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만 41세에 드디어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허점에 피해를 입었고, 더 깐깐해진 은행 대출 문턱을 깨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유튜브나 온라인에는 주택 매입 대출과 관련해 허위정보가 섞인 콘텐츠도 난무해 혼란스러웠습니다. 여기에 각종 주택 관련 규제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과세 체계는 현재 서민·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비롯해, 현 정부가 바라는 주택 공급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 수준으로 오르는 동시에 은행도 대출 문턱을 높여 놓은 상황에서, 서민·청년들이 첫 번째 내 집 마련에서 꼭 알아야 점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만 보인다는 비판을 듣는 부동산 정책입안자들에 바라는 점을 전하고자 합니다.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필자는 지난 2022년 5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주거형 오피스텔에 월세 임대차 계약을 맺고 거주해 왔다. 명칭만 오피스텔이지 사무용보다 자가 또는 임대 거주 목적의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지하철역이 도보로 3분 거리에 기타 교통 조건도 좋았고, 아이의 교육과 상업시설도 만족스러웠다. 또 공원 및 산책로 등도 깔끔하게 조성돼 있어 마음속엔 “평생 살아도 아쉽지 않은 동네”가 됐다. 그런데 올해 2월 공인중개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2026년 5월 말 월세 계약이 만료되면, 집주인(임대인)이 실거주할 예정이오니 더 이상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통보였다. 이미 필자는 한 차례 임대차 계약을 갱신했고, 계속 이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다음에도 계약을 갱신하려 했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라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면 임차인에 더 이상의 갱신 권리는 없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과 상의 끝에 떠나더라도 이곳 오피스텔에서 다른 집을 구하기로 했다. 이에 공인중개사에 전세 또는 월세 매물이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월세 매물은 0건이었고, 그나마 1~2건이 나온 전세의 시세도 매매가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높게 형성돼 있었다. 공인중개사 사장님은 이번 정부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강력한 주택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서울에 바로 인접한 남양주시에 전월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해줬다. 자연스레 매물이 부족하고 가격도 오르는 게 당연하다며 혀를 찼다. 이런 상황은 인근에 위치한 다른 주택도 마찬가지였다. 혹자는 “그럼 전월세 매물이 충분하고 집값도 싼 더 외곽으로 이사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4년간 이곳에서 살면서 정착할 마음까지 생겼고, 무엇보다 자녀의 교육으로 인해 다른 동네로 떠나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결국 있는 돈 없는 돈을 털어 지금 사는 주거형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방향으로 고민해봤다. 문재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전월세 물량은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매매 물량은 40건을 웃돌 정도로 많았다. 물론 아무리 매매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더라도, 역세권 주거에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결코 매매가가 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에 자금 마련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공인중개사를 통해 그 40건 중 매매가가 가장 합리적이면서 집 상태도 좋고, 계약금과 중도금 및 잔금일 등의 조건을 가장 잘 제시해주는 곳을 소개받으려 했다. 그런데 3월 중순경 임대인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매매를 알아보고 있다면 지금 사는 집을 싸게 줄 테니 사라는 것이었다. 그 제안을 받자, 여러 가지를 고민해봤다. 거주 중인 집을 사들인다면, 이삿짐을 옮기거나 신분증 및 여러 온라인 가입 정보에 주소 수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가격보다 우선할 수 없었다. 당시 공인중개사로부터 소개받아 계약에 관심이 있는 두 곳이 있었는데, 임대인은 이곳보다 매매가를 1000만 원을 더 올려 제시했다. 결국 전화로 “돈이 부족하다”고 말한 뒤, 다른 집 매매를 알아볼 것이며 5월 말 임대차 계약 종료에 맞춰 집을 비우겠다는 의사를 알렸다. 그리고 관심이 있던 두 곳에 대해서도 필자 외에 다른 매매 문의가 적지 않았던 만큼, 신속히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대인과의 매매 협의가 불발되고 즉각 가장 마음에 든 한 곳에 대한 계약 의사를 공인중개사에 밝힌 뒤 계약금을 지불했다. 물론 임대인에게는 “다른 1000만 원 더 싼 곳과 계약했다”는 말을 굳이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임대인은 갑자기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더니, “집을 비우기 전 전세를 내놓을 것이니, 그 사이 집 보러 오시는 분이 있다면 협조 부탁한다”는 말을 늘어놨다. 필자는 분명 임대인이 실거주할 예정이라고 말한 만큼, 임대차 계약 갱신 의사를 밝히지 않고 매매를 문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전세를 내놓겠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임대인은 “처음에 실거주할 마음이 있었는데, 한민철 씨가 매매에 관심을 가지면서 매매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고, 무엇보다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고 싶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만큼, 당연히 실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계약이 끝나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전화로 아무리 따져도 임대인은 자신의 입장만 이야기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필자는 이미 다른 곳에 계약금을 걸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 위반을 두고 말싸움할 여유가 없었다. 공인중개사에 임대인이 갑자기 실거주에서 전세를 내겠다고 말을 바꾼 사실에 관해 묻자, 자신들도 처음에 계약 만료 후 실거주할 예정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들었고, 필자가 계약 갱신 의사를 말하지 않은 채 매매를 문의했기에 임대인과 계약 만료 협의가 문제없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가 매매를 알아본 건 어디까지나 임대인의 “실거주 예정”이라는 의사를 전해 듣고, 무조건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만약 실거주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필자가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 임대차 계약 갱신을 원했다. 부동산에서는 임대차보호법이 민사 영역인 만큼 수사기관에 호소할 방법은 없고, 이런 경우 민원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에서도 실거주 의사를 미리 밝히지 않았던 필자에 유리하게 판정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필자와 같은 다소 특이한 사례에 관한 명쾌한 해답을 찾아볼 수 없고, 분쟁 조정을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절차가 까다로워 상당한 시간의 소요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 또 조정 접수 기간도 한정돼 있다. 특히 필자는 임대인의 기망이 있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집을 나가겠다”고 명시적으로 통보했고, 이미 다른 주택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한 단계에서 임대차 분쟁 조정을 통해 어떤 의미 있는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결국 필자는 민간 법률대리인을 고용해 당시 임대인의 행위로 인한 금전적 손해를 산출하는 동시에 민사소송을 고려 중에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일반적인 임대차보다 임차인의 보호를 더 강화한 법률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게 임차인에 진정 유리한 것인지 그리고 임차인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또 이를 어긴 임대인에 임차인에 대한 개인적 배상 책임 외에 정부 차원에서 어떤 패널티를 주지도 않는 만큼, 이런 일이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부동산 정책 입안자가 봐야 할 40대 직장인의 수도권 내집 장만 후기 (2)에서 계속...
202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