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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엉뚱한 ‘군마도’ ‘파초’에 놀아난 시청자…“대중성 아닌 왜곡” 주장 무시한 제작진

방심위, 최진기 ‘군마도’ 논란 부른 O tvN ‘어쩌다 어른’에 중징계 할까?

인기 강사 최진기 씨가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작품이 아님에도 그의 작품이라며 강의 자료로 활용한 것을 방송한 O tvN ‘어쩌다 어른’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 위기에 처했다.

O tvN ‘어쩌다 어른’ 5월 19일자 방송에서 최진기 씨는 ‘조선미술사’를 주제로, 장승업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장승업의 ‘군마도’와 ‘파초’를 자료화면으로 방청객과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는데, 그의 작품이 아님에도 그의 작품인 듯 설명하면서 ‘장승업’ 이라는 인물을 높이 평가했다.



자료에 오류가 있었음에도 장승업의 작품인 양 소개하고 강의를 진행한 최씨의 이 같은 태도는 방청객과 시청자들을 사실상, 작심하고 속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의의 형식으로 진행된 방송에서 강사는 마치 미술관 큐레이터처럼 작품을 해석해 주었기 때문이다. 강사가 ‘군마도’와 ‘파초’를 바라보면서 감상 포인트를 조목조목 짚었고, 강의를 들은 청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낄 수 ‘지적 허영’을 누릴 수 있었다.

강사가 장승업의 ‘군마도’와 ‘파초’가 실제로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작품을 해석한 것이라면, 다시 말해, 강사도 자료의 오류를 누군가의 지적을 통해 알게 된 것이라면 ‘어쩌다 어른’ 제작진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자질이 부족한 강사를 섭외해 ‘프리미엄 특강쇼’를 제작했고, 심지어 방송 내용의 전체나 다름없는 강의 콘텐츠를 온전히 강사에게 맡기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자료 오류 지적은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운영하는 StoryK를 통해 이뤄졌다. 황정수 한국미술사가는 지난 7일 ‘tvN 미술 강의로 본 인문학 열풍의 그늘’ 제하의 칼럼을 통해 최 씨의 강의를 “미술이라는 인문학의 깊이 있는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단지 자신이 보고, 듣고, 알고 있는 것만으로 진정 한국미술을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라 평했다. 그러면서, 최 씨가 예로 든 장승업의 ‘군마도’와 ‘파초’는 장승업의 작품이 아닌, 현대 동양화가의 작품이라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O tvN ‘어쩌다 어른’ 제작진은 8일 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재, “강사 및 제작진 모두 사전 검증 과정에서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여 잘못된 정보를 노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 죄송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의 지적에 앞서, 지난 달 시청자게시판에는 이미 최 씨 강의에 활용된 ‘파초’가 영화 ‘취화선’에 등장한 한국화가의 작품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최 씨의 이전 강의 내용 중 일부가 본질을 비껴간 해석이라 주장하면서 일반인을 위한 쉬운 강의가 아니라 ‘단순한 왜곡’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이러한 견해를 무시한 채 최 씨에게 방송을 맡겨온 것이다.

강사와 방송사라는 ‘위엄’에 지적 허영을 갈구하는 대중이 깜빡 속아 넘어간 셈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방송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의견진술을 22일 결정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 간에도 방송사에 어떤 징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방송을 시청했다는 김성묵 소위원장은 “대단히 위험한 문제…역사가 왜곡돼서 나가는 부분”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고, 윤훈열 심의위원은 “아무나 미비하게 준비해서 방송이 되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장낙인 심의위원은 “강사가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 했고, 방송사에서 알 수 있는 자료가 아니어서 방송사 역시 의견진술 할 게 없다”고 말했고, 하남신 심의위원은 “출연자가 권위를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방송 관계자가…”라는 입장을 보였다.

종합편성채널 출연진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야권의 지적에 따라 객관성 조항을 근거로 방송사에 징계를 내리고, 정치적 권위를 인정받는 출연진의 발언에 진행자가 토를 달지 않았다면서 ‘중립성’ 엄수를 요구해 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더불어민주당 민원을 아무런 징계도 내지 않고 반려하는 것에 찜찜함을 드러낸 장낙인 심의위원이 출연자가 권위를 활용해 사실과 다른 왜곡된 내용을 방송이라는 매체로 전파했고, 또, 이를 사실상 방치한 방송사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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