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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86 선배의 좌충우돌 (첫번째)

편지형식으로 쓰는 한 늙다리 386 의 후배세대들에 대한 고언


이 글은 운동권, 시민단체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한 필자가 나라의 현실과 미래, 우리나라의 사상지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이를 가상의 386세대 인물을 설정해서 풀어쓴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후배 ‘좌충’ 군과 ‘우돌’ 군에게...

안녕. 좌충 군과 우돌 군, 나는 자네들보다 연배는 20년 이상 위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열정만은 자네들 못지않은 자네들의 대학 선배 ‘삼팔육’이라고 하네.

내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는 속칭 386세대의 일원이야. 내 나이 48세, 87학번, 68년생이니까, 386세대(이십여년전 언론이 우리가 30대일때 붙인 호칭인데, 이제 40대가 되었으니 우릴 486세대라고도 부르지)의 끝물을 타고 나왔다고 할 수 있지.

내가 대학교를 다니던 중에 국내적으로는 대규모 민주화 항쟁이 있었고, 그로 인한 6.29선언과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었어. 대외적으로는, 88올림픽이 있었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공산권의 민주화 붐이 일면서 세상이 격동하였던 시기이기도 하지.

이런 늙다리 선배가 왜 자네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하여 펜을 들었는지 아나? 자네들 세대의 고민을 공유하고 싶고, 보탬을 주고 싶기 때문이야. 자네들이 서로 친구들이면서도 좌우로 갈라진 의견을 가지고 서로 다투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잘 알고 있네.

좌충 군은 진보좌파 진영이고, 우돌 군은 보수우파 진영에 속하여 있더군. 사회에 대하여 바라보는 시각이 정반대이고, 둘 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잘못된 시선 때문에 그것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 나는 두 사람의 고민을, 모두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나이기 때문에, 젊은 날의 고민들과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다면 자네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를 조금 더 소개하지. 나는 대학 시절에 데모를 많이 했었어. 내가 다니던 시절의 대학들에서는 조직적인 운동권 모임들이 많았지. 나는 운동권 선배들이 많은 풍물패 동아리에 가입하였고, 그 조직을 통하여 많은 교육을 받았었어. 속칭 “빨간 책”이라 불리는 사회과학 서적들을 공부하였지.

이들 중에는 공산주의나 북한의 주체사상을 그대로 소개하는 책들도 있었어. 젊은 날의 내가 그것들을 공부하였을 때의 느낌을 묘사해 볼까?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만 같았어. 대한민국이라는 기존의 질서체계는 쓸어버려야 할 대상이었지. 소수의 기득권이 기름진 배를 쓸어내리고 있고, 다수의 노동계급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한스런 삶을 살아가는 곳. 우리 민족의 우리 땅에 이런 몹쓸 질서체계를 확립한 미국 제국주의 세력들은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반드시 타도하여야 할 대상이었어.

학과 공부보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공부가 훨씬 가치 있는 공부로 생각하였었지.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하여 누군가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을 우리는 생각하고 기획하였었어.

군대를 다녀오고 교수들에게 학점을 구걸하여 겨우 졸업한 때가 20대 후반, 지금 자네들의 나이 정도 되었을 거야. 나는 운동권 조직에서 함께 했던 선후배들과 시민단체를 차렸어. 그 시민단체는 명목상으로는 소비자 권리 보호 조직이었지만, 사실상 운동권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곳이었지.

우리는 학창 시절 하던 공부를 지속하였어. 그러면서 무지몽매한 우리 이웃들에게 우리의 사상을 전파하고 선동하기 시작하였지. 당시 소련을 비롯한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북한에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었었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았어. 전 세계적 공산주의 역사에 있어서 잠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라 생각하였지. 공산주의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며, 이제 정말 제대로 된 공산주의 체제를 한반도에서부터 이루어 보고자 하는 신념이 우리들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던 거야.

그래, 이런 젊은 날을 겪어온 나였기 때문에, 나는 좌충 군, 자네의 생각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네. 자네는 아마 공산주의가 뭔지, 주체사상이 뭔지에 대하여서는 잘 모를 거야. 아마, 누군가가 공산주의나 주체사상과 좌충 군이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본다면, 자네는 기겁을 하겠지.

