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미디어워치 (국내언론)


배너

[뉴스검증] 청와대 대상 ‘카더라통신 난무’...끝없이 추락하는 언론의 권위

모든 국정을 최순실과 엮는 광적인 몰아치기가 ‘오보 불감증’ 불러

『'오보탑(塔)'이 쌓이고 있다. 언론이 지나친 최순실 관련 특종경쟁에 도취된 나머지 마구잡이 식으로 의혹을 던지면서, 명백한 오보로 판명되는 기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사명을 저버린 데 대한 책임감 있는 반성은 없다. 의혹을 의혹으로 덮는 악순환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류 언론은 정당한 의혹과 근거없는 루머를 구분한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 최순실 이슈가 진실보도 기능을 상실한 주류언론의 몰락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는 배경이다. 뒤늦게 마녀사냥에서 발을 빼려는 언론 내부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미 늦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미디어워치가 최순실 사태와 관련, 언론의 허위·과장보도를 발라내는 작업을 차례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광기어린 ‘마녀사냥’으로 흘러가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제는 이성을 되찾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할 때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2년간 국무총리로 일한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17일 발표한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이제는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고언했다. 그는 “지금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진실규명 작업이 한창인데도 실체와 증거보다는,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녀사냥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을 향한 언론의 십자포화가 한창 불을 뿜는 시기에 자체를 촉구한 것으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소신발언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JTBC와 함께 최순실 의혹 기사를 주도적으로 생산해온 조선일보도 자사 기자 칼럼을 통해 의혹 보도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실었다. 최보식 기자는 '멈출 줄 알아야 위험하지 않다'는 18일자 칼럼에서 “언론도 들떠 있고 의기양양한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다”며 “'최순실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엄격한 사실 검증 없이 '새누리당' 작명, '통일 대박' 용어, '개성공단 폐쇄' 같은 중요한 결정을 모두 최씨와 연관시킨다”고 우려했다. 



다만 조선일보의 자성은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이미 주류 언론사와 지상파, 종편들이 퍼뜨린 의혹들은 임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거기다 조선일보는 JTBC와 함께 각종 의혹보도로 최순실 이슈를 주도해온 언론사라는 원죄가 있다. 최보식 기자의 칼럼은 ‘발빼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뒤따르는 이유다. 

뉴데일리 박성현 주필은 이날 최보식 기자 칼럼에 대해 “(조선일보가) 발빼기를 시작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금처럼 '혁명본부 기관지' 역할을 밀고 나가라, 지금 발빼 봐야 더 우스개거리가 될 뿐”이라고 조소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의혹의 진실③/그것을 말해주마’ 시리즈를 통해 자신들이 확대재생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각종 허위과장 의혹보도들을 재검증하는 기사를 싣고 있다. 오보를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면 말고’ 식 기사를 통해 대통령과 국정, 개인을 흔들어 놓고 이제와 ‘아니었네’라고 꼬리를 내리는 격이다. 마치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 양 어물쩍 넘어가려한다는 의심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쌓여가는 ‘오보탑(塔)’...어느 정도이길래

의혹보도는 계속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오보로 밝혀진 사례만 해도 상당하다. 언론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향해 제기한 의혹의 주제는 국정 전반과 사생활을 망라한다. 지나치게 경박해서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눈살이 찌푸려지는 주제조차 기성 언론들은 거침없이 쏟아낸다. 사회적 계층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주제를 의도적으로 선정해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대표적인 의혹보도만 해도 ▶ ‘최순실 검찰 출두 대역설’, ▶ ‘새누리당 작명 개입설’, ▶ ‘통일대박, 최순실 작품설’, ▶ ‘최순실 언니 대통령 동문설’, ▶ ‘트럼프의 여자대통령의 미래 발언’, ▶ ‘미국 외교 전문 오역’, ▶ ‘최순실 아들 청와대 특채설’, ▶ ‘최순실 처녀설’, ▶ ‘박근혜 성형설', ▶ '대통령 프로포폴 처방설',  ▶ '무당굿 및 사이비 종교 연관설', ▶ '박근혜 출산설' 등 수십개를 헤아린다. 

