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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어느 이상한 나라의 언론자유 이야기

박근혜 청와대 언론개입과 문재인 청와대 언론개입, 판단 잣대는 동일해야

빼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 국장님 나 한번만 도와주시오. 진짜 너무 힘듭니다. 제발 좀 봐주십시오. 조금 봐주시오. 정말로 요거 하나만 살려 주시오. 아이고 한번만 도와주시오. 나 요거 하나만 살려주시오. 국장님, 요거 한번만 도와주고 만약 되게 되면 나한테 전화 한번 해줘~ ?” 



비굴해 보일 만큼 저자세로 이렇게 KBS 보도국장에 매달린 사람은 소위 세월호 참사로 가히 융단폭격을 맞고 있던 박근혜 정권 청와대의 이정현 홍보수석. 양 측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에 상당히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게 밝혀졌다. 가히 충격적이라며 국정운영의 방향을 잘 설명해서 언론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건 홍보수석의 일이겠지만, 개별 기사를 넣고 빼는 문제, 심지어 보도 아이템까지 일일이 지시하고 협박성 발언을 일삼은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전 수석은 KBS 보도와 편성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필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사건을 다시 꺼내 독자와 국민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이유는 권력의 언론개입을 어느 선까지 용납할 수 있는지 상식적인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청와대가 언론에 개입했다고 현행법 위반 혐의로 현재 법정공방이 진행 중인데도 문재인 청와대가 아랑곳 하지 않고 수시로 언론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정부 홍보수석은 KBS 보도국장에 전화 넣었다가 감옥에 갇힐 판인데 현 정부 ()대변인들, 국민소통수석은 툭 하면 언론보도에 개입한다는 것은 내로남불이란 표현도 한참 부족하다. 촛불정부는 헌법과 법률 위에 서 있어 언론에 수시로 개입해도 괜찮은 면죄부라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얼마 전 청와대는 중앙일보 한 논설위원의 칼럼에 대해 이례적인 정정보도 요청을 했다. 그 논설위원은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 부부가 관광명소를 빼놓지 않고 있다며, 딱히 시급한 현안도 없는 국가들을 돌면서, 그것도 세계적으로 풍광 좋기로 소문난 곳들을 찾아다니는 데 유람’ ‘김정숙 여사 버킷리스트아니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는 악화된 민심을 전했다. 그러자 청와대 부대변인이 옳지 않은 시선에서 나열했다며 사실왜곡이라며 정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일반 국민이든 공직자든 언론사가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했을 때 정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옳지 않은 시선운운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한 사례는 필자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청와대가 언론인의 관점까지 트집을 잡은 것이다. 중앙일보가 청와대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지만 언론자유를 들어 완전히 거부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유형의 압박과 함께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문재인 시대 언론현실, 이건 나라이고 정부인가

 

얼마 전 방송에서 태양광 비리 의혹을 다룬 KBS1 ‘시사기획 창도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 방송에서 제작진은 최 모 전 농어촌공사 사장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가 연관돼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최 사장은 태양광 패널로 덮는 저수지 면적을 놓고 환경을 고려해 당초 10% 이하로 했다가 대통령이 60%로 덮은 곳을 보고 좋아하니 면적 제한을 풀어버리자고 했다는 모 차관의 발언을 폭로했다. 청와대는 또 제작진이 최 전 사장의 사무실로 찾아가는 장면을 방송하면서 우편함엔 국민정치연구소 민주연대라고 붙어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사무실이라고 방송한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방송을 요구했다고 한다. 모 매체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는 이 방송이 허위사실에 근거한 보도로 사실이 아니며 청와대에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았으니 정정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던 기자는 모든 방송내용이 팩트를 근거로 제작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권의 홍위병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KBS에서 비리 의혹을 담은 시사프로를 방송하면서 청와대를 언급하려면 보통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그런 만큼 제작진이 팩트 확인도 철저하게 했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이 경우만큼은 KBS 제작진에 더 믿음이 간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팩트에 자신감을 보인 KBS 제작진은 청와대 정정보도 요구를 과연 수용할까. 만일 제작진이 오보가 아닌데도 정정보도한다면 이건 권력이 방송에 개입한 것인가, 아닌가. 우리는 지금 청와대가 언론을 상대로 줄을 타고 벌이는 유무형의 압박과 압력, 개입에 대해 이것이 상식적인 요청인가, 아니면 부당한 간섭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이전 박근혜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 사례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을 기소한 검찰은 방송법 해당 조항 취지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 보장이고, 방송 내용이나 편성이 실제로 바뀔 것을 범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통화내용은 방송의 내용 및 분량, 배열 등에 대해 관여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내용에 해당하고, 일반 국민이 항의하거나 비판하는 것과는 다르며 방송 입장에선 정권 실세가 방송 내용에 개인하려 한 건 부적절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청와대가 중앙일보와 KBS에 공개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한 사례는 어떤가. ‘옳지 않은 시선운운하며 칼럼을 정정하라는 요구나 태양광 비리 의혹보도에 대통령 한마디 등장했다고 정정을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가. 누구는 전화통화로 읍소했으니 유죄고 누구는 공개적으로 요구했으니 무죄인가. 언론사들은 박근혜 청와대가 가한 것과 문재인 청와대가 가한 것 중 어떤 압박을 더 부담스럽고 심각하게 느꼈을까. 이정현을 편드는 게 아니다. 간단한 얘기다. 박근혜 청와대가 유죄라면 문재인 청와대도 유죄다. 문재인 청와대가 그러고도 문제없다면 박근혜 청와대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일관성을 상실한 국가는 국가가 아니고 보편성을 상실한 정부는 정부도 아니다. 이건 법률과 헌법의 일관성과 보편성으로 증명된다. 그렇지 않다면 이건 나라도 정부도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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