?

[26] 면허 마사지 치료사(Massage Therapist)로서 일해보면서 나는 이런 식의 침술이 주는 플라시보 효과에 대한 역효과를 정기적으로 목격해온 바 있다. 일반적인 통증 환자들, 특히 허리통증 환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통증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고 우려하는 강한 성향이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침술의 플라시보 효과가 사라졌을 때, 이러한 우려는 강화되고 고통은 더 극심한 수준까지 올라간다. 이건 심각한 함정이다. 이에 대해 ‘Save Yourself from Low Back Pain!’에서 더 자세히 설명했다.
 


 
추가로 읽어볼 문헌들
Further Reading


“Science-Based Medicine Acupuncture Resource Page” 사이언스베이스드메디슨 블로그에 올라온 자료들을 모아놓은 페이지다. SBM(Science-Based Medicine)의 훌륭한 자료들은 과학중심의학의 개념에서부터 이와 비교되는 근거중심의학의 주제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 “왜 “근거”중심의학이 아니라 “과학”중심의학인가?”(과학중심의학연구원 번역)를 참조하십시오)

Acupuncture Anesthesia: A proclamation from Chairman Mao, 침술 마취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글들을 모은 기이한 내용이 담긴 시리즈다.

SY Alternative to What? — “대체”의학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무엇을 대체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폴 인그라햄(Paul Ingraham) 자기 소개(BIO)

학위와 경력 사항 : 저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10년간 마사지 세라피스트(Massage Therapist)로 일했습니다. 보건 과학(Health Sciences)쪽 학위를 받기까지 아직 두 개의 수업이 남아 있으며, ‘사이언스베이스드메디슨 블로그(http://www.sciencebasedmedicine.org)’에서 편집인 일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치료과학(therapy science)을 공부하는데 많은 세월을 보냈으며, 관련한 제 성과는 전 세계의 독자들 및 전문가들과의 수천번에 걸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현격하게 개선되었습니다. 저는 전업으로 이 웹사이트를 관리하고 있으며, e북을 통해 (보건과학 분야의) 상세한 지침서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추가 정보를 위해서는 ‘Who Am I to Say?’를 참조하십시오.
   
 


5대 한의학 치료법에 대한 과학적 평가 (과학중심의학연구원 백서) :

5대 한의학 치료법의 과학적 평가 : ‘한약’편

5대 한의학 치료법의 과학적 평가 : ‘한방물리요법’편

5대 한의학 치료법의 과학적 평가 : ‘부항’편

5대 한의학 치료법의 과학적 평가 : ‘뜸술’편

5대 한의학 치료법의 과학적 평가 : ‘침술’편


중국의 한의학 비판이론가 장궁야오 교수 관련 기사 :

한의학은 왜 퇴출되어야 하는가?

쇠퇴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한의학

허위의학으로서의 한의학(中醫)

대한민국 한의학 폐지론

중국인 의사가 한의대생에게 보내는 편지



한의학의 과학적 검증 관련기사 :

한약의 독성과 부작용 문제에 대하여

유럽에서의 '한약 원인 신장병' 위기

의과대학에서의 “보완대체의학” 교육이 낳은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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