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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기획: 고영태와 TV조선과 CCTV 몰래 찍기

고영태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2월 6일 법정 방청기. 최순실 사건의 핵심은 '김수현 녹음파일'에 있다!!

※ 본지는 조갑제닷컴(http://www.chogabje.com)의 역사, 외교, 안보 분야의 우수 콘텐츠들을 미디어워치 지면에도 소개하는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전 월간조선 기자인 우종창(禹鍾昌)님의 글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7호 법정은 ‘최순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역사적 법정이다. 1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대법정이지만, 혼잡을 피하기 위하여 방청권을 가진 사람만 법정에 들어갈 수 있다. 기자는 미리 확보한 방청권을 목에 걸고, 2월 6일 오후 2시10분부터 열린 재판에 참석했다. ‘최순실 사건’을 최초로 TV조선에 폭로한 고영태(41)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기 때문이었다. 
  
囚衣(수의)를 입은 최서원 씨(이날 재판부터 최순실씨에 대한 호칭은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 혹은 최서원 피고인으로 부르기로 재판부가 결정했다)에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고등색 囚衣 차림으로 들어왔고, 양복에 코트를 걸친 증인 고영태씨가 맨 나중에 입정했다. 고영태씨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는 증인 선서를 한 뒤 증인석에 앉았다. 고씨는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이다.


  
증인 신문이 시작되기 전, 최서원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찰이 제출한 ‘김수현 녹음파일’ 3개를 오늘 이 법정에서 들으면서 고영태 증인을 심문하고자 합니다. 고영태에 대한 검찰의 주 심문이 2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변호인의 반대심문이 시작되기 전까지 검찰 측은 녹음파일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이에 검찰 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수현의 녹음파일은 2천여 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중 절반은 김수현의 사적인 통화 내용이고, 이 사건과 관련된 것은 100개 미만입니다. 그 가운데 29개만 녹취록이 작성돼 있으므로 추후 증거로 제출하겠습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이 갑자기 요청하므로 오늘 법정에서 녹음파일을 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이 공개 여부를 놓고 날선 공방을 펼친 ‘김수현 녹음파일’은 김수현씨가 이 사건의 주역인 고영태-노승일-박헌영-유상영씨와 통화를 하거나 대화한 내용을 2014년 5월부터 2016년 8월 사이에 녹음한 것이다. 녹음이 시작된 2014년 5월은 김수현씨가 고영태씨를 처음 만나, ‘최순실 사단’에 합류한 때이고, 2016년 8월은 ‘최순실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던 무렵이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5명의 남자, 즉 고영태(41)와 노승일은 한국체대 95학번으로 동기생이고, 박헌영(39)은 한국체대 97학번이다. 노승일씨는 재단 출연금이 288억원인 K스포츠재단의 인재양성본부 부장이며, 박헌영씨는 K스포츠재단 과장이다. 고영태씨는 K스포츠재단과 밀접한 관계인 더블루K라는 회사의 상무였고, 김수현-류상영씨는 더블루K와 연계된 사람이다. 한 마디로 ‘고영태 사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공동의 적’이 최서원씨다. 결론적으로 ‘최순실 사건’은 5대 1로 진행되는 전쟁이다. 때문에 최서원씨로서는 이기기가 힘든 구도로 되어 있다. 하지만 ‘김수현 녹음파일’에는 고영태씨 등에게 유리한 자료도 있지만, 불리한 자료도 있다. 은연 중에 표출된 그들의 ‘속마음’이 녹음파일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서원씨 변호인 측은 ‘김수현 녹음파일’의 공개를 요청한 것이다. 
  
이 녹음파일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도 증거채택 신청이 되어 있지만, 헌재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김수현 녹음파일’은 폭발력을 지닌 증거물이라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채택 여부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고영태씨에 대한 증인 심문을 시작토록 했다. 


  
고영태씨에 대한 검찰의 증인 심문은 고영태씨가 이미 검찰에서 진술한 진술조서를 토대로 이뤄졌다. 기자는 고영태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거의 읽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지루한 심문이 2시간가량 계속되자 안종범 피고인이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뒤에 놓인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창백해진 얼굴에 식은 땀이 맺힌 것으로 보아, 다리에 쥐가 난 모양이다. 
  
