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의 정치 섹션 코너 ‘정치셀럽’은 정치권에서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과의 인터뷰’를 다룹니다. 인터뷰 대상은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정당인 등에 국한하지 않고, 정치 분야에서 대중에 영향력 있는 유튜버, 법조인, 언론인, 학자, 기타 일반인 등의 셀럽을 포함합니다. 이들과 현 시국, 정치 철학, 목표, 개인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갈등과 화만 돋우는 정치’가 아닌 ‘흥미롭고 배울 게 많은 정치’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인싸잇=전혜조 기자ㅣ전여옥 작가는 기자와 작가, 정치인을 거쳐 지금은 방송과 유튜브에서 정치·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이다.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언론 활동을 시작해 KBS 기자와 일본 특파원으로 일했고, 「일본은 없다」를 펴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한나라당 대변인과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내며 직접 정치의 한복판에 섰고, 정치권을 떠난 뒤에는 작가이자 정치평론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자와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은 전 작가가 한국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는 밑바탕이 됐다. 일본의 세습정치와 정치 가문을 지켜보며 정치가 특정 세력의 영역으로 굳어질 때 국민이 정치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봤고, 「일본은 없다」를 쓴 뒤 작가와 강연자로 활동하면서는 시장경제의 가치를 직접 경험했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장경제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은 그가 정치권에 직접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을 떠난 지금도 정치에 대한 평가는 거침없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정치와 국민을 위해 싸우지 않는 정치인을 강하게 비판하고, 국민의힘이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사람부터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자 출신으로서 현재 언론의 위상과 기사 수준이 떨어지고 포털이 새로운 권력이 됐다고 진단하는 한편,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았던 문제를 이야기해 온 정치 유튜브의 역할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장암 투병은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직접 아픔을 겪으며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커졌고, 이제는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하고 충실하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건강을 회복해가며 지금도 글을 쓰고 방송을 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싸잇>은 전여옥 작가를 만나 학보사 기자에서 KBS 기자와 일본 특파원, 베스트셀러 작가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서게 된 과정과 국회의원으로 경험한 정치의 현실, 한국 언론과 정치 유튜브에 대한 생각, 대장암 투병 이후 달라진 삶의 시선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KBS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기자 전여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에는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언론도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는 이른바 운동권으로 불리던 학생들도 있었지만, 나는 특정한 이념보다는 사회의 잘못된 점을 알리고 바꾸는 데 언론의 역할이 있다고 봤다. 학보사 활동을 하다가 방송사 기자가 됐기 때문에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방송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신문과 달리 영상과 목소리를 통해 메시지가 즉각적으로 전달되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허무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1분 남짓한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취재하고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는데, 정작 방송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모든 내용이 지나가 버린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됐고, 그런 경험이 이후 글을 쓰거나 정치 메시지를 만드는 데도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 일본 특파원 시절의 경험은 한국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에 어떤 영향을 줬나. “일본에서 일본 정치를 직접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는 일본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가문정치와 세습정치였다. 아버지가 정치를 하면 아들이 지역구를 물려받고, 집안에서 여러 명의 정치인이 나오면서 정치가 특정 가문의 영역처럼 굳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구조가 오랫동안 이어지면 국민도 정치에서 점점 멀어지고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정치인이 국민과 치열하게 소통하고 경쟁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지역 기반과 조직을 물려받아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당시 자민당의 강력한 장기 집권 체제를 지켜보면서 정치가 고착될 경우 유권자 역시 정치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도 그런 모습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치에서도 아버지나 배우자, 형제·친척 등 가족의 정치적 기반을 이어받거나 기존 정치인의 영향력에 기대 정치에 진입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치 참여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지만, 정치가 특정 가문이나 기득권의 영역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일본 특파원 생활은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와 정치를 돌아보게 한 경험이었다. 일본 정치를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닮아서는 안 되는지도 생각하게 됐고, 그 경험이 이후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어떤 내용을 고치거나 새롭게 담고 싶나. “고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다. 「일본은 없다」를 썼던 당시에는 한국 사회에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상당히 강했다. 일본은 이미 선진국이었고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이야기하던 시절이었다. 역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본에 뒤처져 있다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도 있었다. 그런 시대적 감정이 당시 내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어느 정도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다시 쓴다면 일본인의 생각과 신념, 가치관을 훨씬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 같은 자연재해를 끊임없이 겪어온 나라이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흔히 말하는 ‘잇쇼켄메이(一生懸命)’라는 표현처럼 자기 자신을 던지고 갈아 넣을 정도로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태도가 있다. 그런 정신이 장인정신을 발전시키고 일본 특유의 정교함과 미학을 만들어낸 힘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일본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일에 혼을 넣고 완벽하게 해내려는 태도는 대단하지만, 때로는 기존의 방식과 질서를 지나치게 고수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은 분명 미학적으로 뛰어난 감각과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사회다. 지금 다시 「일본은 없다」를 쓴다면 일본을 단순히 비판하거나 한국과 비교하기보다, 일본을 만들어온 정신과 가치가 어떻게 강점이 됐고 동시에 어떻게 한계가 됐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고 싶다.” - 기자와 작가로 활동하다 직접 정치권에 들어가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KBS 기자와 일본 특파원을 거쳐 「일본은 없다」를 쓴 뒤 작가와 강연자로 활동했다. 책이 알려지면서 많은 강연 요청을 받았고, 시장에서 내 능력과 노력에 대한 대가를 직접 받을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그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몸으로 경험한 셈이다. 정치에 직접 뛰어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노무현 정부였다. 