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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SBS 마부작침-‘비정규직 눈물’ 노조만 가입하면 다 해결됩니까?

노조가입이 노동문제 해결한다는 SBS…원인분석 해법 제시 없이 귀족노조 주장만 되풀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일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상층 노동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폭 양보하는 것이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이라며, 대기업과 노동조합, 국회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SBS가 이튿날 반박성 기사를 내놨다.

SBS 홈페이지에 소개된 ‘마부작침’ 코너 온라인기사를 통해서다. 마부작침은 SBS 보도본부 내 ‘데이터저널리즘팀’에서 생산하는 새로운 형식의 데이터뉴스로, 사내 프로젝트팀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13총선 전 ‘대통령 선거개입’ 연속 기획 기사를 내보냈다가 박 대통령 탄핵을 선동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새누리당 노동입법이 비정규직과 해고자 양산할 거라는 SBS의 선동

마부작침은 21일자 기사 <100명 중에 1명만…비정규직 노조 가입률 1.5%>를 통해 정진석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을 소개하며 새누리당의 노동4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쉬운 해고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어제(20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암울한 현실을 진단했다”며 “우리 사회는 고도 성장 시대를 마감했고, 소득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은 이중적이라는 것이 정 원내대표의 진단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진단에 따른 처방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 관련 4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이었다”며 “정 원내대표는 일부 귀족 노조가 노동관련 4법을 저지하고 있는데 노동 관련 4법이 통과되면 정규직의 양보로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직의 처우는 낮추고, 비정규직은 처우는 높여서 중간에서 평준화하는 '중향 평준화'를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을 전한 기사는 “그런데 정 원내대표가 통과를 주장한 노동 관련 4법 중 파견법은 파견이 가능한 산업 분야를 지금보다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며 “또 다른 노동 관련 법안은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업이 노동자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이 늘고, 기업의 노동자 해고를 쉽게 하면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의 처우는 개선될까요?”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야당 일각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대목이다.

마부작침은 귀족노조로 불리는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 차별로 이어진다는 새누리당의 문제의식에 대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 ‘노조가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사는 “지난해 9월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간단한 방법을 제시했다. 바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라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노조가 없거나 금지한 나라가 많은데, 그런 곳에서는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는 늘 산업재해를 입고 보호 받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가 없으면 기업과의 임금 협상 등에서 교섭력이 떨어지니 노조를 통해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며 “바꿔 말하면 노조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권익이 보호 받지 못 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진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사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1.5%에 불과하다. 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도 전체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10%가 채 안 되는 9.5%에 불과했다. OECD 최하위권”이라며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에 노조가 없는 곳이 수두룩하고,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기업의 온갖 방해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조에 가입하라고 권한 미국의 노조 가입률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12%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문제, 노조 가입만이 장땡이다? SBS 마부작침의 편리한 생각

새누리당은 최근 구의역 비정규직 청년 사망사건에서 보듯,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하는 형태로 드러나는 등 노동시장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개혁 입법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노동계의 양극화가 심화돼 조선시대와 같은 계급사회가 되었다는 인식(하태경 의원)’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좌파 진영에서 주장하는 ‘처지가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만들고, 이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 주어야 한다’는 ‘상향 평준화’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며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양보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이 많은 정규직들이 우선 양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BS는 마부작침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새누리당의 노동개혁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노조가입이 노동자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착취 등의 문제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특히 구의역 사고 ‘메피아’ 논란에서 보듯, 정규직의 과도한 기득권 지키기도 그 원인 가운데 하나임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할 경우 정규직 9만여명을 새로 채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비정규직까지 확대할 경우 고용효과는 11만3000여명에 달했다.

이른바 귀족노조로 불리는 대기업 공공부문 등 정규직들의 과도한 기득권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사의 ‘노조가입만이 능사’라는 식의 보도는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정한 보도 원칙에도 어긋난다. 방송뉴스가 아닌 온라인 기사임을 감안해도, SBS의 전체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우려도 있다.

SBS가 마부작침을 통해 다각도의 원인 분석과 해법 모색 대신, 일방적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이른바 귀족노조와 정규직 과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오해를 산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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