고영태씨에 대한 검찰의 主 심문이 끝나자, 변호인 반대심문이 시작되었다. 이경재 변호사가 고영태씨에게 "증인은 검찰에서 '최서원 피고인이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것을 딱 한 번 보았다'고 진술했는데, 오늘 증언과는 다른 것 같다"며 위증여부를 추궁하자, 고영태씨는 변호인을 쳐다보며, "대통령이 이미 다 시인한 사안인데, 한 번이면 어떻고, 두 번이면 또 어떻습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재 변호사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하고, 포스코가 K스포츠재단의 요청에 의해 펜싱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증인이 강요한 역할이 있으므로, 증인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라고 묻자, 고영태씨는 거침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면 처벌을 받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많은 준비를 하고 나온 듯했다.
  
그러나 이경재 변호사가 "증인은 김수현을 아시죠? 증인이 고용한 사람이 맞지요"라고 심문하자, 고영태씨는 잠시 대답을 멈춘 뒤, "최서원 피고인이 김수현의 봉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김수현을 직원으로 쓴 적은 없습니다"라고 신중하게 대답했다.(고영태와 김수현 관계는 아래 ‘김수현과 TV조선 이진동 부장과의 특별한 관계’라는 기사로 이어진다.) 
  
고영태씨는 검찰 조사에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의 실소유주는 최순실씨다. 이사장부터 모든 직원의 채용을 최씨가 관여했다. 더블루K라는 회사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의 돈을 빼내 독일로 보내기 위해 최씨가 설립한 회사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가 둘 다 최서원씨 소유라는 이야기다. 
  
최서원씨의 변호인은 이러한 고영태씨의 검찰 진술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그렇다면 더블루K에서 2016년 2월경에 작성해 K스포츠재단에 제출한 '시각장애인 스포츠의 수준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한 가이드러너 육성방안에 대한 연구'라는 연구용역 제안서와 관련하여, K스포츠재단은 왜 더블루K가 요청한 연구용역비 4억62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더블루K와 K스포츠재단이 모두 최순실씨 것이라면, K스포츠재단에서 더블루K에 연구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이 무렵에 더블루K는 "전국 5대 거점 지역별 각 종목 인재양성 및 지역별 스포츠클럽 지원사업 개선방안 연구"라는 연구용역 제안서를 K스포츠재단에 제출하고 3억720만원을 연구용역비로 청구했다. 

이 두 개의 연구용역 제안서는, 박헌영 과장의 검찰 진술조서에 의하면, 모두 최순실씨 지시에 따라 박헌영 과장이 작성한 것인데, 이 두 개의 연구용역 제안서에 대해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 정동구씨와 사무총장 정현식씨는 타당성과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론적으로 K스포츠재단에 용역비 명목으로 7억원 상당을 빼먹으려던 사건은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고영태-노승일-박헌영 과장의 주장대로,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라는 회사의 실소유주가 최서원씨가 맞다면 결코 미수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최서원씨 변호인이 고영태씨를 압박하자, 갑자기 방청석에서 "윽박지르지 마라"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청석 앞자리에 앉아 있던 60대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변호사를 향해 "돈이 그렇게 좋으냐, 왜 증인을 다그쳐. 나라를 망친 쟤(최서원)를 비호하는데 왜 그리 당당하냐"고 소리쳤다. 갑작스런 상황에 법정에 배치된 사법경찰들은 그녀의 발언을 제지하지 못했다. 방청석 여기저기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법정이 소란스러워지자 재판장은 그 여성을 법대 앞으로 불러내 이름을 물었다. 그녀는 '이복순'이라고 이름을 밝힌 뒤, "쟤 때문에 너무 화가 나 잠도 못 잔다"며 또 다시 고함을 질렀다. 재판장은 "법정 내 질서를 어지럽히면 감치(監置)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그녀에게 퇴정을 명했다. 이복순씨는 법정 밖으로 나가면서 최씨를 향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란이 정리된 후, 고영태 씨는 변호인의 질문에 다음과 같은 취지로 대답했다. 

“박헌영 과장이 K스포츠재단에 연구용역서를 제출하고 용역비를 받으려고 했던 일은 저는 모릅니다. 어쨌든 노승일 부장이 용역비 지급을 거부한 것은 양심적인 행동입니다.”

  

고영태씨는 이처럼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 내에서 벌어졌던 연구용역비 사기 미수사건은 ‘고영태 사단’이 최서원씨를 이용하여 공익재단의 기금을 받아내려 했던, 최초의 시도임을 기자는 고영태-노승일-박헌영-김수현-류상영씨 등의 검찰 진술조서를 통해 확인했다. 
  