당시 정부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키운 사람이 그에 맞는 보상을 받고, 경쟁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라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봤다. 나 혼자 잘사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도 아니었다. 앞으로 내 자식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노무현 정부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정치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글을 쓰고 강연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결국 시장경제와 자유의 가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 - 정치권에 들어가기 전 생각했던 정치와 실제로 경험한 정치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나. “정치권의 민낯을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낮술 문화였다. 나도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사람은 아니지만, 프리랜서로 10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낮부터 술자리를 갖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물론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있다. 식사에 맞춰 와인이나 사케를 곁들이는 경우는 있지만, 내가 정치권에서 본 것은 그런 차원과는 조금 달랐다. 정치인들이 정치부 기자들과 낮부터 술자리를 갖는 모습을 자주 봤고, 그게 상당히 낯설었다. 특히 기자라면 취재하고 공부하고 자료를 읽으면서 계속 자기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그런 시간을 술자리에서 보내게 만드는 문화가 과연 건강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과 기자가 가까이 지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지만, 술자리가 관계의 중심이 되고 정보와 소통까지 그 안에서 이뤄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는 정치가 훨씬 더 치열하게 정책을 고민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들어가 보니 정책 못지않게 사람 관계와 관행, 오래된 정치문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그 점이 가장 예상 밖이었다.” -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했던 말 가운데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발언은 무엇인가. “특정한 한마디를 꼽기보다 대변인으로 일했던 그 시절 자체가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하루에 논평을 스무 개 가까이 쓸 때도 있었다. 현안이 터질 때마다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당의 입장을 정리해서 글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정말 치열하게 일했다. 누가 대신 써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자료를 보고 문장을 만들면서 하나하나 대응하려고 했다. 대변인은 논평만 쓰는 자리도 아니었다. 당대표 일정도 수행해야 했고, 기자들과 끊임없이 만나 소통해야 했다. 사실상 보수를 받지 않고 헌신하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했고, 필요하면 내 돈까지 써가며 사람들을 챙겼다. 나 역시 기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기자 선배로서, 또 그냥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 기자들에게 밥을 사거나 자리를 마련하는 일도 많았다. 단순히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라기보다 서로 신뢰를 쌓으려고 했고, 실제로 기자들과 관계도 상당히 좋았다. 돌이켜보면 대변인 시절에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직접 논평을 쓰고 기자들과 부딪히면서 당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했던 경험은 정치 생활 가운데서도 가장 밀도 높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내며 가장 보람을 느낀 일과 가장 아쉬움이 남는 일은 무엇인가. “가장 큰 보람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당시 정말 치열하게 뛰었다. 그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이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당장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변화는 반드시 생긴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에서도 개인의 노력과 행동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직업 자체를 조금 더 좋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점이다. 당시의 나는 국회의원을 누리고 즐기는 자리라기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하는 자리로 받아들였다. 의무감과 책임감이 너무 강했다. 국민이 선택해 준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특별한 기회인지 조금 더 여유 있게 받아들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정치를 하는 과정 자체를 즐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렸던 만큼, 돌이켜보면 그 시간을 조금 더 좋아하고 즐기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과거의 정치권과 비교했을 때 오늘날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 정치는 다수 의석이 가진 힘을 너무 거칠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정당이 그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 민주당은 국민이 맡긴 의석수에 비해 지나치게 큰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안 처리부터 각종 정치적 결정까지 다수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국회가 토론하고 타협하는 공간이 아니라 힘으로 결론을 내리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의회독재’로 갈 수 있다고 본다. 국회가 강해지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필요하지만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소수의 의견을 듣고 서로 협상하고 절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정치가 많이 사라졌다. 국민이 많은 의석을 줬다는 것은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맡겼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당에 분에 넘치는 권력이 주어졌고, 그 힘을 절제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정치가 다시 힘의 크기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움직이는 구조로 돌아가야 한다.” - 기자와 정치인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현재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생존 자체가 버거워졌다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언론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고 언론사 사주의 영향력과 책임도 약해졌다. 언론사가 좋은 기사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당장의 수익과 조회수를 고민하는 장사꾼처럼 변해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좋은 인재들이 예전만큼 언론계로 들어오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기사를 읽다 보면 기본적인 문장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있고, 기사 자체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자가 한 줄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그 한 줄 뒤에 역사와 사회에 대한 공부가 쌓여 있어야 한다. 많이 읽고 공부하고 취재한 뒤에야 짧고 정확한 문장이 나올 수 있다. 언론의 영향력이 약해진 자리는 포털이 차지했다. 이제는 언론사가 어떤 기사를 중요하게 판단하느냐보다 포털에서 어떤 기사가 노출되고 많이 소비되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포털이 사실상 새로운 권력이 된 셈이다. 결국 언론도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지금 만드는 기사와 방송을 보기 위해 독자와 시청자가 과연 자기 돈을 내겠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구독할 만큼 좋은 기사와 방송을 만들지 못한다면 언론의 위상과 신뢰를 되찾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 국민의힘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들을 싹 물갈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자기 자리와 정치적 생존부터 생각하는 기회주의적인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이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보다 자신에게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먼저 계산하는 정치로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야당이라면 잘못된 정책이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국민을 대신해 제대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작 싸워야 할 때는 뒤로 물러서고, 상황이 유리해지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반복한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아준 것은 자리를 지키라고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책임을 지라고 한 것이다.