자네는 자신이 순수한 민주주의 세력이며, 약자의 편에서 모든 일을 생각하기에, 좌파 진영을 선택하였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그렇게 이야기를 하겠지. 그래, 자네의 사상의 뿌리는 인본주의이며, 인간 중심 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아마 “좌파”라는 말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보다는 “진보”라는 말이 더 그럴 듯하게 생각되겠지. 역사의 진보를 앞당겨 실행시키겠다는 의미이지.

하지만 그거 아나? “진보”라는 말은 사실상 공산주의 개념에서 온 말이야. 공산주의 사상에서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의 전단계이며, 역사의 진보를 위하여 사회주의를 거쳐 공산주의로 진화한다고 되어 있거든. 공산주의에서 역사의 진보란 소수의 자본가 위주의 권력에서 다수의 약자인 노동자 농민 위주의 권력으로의 탈바꿈을 말해. 공산주의자들 스스로 자신들 입장에서 진보를 정의하고, 자신들을 진보 세력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 “진보”라는 말의 연원이지.

아, 물론 자네는 그렇게 이야기하겠지. 자네가 생각하는 경제 모델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북유럽식 사회주의 모델이라고 말이야. 좋은 말이야. 하지만, 현재 북유럽식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산권 붕괴 전에는 소련식 사회주의를 지지하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아. 공산권 붕괴로 갈 곳을 잃은 PD 세력들이 그 대안으로 들고 나온 것이거든.

사실 그들의 변심을 탓할 수는 없어. 그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자네를 탓하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어. 자본주의 체제와 북유럽식 사회주의는 상호 장단점이 있지. 세상에 100% 자본주의 체제와 100% 사회주의 체제는 없는 법이거든. 결국 양단의 장점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의 문제야. 이에 대한 대안 제시는 우리가 편지들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루어질 거야.

그리고 또 하나. 자네들이 자주 들고 나오는 “인간 중심”이라는 구호 말인데... 과거 어느 좌파 대선 후보 진영에서도 비슷한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온 적이 있지. 굉장히 조심해서 사용하여야 할 말이야. 김일성 주체사상의 제일 구호가 “인간 중심”이거든. 좌충 군 자네에게 항상 염려되는 부분이 사실 그런 부분이야. 자네들의 순수한 열정은 이해하지만, 자네들의 구호나 활동이 어떤 세력에게는 매우 이용가치가 높은 떡밥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 특히 자네들의 통일에 대하여 가지는 매우 낭만적인 시각이 염려가 많이 되는 부분이야.

그래, 여기까지가 좌충 군에게 전해 준 쓴 말이었어. 듣기가 편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여 줄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지난날 내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신물을 일으켜서 전향을 하였듯이 말이야.
 



이제부터는 우돌 군과 통할 시간이 왔어.

우돌 군,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나는 가끔 의혹이 들기 시작하였어. 우리들이 타도하여야 할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는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데, 모델로 삼고 있던 소련 동구권은 완전 망하여 버렸지. 그 이후 새로운 종주국으로 생각하고 있던 북한은 가난하긴 하여도 모든 인민이 행복한 땅이라 알고 있었는데, 탈북자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

처음에는 탈북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었지.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서 꾸며낸 사람들일 거라 생각하였어. 김현희의 KAL기 사건도 마찬가지야. 모두 조작된 일들이라 생각하였어. 하지만, 탈북자들의 증언이 차차 구체화되고, 그들의 말 속에 담긴 진심이 나를 울리기 시작하였어.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한 탈북 여성을 만나게 되었어. 남남북녀라 그런지 퍽이나 미인이었지. 그녀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마음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상처 구멍을 발견하였어. 도저히 꾸며낸 이야기라고는 볼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지.

북한의 실상, 그리고, 북한이 도저히 인간이 살 수 없는 단말마적인 정권이 지배하는 폭압적인 땅이라는 사실이 나의 머리를 휘감았어.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되었어. 자네도 몇 달 전에 내 아내를 본 적이 있을 거야. 이제 북한 사투리가 다 고쳐져서, 눈치를 못 챘겠지만, 그 때의 그 탈북 여성이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지.