고영태씨에 대한 변호인 심문이 이어지면서 드디어 ‘김수현 녹음파일’의 일부가 녹취록 형태로 하나 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 중의 압권은 ‘재단 사무총장을 문제를 만들어서 쫒아내고 고영태 본인이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서 재단을 장악하겠다는 내용’의 녹취록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무총장은 정현식 총장을 지칭한다. 인용하면 이렇다.
  
“고영태 : 내가 재단에 부사무총장, 그걸로 들어가야 될 것 같아. 그래야 정리가 되지. 이사장하고 사무총장하고 X나 쓰레기새끼 같아.… 사무총장하고 지네들끼리… 가서 정리를 해야지. 사무총장을 쳐내는 수밖에 없어. 사무총장 자리에다가 딴 사람 앉혀 놓고 정리해야지. 새로운 사람 들어오면 또 내부조직 끌어올 수 있으니까. 내부에 있는 이제 자리 하나 남았는데, 하나 땡겨 놓고 우리 사람 만들어 놓고 같이 가 버리든가 해야지. 그래야 조용해지고… 문제있는 그 사무총장을, 그 문제를, 너 이거 감사 돈 이거 어떻게 됐냐 이거 문제가 있네. 그 사람이 이사거든. 사무총장이 이사로 돼 있어. 재무이사, 너 이거 책임지고 옷 벗어. 그리고는 쫒아버릴라고… 그렇게 해서 내쫒아야지. 안 그러면 말이 나올 수 있잖아. 그러면 내가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하다가 보면 거기는 우리가 다 장악하는거지…. 
  김수현 : 그러면 좋죠.
  고영태 : 그렇게 해야지. 여기 어차피 힘 빠지면 뭐 하면 되니까.
  김수현 : 500억이니까 형, 괜찮다니까요. 계산 맞추면 그것만 아니라 다른 걸 할 수가 있어요.
  고영태 : 미르재단도 지금 한 번 봐봐야 돼. 이사장도 맡아야 하고, 안 하고 나왔는데, 내가….
  김수현 : 알어보면 돼죠. 근데 이제 그 사람들이 형 사람이 될 것이냐, 안 될 것이냐….
  고영태 : 그게 결론은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 이거야.
  김수현 : 알겠어요. 미르….“


고영태-김수현 간에 위와 같은 대화가 있은지 얼마 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정현식씨는 재단을 떠났다. 
  
이날 법정에서는 위 녹취록 외에 3개가 더 공개되었다. 2016년 4월 7일, 고영태-김수현-최철(문체부장관 보좌관) 간의 대화 내용은 ‘VIP와 최순실 관계에 대한 대화 내용’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인용하면 이렇다.

“고영태 : VIP가 신임해 봤자야. 신임해 봤자 VIP가 쳐낼 놈은 소장(최순실) 말 한 마디면 다 따내는 거야. … VIP가 믿는 사람은 소장 밖에 없어. 소장이 믿는 사람이 VIP하고 나 밖에 없어.”
  

2016년 4월 27일에 있었던 김수현, 박헌영 간의 통화 녹취록은, ‘박헌영 : 고영태가 소장(최순실)을 가장 잘 다룬다. 고영태는 소장을 감정적으로 컨트롤하고, 우리는 업무적으로 컨트롤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이날 재판은 밤 10시23분에 끝났다. 김세윤 부장판사는 "김수현 녹음파일은 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라고 전제한 후 "검찰 측은 녹음 내용을 CD에 담아서 제출해 달라. 증거조사 여부는 다음에 결정하겠다"는 말로 재판을 끝냈다. 
    
김수현과 TV조선 이진동 부장과의 특별한 관계 
  
그렇다면 김수현씨는 과연 어떤 사람이기에 그런 내용을 녹음할 수 있었을까?
  
김수현씨의 정체를 추적할 수 있게 해 준 단서는 월간조선 2017년 1월호 기사(최순실 게이트 최초 보도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 인터뷰)다.