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정치도 바뀐다. 단순히 나이가 젊은 사람이나 새로운 얼굴로 교체하자는 의미의 물갈이가 아니다.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싸울 수 있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자기 자리까지 걸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그런 변화 없이 간판이나 구호만 바꾼다고 국민의 신뢰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국민의힘이 정말 다시 신뢰받고 싶다면 기회주의적인 정치와 결별하고 사람부터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 유튜브가 기존 언론을 대신하는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나. 유튜버가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주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 유튜브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기존의 올드미디어나 재래식 미디어가 제대로 다루지 않거나 외면했던 문제들을 유튜버들이 용감하게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여론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을 돌아보면 가로세로연구소 같은 우파 유튜브 채널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기존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문제를 제기하고, 보수 성향 시청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몇몇 언론사가 사실상 여론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기존 언론과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영향력이 커진 만큼 책임도 커져야 한다.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말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정치 유튜버 역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자신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유튜브의 장점은 기존 언론이 갖고 있던 정보와 여론의 독점을 깨뜨렸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유를 계속 지키려면 유튜버 스스로도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정치인을 평가할 때 말과 행동, 도덕성,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용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도덕성도 중요하다. ‘도덕성은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족쇄를 채울 때 쓰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도덕적 기준을 지키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똑같은 기준을 들이대면 오히려 그것이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치인은 다르다. 국민을 대표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인 만큼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된다. ‘군인은 전쟁에서 한 번 죽지만 정치인은 여러 번 죽는다’는 말이 있다. 선거에서 질 수도 있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고, 자신의 소신 때문에 정치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인에게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본다.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해야 할 말을 하고 필요할 때는 자신의 정치 생명까지 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용기가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 대장암 투병을 겪으며 정치와 사람, 삶을 바라보는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나. “대장암 투병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내가 철이 많이 들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볼 때 옳고 그름이나 결과를 먼저 생각했다면, 아프고 나서는 그 사람에게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정과 고통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커졌다. 직접 아파보니 몸이 아프다는 것이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가족에 대한 걱정도 생기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함께 찾아온다. 그런 시간을 겪고 나니 다른 사람이 아프거나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전처럼 쉽게 지나칠 수가 없게 됐다. 타인의 아픔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도 큰 변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누구나 자기만의 아픔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됐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다. 정치도 결국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이다. 투병 전에는 정치적 판단이나 논리가 먼저였다면, 지금은 그 결정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더 생각하게 된다. 아픈 경험 자체는 힘들었지만,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줬다는 점에서는 나를 많이 바꿔놓은 시간이었다.” - 기자·작가·정치인·정치평론가 가운데 스스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름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하고 싶나. “지금은 기자나 작가, 정치인, 정치평론가라는 이름보다 한 인간으로서 정직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경 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선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나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하고 충실하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나이가 들면서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줄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평가하기보다 내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데 더 집중하게 됐다. 특히 건강을 잃어본 뒤에는 건강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됐다. 건강을 회복해가면서 지금도 글을 쓰고 방송을 하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하면서 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직함을 갖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나답게 사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싶다.” - 정치에 실망한 청년들과 국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청년들이 정치에 실망했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청년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살아갈 나라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냉소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찾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문제에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낸다. 정치권이 청년들을 무관심한 세대로 규정하기보다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결국 자신이 살아갈 나라는 스스로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누군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 청년들이 이미 그것을 알고 있고, 필요한 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정치에 실망하지 말라’거나 ‘더 관심을 가져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충분히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더 나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지금처럼 계속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