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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칼럼] 후보 시절 노무현의 첫걸음이 연상된 김진태

힘도 인기도 없는 대통령이라도 여당 후보라면 함께 가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인 김진태 의원이 16일 당내 경쟁자자인 홍준표 경남조지사와 관련 하여"홍 지사는 출정식 장소나 바꾸고 박근혜 지우자고 하시길 바란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홍준표 지사께서 14~15일 이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우파는 총결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홍 지사는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게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냐"며 "저는 가슴 속에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게다가 박 대통령을 지우겠다는 분이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방문했던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연다고 한다"며 "거기 가면 박통이 생각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 언론이 공표하는 박대통령의 지지율은 최대 5%이다. 탄핵을 당한 지금 상황이라면 0%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대통령을 함께 끌어안고 가겠다는 김진태 의원은 미친 건가. 여의도 기득권 세력의 계산으로는 미친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저들은 친박세력을 모아 재기를 노리려는 음모라 맹공격하겠다. 0% 짜리 대통령 끌어안고 무슨 재기음모인가.

 

이건 유불리를 떠나 절대적 숙명으로 받아들여야할 선거민주주의 원칙이다. 선거 민주주의에서는 여당의 차기 후보가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여, 자산은 더 키우고 부채는 갚겠다는 의지를 평가받는다면 정권이 연장된다. 반면 부채가 너무 크던지, 차기 인수자의 의지가 부족하다면 자연스럽게 야당으로 정권은 교체된다.

 

97년 대선 당시 여당 신한국당의 후보 이회창 측이 전임 대통령 김영삼 인형을 두들겨 패는 퍼포먼스가 압권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회창 후보는 낙선했다.

 

반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전임 김대중 대통령 관련 “모두가 비난하는데 나머저 비난하는 건 너무 야박하다”라는 명분으로, 호남의 표심을 사로잡으며 경선과 대선을 승리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으면서 정권을 연장했다. 여의도의 상식과 달리 의외로 전임자와 함께 한 경우가 승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예 탄핵을 당할 정도로 무너진 대통령은 없었다. 그러나 부채가 너무 크다고 해서 차기 인수자가 “저 부채는 내 것이 아니에요”라고 둘러대봐야 국민들이 이를 곱게 봐주겠냐는 것이다. 이건 아무리 가난한 부모님이라도, 자식의 도리로 내버릴 수 없는 문제와도 비슷하다. 최소한 태극기세력 만큼은 국민을 개돼지로 봐선 안 된다.

 

김진태 의원이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은 부채가 얼마나 크던지 관계없이 여당 차기 주자로서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점이다. 비겁한 승리보단 정직한 패배를 택하겠다는 낮은 자세이다. 선거란 무조건 이기기 위해 뛰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서는 불리해보이더라도 선거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정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 이외의 다른 지름길은 없다. 패배의 길이기도 하면서 승리의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20대와 30대들이 보수 정치세력을 버린 이유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비열함이다. 지난 2016년 총선을 보라. 유승민의 경우 공천 시간을 질질 끌면서 공개처형의 형국으로 끌고 간게 결국 화근이 되었다. 당대표 김무성은 도장을 들고 부산 바닷가로 도망을 갔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뒤쫓아 가서, 기자들 모아놓고 함께 소주를 퍼마셨다. 이걸 자랑이라도 당의 광고 영상으로 패러디까지 했다.

 

지금 보수진영에서 중간층의 지지를 회복한는 방법은 인명진식 야합이 아니다. 정직함, 희생, 비장함, 의리, 원칙과 같은 보수 본연의 가치이다.

 

김진태 의원은 이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결과는 배신과 자살로 비참했지만, 마치 “인기없는 대통령과 함께 가겠다”던 대선 후보 시절의 노무현의 첫걸음과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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