 
이 인터뷰 기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입을 옷을 전문으로 제작한 ‘신사동 의상실’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관리한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이진동 기자를 인터뷰한 사람은 그의 대학 선배인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 고영태가 어떻게 찾아 왔는데?
  답 : 2014년 10월쯤 아는 사람이 가보라고 했다고 다른 친구 한 명과 왔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제 집에서 명품시계와 돈 1억원이 사라졌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문 : 그래서요?
  답 : 누가 가져갔냐고 하니까 '최순실'이라는 겁니다.
  문 : 최순실이 누구인 줄은 알고 있었나요?
  답 : 당연히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고영태에게 '네가 아는 최순실과 내가 아는 최순실이 같은 사람인지 확인해 보자'고 했습니다.
  문 : 어떻게 확인했지?
  답 : 고영태가 사진을 한 장 캡처해서 들고 왔는데 화질을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고영태에게 '최순실 얼굴 사진을 다시 보내 달라'고 하고 돌려보냈습니다.
  문 : TV조선에서 보도한 것 같은데, 가장 화제가 된 게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와이셔츠에다 닦은 뒤 건네주는 장면이었는데, 그건 언제 확보한 건가요?
  답 : 그것도 2014년 말쯤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고영태가 건물계약자여서 CCTV를 설치해도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CCTV를 12월 3일에 떼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문 : 그럼 그 영상은 그때 촬영된 거고?
  답 : 그렇죠. 제가 수시로 '(CCTV) 잘 돌고 있냐'고 확인했거든요.
  문 :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CCTV를 철거해야 했지?
  답 : 2014년 11월 28일 정윤회 게이트가 터진 거예요. 난리가 났지요.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순실이 분명 긴장할 텐데, 그렇다면 사무실을 점검할 수도 있고, 그러다 CCTV가 발견될 수도 있다는….
  문 : 동영상 간수도 힘들었을 텐데?
  답 : 정윤회 게이트 후 박관천이가 구속됐잖아요. CCTV가 발각되면 고영태도 구속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법적으론 문제가 없겠지만. 그래서 고영태에게 말했습니다. '모든 자료와 CCTV는 내게 일임하라'고. 보도 관련도 내가 알아서 할테니 맡겨달라고 했지요."


이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신사동 의상실’내부 CCTV는 최서원씨의 얼굴 사진 확보를 위해 이진동 기자의 ‘기획’에 따라 고영태씨가 설치했다. CCTV 설치 후, 이진동 기자는 수시로 고영태씨에게 연락해 CCTV가 잘 돌고 있는지 를 확인하고, 점검했다. 
   
이 기사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이진동 기자가 고영태씨를 만날 때, 고영태씨가 ‘친구 한 명’과 같이 왔다는 점이다. 고영태씨의 친구가 다름아닌 김수현씨다. 김씨는 이진동 기자와 ‘특별한’관계다. 이진동 기자가 조선일보 기자를 사직하고,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경기도 안산지역구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이진동 캠프’의 멤버가 김수현씨다. 이 때문에 한때 정가에서는 '최순실 관련 자료를 이진동 기자에게 가져다 준 사람은 이진동 기자의 전직 비서관'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김수현씨는 2016년 11월 8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수현씨는 2005년 안양과학전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김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잠깐 하다가 2007년까지 건축회사에서 근무했고, 그 후 6개월간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였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이진동씨가 TV조선 기자로 언론계에 복직하자, 김수현씨는 2014년 지자체 선거 때, 안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박주원 캠프’에서 회계책임자로 일했다. 
  
김수현씨가 고영태씨를 만난 것은 이 무렵이다. 김씨에게 고씨를 소개한 사람은 이현정씨다. 이현정씨 역시 이진동 캠프에서 김수현씨와 같이 일한 사이다. 김수현씨는 검찰 조사에서 고영태씨를 만나게 된 경위를 이렇게 진술했다. 

