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긴장 사태와 관련,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관련 당사자들에게 ‘국제법 준수’를 기본으로 국제질서가 유지되어야 함을 강조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 국영매체 이타르타스 통신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 입장을 대변하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Moscow expects US to refrain from taking unilateral steps towards North Korea)”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최근 미국의 시리아 폭격으로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던 러시아가 한반도 긴장 국면에서 미국이 ‘국제법 준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지 일방적인 군사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한 기사를 통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북한에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한다”와 “북한도 모험적인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집약된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며칠 전에 있었던 펜스 美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 폐기 발언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美부통령이 워싱턴의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면 이것은 위험한 노선이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나는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의 시기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에 중요한 산업의 발전을 방해할 모양으로 북한에 강경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며 “사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또한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하였고, 많은 경우에 있어 평양의 행동을 비난했다”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이 북한에 대해서도 역시 긴장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 사실도 전했다. 그는 "북한의 모험적 미사일 발사는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발언한 것이다.
또한 이타르타스 통신은 한 러시아 외무 고위관리를 인용, “유엔결의를 위반했다 해서 다른 나라가 군사력으로 대응하여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한 사실도 전했다.
러시아 정부 측의 입장이 시리아 사태를 비롯하여 한반도 사태 등 일련의 국제문제에 있어서 ‘국제법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같이 자신과 직접 관계된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국제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줄곧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냉혹한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일반 평범한 국가가 ‘국제법 준수’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는 국제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UN의 기본원칙과도 부합한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현시점에서의 러시아의 ‘국제법 준수’ 주장이 가지고 있는 함의(含意)이다. 즉 러시아가 동북아 문제에까지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기에는 국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20세 후반 소련(러시아)이 무너질 때까지 근 1세기 동안 소련(러시아)는 패권국가로서 국제문제에 힘의 논리로 행동해 왔다. 이러했던 러시아가 국제문제 또는 분쟁에 있어서 ‘국제법 준수’를 주장하고 있는 현실은 지금의 러시아의 국력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이번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차후 한반도 장래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대한민국의 동북아 외교전략을 짜야한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편, 국제외교전문가 이춘근 박사도 최근 유튜브중심 배나TV를 통한 강의에서 ‘힘빠진 러시아’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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