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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전 논문표절은 그냥 넘어가자?” 그땐 몽땅 친일했다는 논리

국정위의 섣부른 논문표절 검증 시효 제시. 학계의 상식과도 어긋나고 교육부 시책과도 맞지 않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위)가 논문표절 문제와 관련해 인사검증 기준안을 완화하는 기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26일자 한겨레신문 ‘위장전입·논문표절·다운계약 기준시점 이후만 문제삼기로’ 제하 보도에 따르면 국정위는 차후 논문표절 문제를 연구윤리규정이 제정된 2008년 이후의 경우부터만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여 따지기로 했다. 논문표절 문제와 관련하여 사실상 공소시효와 같은 기준시점, 제한사항를 둔 것이다.

그러나 국정위가 이처럼 논문표절 문제에 있어서 검증시효를 대놓고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문표절을 비롯한 연구부정행위 문제를 검증하는 일은 누구를 반드시 징계, 처벌하자는 차원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부정행위 검증은 1차적으로는 어떤 연구성과물에 대해서 학문적 진실성이 준수됐는지 대한 과거사 검증, 사실관계를 밝히자는 차원의 일이므로 시효에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는 대세다.



사실, 검증시효 폐지는 교육부 시책이기도 하다. 2007년 과학기술부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하 연구윤리지침)은 제정 당시에는 최근 5년 이내의 학술적 성과물과 관계된 연구부정행위만 검증한다는 연구진실성 검증시효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학문적 진실성 검증 문제에 있어서 시효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각계의 비판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에 연구윤리지침을 개정하면서 검증시효 관련 규정(12조)을 완전히 삭제했고, 이후 교육부는 6차 연구윤리지침 개정(2015.11.3.)에 이른 오늘까지 검증시효 폐지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학술진흥과는 2013년 9월, 각 대학에 내려보낸 ‘대학 연구윤리 강화를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통해서 2011년 개정 연구윤리지침에 따라 각 대학의 연구윤리규정에서도 연구부정행위 검증 시효를 모두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도 있다. 실제로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를 비롯,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모두 검증시효가 없다. 서울대학교만 교육부 시책을 거부하며 석사논문에 한해서는 2006년 2학기 이전 것은 검증하지 않겠다는 검증시효를 두고 있을 뿐이다.

관련해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교육부의 검증시효 폐지 권고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면서 “해외의 논문표절, 연구윤리 관련 논문들을 살펴봐도 무슨 검증시효 관련 쟁점은 아예 언급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서양에서는 학술기관이 연구진실성 문제로 검증시효를 둔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처사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학계가 함부로 검증시효를 두게 되면 검증시효 이전에 발표된 논문은 모두 연구부정행위로써 작성된 논문임을 학계 스스로 대외적으로 공식화하게 되는 일이 될 수 있다는게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설명이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은 비유를 들어 검증시효의 문제를 지적했다. 변희재 대표는 “일제시대 당시 설령 친일파가 아주 많았다고 하더라도 우리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캐지 않는다면 후세에 아무런 교훈도 줄 수 없다”면서 “일부 친일파의 문제가 부끄럽다고 해서 누가 친일파였는지 아니었는지 아예 역사의 진실을 캐는 작업 자체도 하지 않는다면, 제3자들로서는 그때 100% 다 친일을 해서 켕겨서 그러는 것이라고 인식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진짜 독립운동가들의 명예가 친일파와 함께 도매금으로 땅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실성 문제로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옥석 구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에서 벌어진 논문표절 사건도 2005년, 2007년 발표 논문과 관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위 논리대로라면 이 논문표절 사건도 2008년 이전 논문과 관계된 논문표절 사건이므로 검증을 하거나 시비를 가려선 안된다. 또한 만약 해당 당사자가 당장에 공직자 진출 선언을 했을 경우, 이미 검증시효를 원칙으로 제시한 청와대와 국정위가 무슨 명분으로 이의 부적절성을 논할 수 있겠냐는 문제도 남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일괄적 검증시효를 제시하기보다는 직무성격과의 연관성 등 개별 논문표절 문제에 대해 일일이 맥락을 따져서 공직후보자 추천을 해주는게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세를 얻어가고 있다. 가령, 절충론자들은 수십년전의 논문표절이라도 교육부장관의 그것이라면 절대 넘어갈 수가 없지만, 2008년 이후의 논문표절이라도 교육과는 상대적으로 무관한 공직자라면 사실인정과 공개사과 등을 전제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충론자들에 따르면 논문표절 문제는 어쨌건 실정법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윤리 위반의 문제다. 따라서 청와대, 국회, 언론은 관련 진상규명만 해주고 공직자 적합성과 관련 최종 판정은 국민과 역사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국정위의 섣부른 검증시효 제시는 결국 위인설법(爲人設法)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직자 5대 배제 원칙’ 관련 딜레마를 문재인 정권이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국민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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