그녀와 교제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대한 시각은 다시 한 번 180도 소용돌이를 쳤어. 그 동안 우리 조직은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우리의 순수한 열망을 이루기 위하여서는 어떠한 탈법과 악행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악행을 통하여 우리는 점차 순수함을 잃어버렸지. 그러면서도 우리의 최종 목표를 다시 새기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정진하였단 말이야.

하지만,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순수 혈통 사회주의 국가라 생각하던 북한의 실상을 알고 나서, 그와 같은 탈법과 악행을 더 이상 저지를 수가 없었어. 조금씩 조직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였지. 계속 그와 같은 표리부동한 행태를 지속할 경우, 조직의 치부를 폭로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어. 조직의 수괴들은 그녀와 교제한 이후로 내가 변심하였다고 생각하고, 그녀와 나를 떨어뜨리어 놓기 위한 공작을 하였어.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나와 그녀를 구워삶아 보았지만, 우리의 사랑은 더욱 끈끈하여질 뿐이었지. 결국 그들은 그들의 사업을 접고 나를 놓아 주었어.

우돌 군, 자네와 내가 공감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어. 자네도 역시 피 끓는 청춘이라 나의 옛 모습이나 좌충 군과 유사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자네 역시 광우병 시위 때 참여하였었고, 기득권의 수구적인 모습에는 진저리를 떠는 젊은 청년이지. 자네가 우파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광우병 사태 이후로 나타난 좌파 진영의 이중적인 잣대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으로 알고 있어. 말로는 개혁과 진보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80년대의 투쟁 프레임에 갇혀서 수구적인 행태를 일삼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비합리적으로 비추어졌던 거야.

그래, 맞아, 하지만, 자네의 문제점이 뭔지 아나? 자신의 주장들의 근본 뿌리를 잘 모르고 있는 좌충 군과 마찬가지로, 자네 역시 자네가 비판하는 세력의 근본 뿌리를 잘 모르고 있어. 좌충 군에 비하여 자네가 못 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더 있다네. 바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야.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 좌충 군에 비하여, 자네는 좌파 진영의 현상적인 면을 보고서 그들을 비판하지만, 그에 대한 대안은 제대로 못 내놓고 있지. 그것은 자네도 자본주의 체제가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현상적인 면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야. 진보좌파 진영의 타락한 모습에 저거는 분명히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그들과 선을 긋는 입장에서 보수 측에 선 것이지, 보수가 100% 대안이라서 이쪽에 선 것이 아니거든.

그래서 자네는 내적인 신념 면에서 좌충 군을 따라갈 수가 없어. 좌충 군은 자신의 선택이 100% 대안이고 100% 정의라고 생각하거든.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정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내가 아는 보수 세력 가운데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 정의라서 선택한 경우는 거의 없어. 현상적인 면을 보고서 좌파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 반대 쪽에 선 것이지, “보수주의”를 그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

그래서 이론적인 면에서도 신념적인 면에서도 자네는 좌충 군을 이길 수가 없네. 다만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보고 나서, 실제적인 면에서는 자네의 인생이 더 가치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을 거야.

앞으로 몇 통의 편지를 통하여 좌충 군과 우돌 군을 만날 거야. 이 편지들을 통하여 진정한 좌파와 우파의 본연의 모습은 어떠하여야 하는지를 정리하여 주고자 해. 그러기 위하여,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기 위하여 나온 공산주의가 무엇이고, 한반도의 절반을 아직 집어삼키고 있는 주체사상이 무엇인지를 공부할 거야.

아직도 좌파들 중에는 공산주의나 주체사상이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실체적인 적용 면에서 잘못되어서 실패하였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편지를 통하여 나는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이 이론적인 면에서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라는 사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거야.

마지막으로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대안을 제시할 거야. 새로운 대안과 비전은 우리 민족이 통일 과정에서, 통일 이후에도 추구하여야 할 통일 대한민국의 이념으로 제시될 거야. 이와 같은 관점에서, 좌충 군, 우돌 군, 자네들의 앞으로의 역할이 무척 기대되네. 나는 마지막으로 자네들에게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맡기면서, 각자가 추구하여야 할 좌파, 우파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정리하여 줄 거야.

오늘은 밤이 깊어서 이제 그만 펜을 놓아야 할 시간이 되었네. 자네들도 이제 그만 들어들 가게나.


2015년 4월 5일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삼팔육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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