최순실 씨는 지난 2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은 다음주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조사는 아직 진행중이란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조사 이전에 이미 명백한 거짓이 드러나 네티즌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언론보도 내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명백한 허위임이 밝혀진 오보는 최순실 언니 대통령 동문 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1일자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과 성심여고 동기동창인 최순득씨가 실제 비선실세며, 동생인 최순실씨는 ‘현장 반장’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성심여고 측은 동문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최순실 언니 최순득은 박 대통령과 동문 아니다”고 공식 해명했다. 의혹은 하룻밤도 가지 못했다. 

최순실 아들 특채설도 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 후안무치를 드러낸 사례다. 지난달 29일에는 ‘시사저널’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첫 번째 결혼기간에 낳았던 아들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최소한’ 2014년 12월말까지 5급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아들이 종말론을 설파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가 이혼 전 아들을 낳았는 지 제적등본을 확인해 봤는데 슬하에 정유라 씨 외에는 자녀가 없었다”고 밝혀 해당 의혹은 완전히 종말을 고하게 됐다. 



최근에는 JTBC가 15일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병원에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대통령이 실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해 무료로 각종 VIP 시설을 이용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불똥은 길라임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으로 드라마에 출였했던 하지원 씨에게 튀었다. 하지원 씨는 대통령이 길라임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언론은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배경을 놓고 주술적 풀이까지 곁들이며 추측과 조롱을 쏟아냈다. 

길라임 가명 사용설 역시 18일 차움병원 원장이 직접 해명하면서 사실상의 허위선동으로 판명났다. 이동모 원장은 “당시 일했던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대선을 앞둔 박근혜 후보에게 혹시라도 누가 될까 봐 (박 대통령이 아닌) 차움 직원이 '길라임'으로 썼다고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가명 사용이나 실명 사용이냐를 떠나 불법의료와도 아무 관계없는 개인의 의료 정보, 개인 정보가 버젓이 까밝혀지는 것이 보도윤리나 의료윤리 측면에서 적절한지 대해서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누군가의 ‘증언’과 인터넷 ‘의혹’만으로 특종을 써대는 언론

지난 15일에는 채널A가 “”최순실, 대통령 전용기 동승” 증언“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냈다. 기존에 최순실 씨가 대통령 전용기인 대한민국 공군 1호기를 타고 수 차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했다는 내용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았다는 것이다. 채널A는 지난 5월 이란 순방 당시에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최씨를 봤다는 ‘증언’ 나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반박자료를 내고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청와대가 의전비서관실과 경호실에 탑승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그런 이름은 없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1호기에 탑승하려면 보안 패스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내에서도 70여명에 달하는 취재기자들의 좌석통로를 지나다녀야 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으므로 동승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공군 1호기의 탑승자를 관리하는 경호실은 대통령경호실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돼 유감”이라며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위한 조정신청을 비롯 모든 법적대응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혹이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앞다퉈 관련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들은 청와대의 공식해명을 간략하게 전했을 뿐,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는 현재 언론들은 최순실 관련 이슈라면 탑승자 명단이나 관계기관 책임자의 진술 등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도 없이, 익명의 증언을 사실로 기정사실화해 보도하고 있는 점을 드러낸다. 

인터넷에서 나도는 풍문도 검증없이 주요 뉴스로 둔갑한다. 지난 2일 오후 5시 46분 한 네티즌이 인터넷 게시판 ‘네이트 판’에 ‘최순실X 대역 씀’이라는 제목을 글을 게시하자, 주류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JTBC는 “검찰이 조사 당시 장면을 녹화하지 않았다”고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허위선동이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해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도저히 논리적 해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다수 언론이 의혹에 가담하자 괴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급기야 검찰은 최순실 씨 본인 확인을 위해 지문 대조까지 실시하면서까지 “본인이 맞다”고 진화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13일에는 SBS가 ‘아니면 말고’ 보도 경쟁에 참전했다. SBS는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통일대박이란 표현은 최 씨가 문고리 3인방과의 회의에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단독보도했다. 최씨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딱딱한 용어를 젊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단어로 고쳐주곤 했는데, 통일대박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튿날 오전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용어는 중앙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이자 당시 민주평통 자문위원인 신창민 교수의 책에서 나온 것”이라며 “최순실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으니, 바로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통일대박이라는 단어는 통일의 필요성과 이익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말이어서 박대통령의 연설 즉시 화제를 모았다. ‘대박’이라는 표현은 정부 보도자료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표현이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가 잘한 일까지 모든 것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최순실 씨와 연결지어 해석하려는 언론의 행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네티즌들 ‘언론 낚시’ 자랑...물었다가 뱉었지만 인터넷에 ‘박제’

언론이 이성을 잃고 어떤 정보든 검증없이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네티즌의 ‘오보 낚시’로 증명되기까지했다. YTN은 미국 대선 이전 도널드 트럼프가 10월 29일 연설에서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을 정규방송을 내보냈다. 트럼프가 연설하는 모습을 띄운 대형 스크린을 배경으로 YTN 여자 아나운서가 직접 선채로 리포트를 하기까지 했다. 

