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임종옥 기자ㅣ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증시 활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크게 늘면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급증한 데다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운용 부문의 성과까지 더해지면서 대형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일제히 급증했다. 특히 반기 기준 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선 증권사가 지난해 1곳에서 올해 3곳으로 늘어나면서 증권업계에 이른바 ‘1조 클럽’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메리츠증권·대신증권·하나증권 등 국내 10대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총 10조 26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약 4조 5000억 원 수준에서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규모다. 미래에셋, 상반기 순익 2조 9000억 원…업계 최초 ‘2분기 연속 1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2조 907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섰으며, 2분기 순이익만 1조 9052억 원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두 분기 연속으로 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의 실적이 다른 증권사보다 압도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단순한 거래대금 증가뿐 아니라 자기자본투자(PI)를 포함한 운용 부문의 성과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스페이스X 투자자산 평가이익이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2분기 세전이익에는 스페이스X 투자자산 평가이익 1조 6242억 원이 반영됐다.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매입 단가는 주당 34달러였으며, 평가가격은 1분기 말 105달러에서 2분기 말 171달러로 상승했다. 다만 평가이익은 시장가격 변화에 따라 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실적 변동성도 주의해야 한다. 2분기 말 이후 스페이스X 거래가격이 낮아진 만큼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경우 3분기에는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수익원 다각화로 안정적인 성장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1조 7311억 원을 기록하며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68.9% 증가한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의 강점은 특정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상반기 수익에서 위탁매매(BK)가 41.2%를 차지했고 운용 27.0%, 기업금융(IB) 16.0%, 자산관리(WM) 15.8% 등으로 사업 부문이 분산돼 있다. 대규모 자기자본을 활용한 자본 운용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13조 원을 넘어섰으며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을 활용한 자본 활용 능력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 유상증자, 국내 채권 인수 등 IB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증시 거래대금에만 의존하지 않는 수익구조를 보여줬다. 키움증권, 거래대금 폭증에 브로커리지 ‘대박’ 키움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1조 1580억 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새롭게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2.2% 증가한 수준이다. 키움증권의 실적의 핵심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리테일 시장 확대와 거래대금 급증이다. 2분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45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3%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36조 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6.1% 급증하면서 브로커리지 부문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증시가 활발하게 움직일수록 거래가 늘고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는 증권사 특성상, 올해 상반기 강한 상승장이 키움증권의 실적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NH·삼성증권도 1조원 돌파 눈앞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반기 순이익이 9000억 원을 넘어섰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96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5%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부문 수수료 수지는 7950억 원으로 211.7% 늘었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939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4.4% 증가했다. 특히 리테일 고객자산이 652조 4000억 원까지 증가하면서 자산관리(WM) 부문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각각 7963억 원과 577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2분기만 4조 5000억원…분기 기준 실적도 사상 최대 수준 상반기뿐 아니라 2분기 실적만 놓고 봐도 증권업계의 호황은 뚜렷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1조 9052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9464억 원, 키움증권은 6806억 원, NH투자증권은 4894억 원, 삼성증권은 488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들 5개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만 약 4조 5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역대급 실적에는 국내 증시 거래대금 증가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증시가 활발해지면서 개인과 기관, 외국인의 거래가 늘었고, 이에 따라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WM과 IB, 해외사업, 자기자본 운용 등 각 증권사의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실적 차별화도 나타났다. 메리츠증권은 상대적으로 성장폭 제한 모든 증권사가 같은 폭의 실적 증가를 기록한 것은 아니다. 메리츠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51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대 증권사의 전체 순이익이 120% 이상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는 메리츠증권의 사업구조가 다른 대형 증권사와 다르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과 트레이딩 등 비브로커리지 사업 비중이 높아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결국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의 실적은 ‘증시가 올랐다’는 공통 요인뿐 아니라 각 증권사가 어떤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 최대 변수는 ‘거래대금’과 증시 변동성 이제부터 문제는 하반기다. 6월 말 이후 국내 증시가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면서 상반기와 같은 거래대금 증가세가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 거래대금이 감소할 경우 브로커리지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운용·IB·WM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한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처럼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투자자산 가격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처럼 브로커리지와 운용, IB, WM 등 여러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증권사는 특정 시장 상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결국 상반기 증시 호황으로 ‘10조원 시대’를 연 증권업계가 하반기에도 같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거래대금 흐름과 증시 방향, 투자자산 평가손익, 그리고 각 증권사의 수익구조 다변화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결국 상반기가 증시 활황에 힘입어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시기였다면, 하반기에는 각 증권사의 수익구조와 자본 운용 역량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증시 흐름과 거래대금 변화에 따라 증권사별 실적에도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