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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칼럼] 나경원, 권력 잃은 대통령 위로하는게 판결 불복이라니?

나경원은 2012년 총선 당시 역지사지 해보라

SBS 라디오에 출연한 나경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쓸쓸한 귀가길에 마중나간, 김진태, 조원진 의원 등을 겨냥하여  "우리가 분명히 당론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자고 했는데 비서진을 꾸리고 하는 것은 결국 헌재 결정을 불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당헌·당규에 따라서 징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인이 아닌 나경원이란 인간 자체에 대한 심히 혐오감을 참을 수 없다. 지금 박대통령이 무슨 권력이 있나. 박대통령은 탄핵을 당하면서 대통령 예우조차 받지 못해, 국가로부터 비서진을 파견받지도 못한다. 더구나 직계가족도 없다.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받았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언제 구속될지도 모른다. 이것을 모른 척 하는 게 대한민국의 헌법의 정신이고, 엉터리 헌재판결에 대한 승복이란 말인가. 오히려 박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들 살기 위해 아무도 사저에 나타나지 않으면 “친박에게까지 버림받은 박대통령”이라 비웃을 게 대한민국 현재의 여론이다.

 

나경원과 언론이 이런 선동을 해대니, 웬만한 사람은 사저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 박대통령과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필자조차도, 박대통령 사저를 지키겠다는 애국진영 동지들 응원차 들렸다가 기자들에 붙잡혀 곤욕을 치렀다. 나경원은 아예 박대통령 사저 근처에 사람 하나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여 정신적 고문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냥 일반국민들이 지키면 된다? 박대통령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친박들이 지켜야지, 왜 일반국민이나 필자 같은 사람들이 지켜야 하나.

 

나경원은 역지사지를 해보라. 2012년 총선 당시, 한창 서슬퍼런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그땐 나경원이 탄압을 받았다. 나경원은 2011년 10월 좌익파퓰리즘이 득세할 때, 박원순과 맞서 홀로 서울시장에 나섰다 낙선했다. 그뒤 한나라당 당권은 홍준표에서 박근혜로 옮겨가며, 나경원이 정치적 위기로 몰린 것이다.

 

그때 필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 실명을 대며 나경원을 탄압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박원순에 잔뜩 겁먹고 다들 도망갔을 때, 패배가 뻔한 서울시장에 나간 인물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처사야말로 너무나 냉혹하다 봤다.

 

특히 나경원은 당시 집권을 자신하던 친노세력의 핵심 나팔수부대 나꼼수로부터 1억원대 미용, 검사에 처벌 청탁 등 집중 공격을 혼자 받고 있었다. 필자는 그 당시 “이번 기회에 더 강한 투사로 돌파해보자”는 취지의 뉴 나경원 플랜도 제안하는 등, 도와줄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결국 나경원은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 좌익파퓰리즘 세력과 맞서 길거리에서 싸웠던 나경원, 박원순과 승부를 했던 나경원에 대한 일종의 동지애 혹은 부채감 때문인지 웬만한 일들은 다 도왔다고 기억한다. 반면 필자는 나경원에게 사소한 입법 하나라도 부탁한 적 없다.


이번 탄핵 사태 때도 필자는 나경원을 공개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로 나경원과 함께 만났던 보수 쪽 지인들이 나경원 사무실 앞에서 퇴출 집회를 여는 걸 보고, 혀를 찼다. 탄핵에 대해 입장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지, 저런 식으로까지 나간다는 게 정직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자는 김용태 의원이 탈당했을 때, 그리고 나경원이 노선의 문제로 바른정당을 따라가지 않았을 때, 격려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잠시 뜻이 달라도, 서로의 길을 존중하면서 진실을 찾아가자는 취지였다. 그뒤 필자가 손석희의 태블릿PC 조작을 발견하고, 수시로 이들에게도 문자를 통해 알렸다. 탄핵을 찬성하더라도, 옛 동지들로서 조작의 진실을 밝히는 데는 함께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역시 이들은 싸늘히 외면했다.

 

물론 나경원이 친박핵심들의 행태에 질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나경원의 정치선동으로 마치 박대통령 사저 근처에 가면 친박들과 함께 더러운 정치적 음모나 꾸미는 자들로 몰렸다. 인명진이란 자는 벌써 나경원의 선동에 발맞추어 박대통령 사저에 가면 징계를 먹이겠다고 설친다.

 

나경원이 2012년 총선을 포기하고, 진성호, 조전혁 등 그간 함께 싸운 동지들이, 단지 맨 앞에서 싸웠다는 이유로 모조리 낙천당했을 때, 필자는 “결국 박대통령 주위엔 기회주의자들이 들끓을 것이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당시 필자의 박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비판을 몇몇 참모들은 기억했고, 그래서 그런지 박대통령 체제 하에서 미디어워치는 정부광고를 좀처럼 받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운운하는데 그 점에서 필자야말로 블랙리스트 멤버이다. 그에 비하면 나경원은 박근혜 정권에서 나름대로 대우받지 않았는가.


뜻이 다르면 옛 동지들과도 칼을 겨누는 게 정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속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 날개가 꺾인 사람을 짓밟아 평생 불구로까지 만드는 짓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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