YTN 보도 직후 인터넷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는 “YTN이 해냈다ㅋㅋㅋㅋ”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은 순식간에 1,000개가 넘는 추천을 받고 인기글이 됐다.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도 잇따라 인기글에 추천돼 적어도 수십만명이 해당 언론사는 물론, 우리나라 언론사들과 기자들을 조롱하는 계기가 됐다. 

게시글에 따르면, 트럼프의 발언은 ‘김윢머’라는 한 네티즌의 장난에서 시작됐다. 네티즌은 트럼프의 얼굴 사진 위에 “누가 여성대통령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한국을 보게하라”는 문장을 합성한 사진을 10월 27일 개인 계정에 올렸다. 게시자는 “트럼프가 이렇게 말하면 선거 이기지 않을까”하는 코멘트를 남겼다. 

게시글은 한 미국 교포가 “오늘 트럼프가 연설중에 여자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자 대통령을 보라 한다. 인간막장 트럼프도 조롱한다”는 요지로 SNS에 올리면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물론, 진보좌파 커뮤니티 ‘오늘의유머’ 등에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랐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게시글은 인터넷 언론을 거쳐 YTN 전파를 타기에 이른다. YTN은 해당뉴스를 페이스북 페이지와 포털에도 올렸다. 해당 기사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서 정말 그런 내용이 있는지 연설문을 들어보거나 전문을 찾아 읽어보는 등의 ‘검증절차’ 없이 전국민에게 방송되는 뉴스를 제작한 것이다. YTN은 네티즌들의 지적을 받아 50여분 만에 황급히 기사를 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경제TV가 ‘트럼프, “한국의 여성대통령을 보라”...미국도 문고리 권력 논란’이라는 기사를 받아 쓴 것이다. 

네티즌들은 “우리나란 정말 선동에 약하다 미친 듯이 선동당한다”, “(언론의) 허위 사실 유포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니, 거짓말이 나쁘다는 감각도 마비되었다”, “한국 언론의 민낯이네”, “광우병 아고라 사건 이후 역대급 낚시는 참 오랜만인 듯” 등의 반응을 보이며 수백개에 달하는 댓글을 달았다. 

‘팩트체크’, ‘진실보도’ 말만 번듯...거짓말하는 언론서 독자는?

전문가들은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언론의 ‘허위·날조보도의 자유’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시카고 대학의 총장이자, 20세기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사로 손꼽히는 허친스는 ‘언론자유위원회’ 의장이다. 이른바 ‘허친스위원회’는 지난 1947년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이라는 보고서에서 “언론은 허위보도가 아닌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하며 사실(Fact)와 의견(Opinion)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최근 SNS에 올린 글에서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개인을 모함, 마녀사냥하고, 사회를 이간, 분열시키는 언론의 행태는 심각한 범죄”라며 “그 해악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고 국내 언론들의 행태를 성토했다. 

현역시절 전설적인 기자로 이름을 날리다 현재 조갑제닷컴 대표로 있는 원로기자 조갑제 씨는 “게으른 기자일수록 선동에 부지런하다”고 경고했던 바 있다. 그는 한국의 기자들은 ‘양반형 기자’라고 칭하면서 “한국의 기자들처럼 능력에 과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종은 드물다”면서 “'양반 기자'들이 위험한 시리아 內戰(내전) 취재는 사양하고 안락한 서울에 앉아서 대통령 위에 있는 인사권자나 되는 것처럼 예사로 국정원장을 잘라야 한다는 글을 쓰고, 대통령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시비를 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오보가 넘쳐나는 언론환경에 놓인 독자들을 향해서도 충고했다. “거의 모든 오보에는 그 기사 안에 오보라는 자백이 들어 있다.” 기사의 증거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의 ‘증언’에 의존하고 있거나, 논리적 인과관계가 부실한 경우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