"이현정이 '가방을 만드는 동생인 고영태가 있는데, 컴퓨터를 할줄 모르니 컴퓨터 작업을 좀 도와 줘라. 고영태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 열심히 하면 돈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영태는 VIP 가방을 만들어서 돈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2014년 4월경, 서울 논현동에 있는 커피숍에서 고영태를 만나,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삼성동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해 고영태, 최순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수현씨는 검찰 조사에서, ‘신사동 의상실’에 CCTV를 설치하게 된 경위와 삼성동 사무실에서 최서원씨와 함께 했던 일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문 : 의상실 영상은 어떻게 촬영된 것인가요?
  답 : 2014년 10월경, 고영태가 시켜서 제가 CCTV 설치업자를 불러 의상실에 있는 캐비닛에 한 대를 설치하여 촬영한 것으로, 저에게는 자기가 운영하는 의상실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보겠다고 하면서 부탁하였는데, 결국은 기자에게 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문 : 위 영상을 기자에게 제공하는 사실은 알았나요?
  답 : 예, 그렇습니다.
  문 : 삼성동 사무실에는 누가 있던가요?
  답 : 고영태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소장님 방이라고 하여 도어락이 설치된 곳이 있었습니다.
  문 : 소장님은 누구인가요?
  답 : 당시에는 몰랐지만 2014년 8월경, 고영태가 '저 사람이 최순실이야'라고 알려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최순실이 누군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에 자주 나오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문 : 진술인은 위 사무실에서 최순실, 고영태와 어떤 일을 하였나요?
  답 : 2014년 5, 6월경에는 고영태가 체육 관련 얘기를 많이 하였고, 저도 종합형 스포츠클럽과 관련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 때는 소장님과 특별하게 한 일은 없고, 7월부터 9월 중순까지는 셋이서 문화융성 및 체육클럽과 관련한 기획회의를 주로 하였습니다. 저는 회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여, 선릉역 인근에 있는 차은택 감독의 아프리카픽쳐스 사무실에 보냈습니다. 차은택 감독은 이 문서를 토대로 기획안이나 제안서를 만들어 저나 고영태에게 주었습니다. 이 기획안을 소장님이 다시 수정하면, 저는 수정본을 차은택 감독에게 보냈고, 차은택은 이를 다시 업데이터하여 보내 주었습니다. 이런 절차를 계속 반복하였는데, 최종 완성본은 제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문 : 위 삼성동 사무실에서 최순실, 고영태, 차은태, 그리고 진술인이 모여서 회의를 한 사실이 있지요?
  답 : 예. 넷이 모여서 문화융성을 위한 계획안 등에 대해 몇 번 회의를 한 것 같습니다. 
  문 : 문화융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기조 중 하나로, 진술인과 최순실, 차은택이 기획, 제안한 내용이 국가정책이나 예산에 반영되고, 차은택이 문화융성위원이 되는 등 문화융성의 틀을 최순실이 짰다는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답 : 저는 저희가 했던 기획안이나 제안서가 실제 실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론 보도를 접하고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TV조선에서 보도한 자료는 2014년 말경 아니면 2015년 초순경, 저와 고영태가 TV조선의 이진동 기자에게 준 것입니다. 이미 언론에 보도가 된 것처럼, 고영태가 운영한 의상실에서 촬영된 동영상과 문화 관련 회의를 하면서 최순실이 수정한 문건들입니다. 아프리카픽쳐스에서 받은 수십 장 분량의 기획안도 이진동 기자에게 주었습니다.
  문 : 그렇게 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 2014년 9월 중순 이후, 고영태와 최순실 소장이 어떤 일인지는 모르지만 크게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고영태가 '가만 안 둔다. 자료 다 넘겨버리겠다'는 말을 하였는데, 제 느낌으로는 고영태가 최순실 소장에게 돈도 못 받고,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해서 열을 많이 받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4년 5월 1일부터 고영태씨와 함께 일을 시작한 김수현씨는 고영태씨를 통해 그의 한국체대 동기인 노승일씨와 고영태씨의 한국체대 2년 후배인 박헌영 과장을 만났다. 박헌영 과장의 검찰 진술조서에 의하면, 그는 2003년 9월경 대학을 졸업하고 퍼스트커뮤니케이션즈 프로모션 팀에 입사하여 2년 정도 근무한 뒤, ING생명보험에서 보험일을 하였다. 그 후 리더스 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에서 스키 행사 및 기획 관련 일을 하였고, 대명리조트에서 스키강사로 1년 정도 근무한 뒤, 놀고 있던 중 한체대 2년 선배인 고영태씨 소개로 2016년 1월경 K스포츠재단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류상영씨는 최서원씨 소유의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목장 부지에 어린이 전용 리조트(말목장, 캠핑장 등 운영)를 지어, 리조트 운영권을 받을 생각으로 최씨 주변을 맴도는 사람이다. 
   
최서원씨 구속 후, K스포츠재단은 해체 위기에 놓였다. 이렇게 되자 K스포츠재단은 강지곤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강지곤 차장은 고영태-노승일씨와 한체대 동기다. K스포츠재단에서 인재양성본부 부장을 맡고 있는 노승일씨는 노조위원장을 겸임한다. 이처럼 한체대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K스포츠재단은 만약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고영태 사단’의 ‘전리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을 2천개에 달하는 ‘김수현 녹음파일’이 입증하고 있다.
  
진실이 이러함에도 특검은 왜 ‘고영태 사단’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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