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MBC가 공정방송노조(이하 공정노조)를 이끌고 있는 이윤재 위원장을 갑작스럽게 경인지사로 발령을 냈다.
MBC 내 여러 노동조합 가운데 노조위원장을 본사 조합원들과 사실상 분리시키는 인사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MBC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의 의미를 놓고 여러 추측과 분석을 내놓으며 MBC 사측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이윤재 위원장은 “인사가 나기 전까지 어떤 신호도 없었고, 갑자기 인사발령이 날 만한 내 개인비리나 이런 것들도 전혀 없다”며 “단지 걸리는 게 있다면, 내가 작성하는 일일보고를 보고 이러는 게 아닌가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이 작성하는 ‘일일보고’는 MBC 관련 기사나 우파진영 이슈가 된 화제의 기사들을 게재하고 마지막에 이윤재 위원장이 코멘트를 달아 써오는 노보로, 이 위원장은 취임한 뒤 일일보고를 직접 작성해 알리고 있다.
‘일일보고’는 MBC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좌편향 현상을 비판해오면서도 한편으론 MBC 경영과 인사 등에 관해서는 회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특히 조직개편의 문제나 임금피크제와 같이 노동조합의 활동영역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며 회사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공정노조는 분명한 우파노조”라며 “회사 경영을 비판한다고 그것이 1노조와 이념의 궤를 같이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1노조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이 일일보고를 통해 노사문제에 있어서는 1노조와 궤를 같이 한다는 취지로 밝힌 적이 있는데, 일각에서 이를 오해한 것을 의식한 듯,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좌편향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닌 이상 공정노조가 제기하는 임금피크제나 조직개편 등의 문제는 이념을 불문하고 공통적인 노사문제에 해당되기도 한다.
공정노조 이윤재 위원장과 31일 짧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 발령 이후 어떻게 지내나
“우익단체 활동하시는 원로 어르신께 전화도 받고, 미디어 관련 간담회에도 다녀왔다. 이번 인사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시더라.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우익이란 게 그렇지 않나. 어떤 정파를 편드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태극기 아래 모인 사람들 아닌가.”
- 공정노조는 어떤 대책을 계획하고 있는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노총에는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했다. 한국노총 위원장단이 다음주쯤 항의방문을 한다고 알고 있다”
- 이번 인사가 왜 나왔다고 생각하나
“회사가 무리수를 둔다. 내게 감정이 있나 싶기도 하다. 아마 내가 작성하는 일일보고를 보고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그냥 한명의 아나운서로만 활동한다면 그럴 필요도 없다. 안광한 사장이 좌편향 노조에 대처를 잘했고, 뉴스방향도 잘 잡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아집과 독단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백종문 본부장도 그렇고 속이 좁지 않은가. 나 개인적으로는 신사 이윤재다. 누구랑 싸우고 투쟁하고 이런 사람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다. ‘왜 신사 이윤재를 투사로 만드느냐’고. 개인적으로 경인지사에 있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 가서 사업도 배우고 여러 사람 만나고. 하지만 문제는 내가 공정노조위원장이고 일일보고를 쓰게 됐고, 그래서 이렇게 된 게 아니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KBS 사장 선임도 보면, 조대현 사장이 우익정권에서 좌측깜빡이를 켜서 떨어졌다. 안 사장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좌측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해 그런 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직종폐지 1노조도 반대했지만 우리 노조도 반대했다. ‘아나운서나 기자나 PD나 관리직이나 다 똑같은데 왜 그러느냐’ 그런 걸 보여주기 위해 나를 본보기로 삼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 앞으로 계획은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대응할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로 월요일에 접수할 계획이다. 한국노총 법률지원팀에서도 강력하게 지원할 것으로 안다. 이번 일은 일개 아나운서의 개인 문제가 아니다. 노조위원장을 조합원들과 떨어뜨려 놓으면 위축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난 개인 비리도 전혀 없다.”
미디어내일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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