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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는 흔한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종류이기 때문에 감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같은 부류의 바이러스라고 해도 작은 변이에 의해 숙주에 대한 반응은 전혀 다를 수 있어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박쥐를 숙주로 삼다가 낙타에게 전염이 되었고 낙타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 것으로 사람에게서만 기생해온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와 가까운 친척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장 많이 연구된 바이러스 중 하나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를 보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B,C 세 가지 형(type)으로 나뉘고 A형은 HA(hemagglutinin)와 NA(neuraminidase) 단백질을 기준으로 H1N1, H3N2 같은 식으로 각각 십 수 가지 씩 밝혀진 HA와 NA 두 가지 단백질의 조합에 따라 아형(subtype)을 분류한다.

같은 A형 인플루엔자에 아형까지 같은 A형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만 하더라도 어떤 부류는 조류에 기생하고, 어떤 부류는 돼지에 기생하고, 어떤 부류는 사람에 기생하고 숙주가 서로 다르다. 2009년 신종플루가 돼지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왔듯이 숙주를 바꾸고 새로운 숙주에 적응해 진화하는 일도 수 년에서 수십 년 마다 벌어진다.

2009년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높고 전염성도 강했던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와 같은 H1N1 아형이라 전문가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계절성 독감인 H3N2 아형보다 병원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류에 기생하는 H5N1 아형도 대개는 조류에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사람에게는 감염하지 않는데 HA 유전자에 고병원성 변이를 가진 고병원성 H5N1 인플루엔자는 조류에게서 집단 폐사를 일으키고 사람도 죽여서 치사율이 60%에 이른다.

바이러스는 구조가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비슷한 종류라 해도 작은 유전자 변이가 성질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메르스가 일반 감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다.

메르스의 성질은 병원성이 약하고 전염성이 강한 감기 코로나바이러스보다는 병원성이 강하고 사람한테서는 전염성이 약한 고병원성 H5N1 조류인플루엔자에 가깝다.

메르스가 조류인플루엔자만큼 무섭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섭기로 따지면 조류인플루엔자가 훨씬 무섭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사람 사이에서는 전염이 잘 안 되지만 조류를 통해서 전염될 수 있어 확산의 위험이 크고, 주로 건강 상태가 나빠 병원에 누워있던 환자들을 죽게 한 메르스와는 달리 건강한 사람도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진화의 속도도 빨라서 병원성과 전염성이 모두 높은 형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처(Nature)'에 2008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40년부터 2004년까지 335가지의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이 발생했다고 한다(Global trends in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신종 감염병의 위험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국가 간의 인적 교류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외딴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감염병이 전세계로 퍼질 확률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성질이 각양각색이듯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성질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달리 통용되는 치료제도 없기 때문에 초기에 진화시키는 것이 상책이다. 이번 메르스 방역 실패를 교훈삼아 앞으로의 위기를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인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수석이사는 생명과학자로서 인플루엔자 연구를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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