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외교 분야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든 정부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 후 이란이 헤즈볼라, 후티반군 등 이슬람 테러집단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은 더 확산되고 있다.
파햄 연구원은 지난 2021년 8월 30일 미군이 아프간에서 전면 철수한 직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대에 병력을 집결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국교정상화 회담이 진전되기가 무섭게 하마스가 이란의 지원을 받아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만 강제합병 선언에 대해서도 그는 언급했다.
파햄 연구원은 이 모든 불행이 미국의 억지력(deterrence) 약화로 인해 발생했다고 전제하고 “예전에는 미군이 압도적인 힘으로 분쟁을 제어해 왔지만, 미국의 집권세력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적들(러시아와 하마스)의 중요한 이해관계를 착각했고, 그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파햄 연구원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통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막기는 했지만, 이것이 미국 외교의 목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수개월 전부터 러시아의 침공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억지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미국의 적들은 미국이 내부 및 국제적 고려로 인해 너무 산만한 상황이었기에 공격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인식한 것(In both instances, U.S. adversaries perceived that the United States was too distracted by internal and international considerations, making it their most opportune time to strike)”이라고 분석하면서 이 모든 것이 아프간 철수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주둔이 국익을 위한 평화유지라는 논리로 국내 고립주의자들을 설득했어야”
파햄 연구원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려고 한 미국 정치인들의 입장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고 전제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약간의 고립주의적(isolationist)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하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취약한 민주주의 체제를 보존하고 카불이 다시 테러 조직의 기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평화 유지 임무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양당 고립주의자들의 비판을 약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주둔이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국익을 위한 평화유지라는 논리로 고립주의자들의 설득했다면 오늘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논리다.
파햄 연구원은 “또한 미국 정부는 아프간 주둔이 인도주의적, 정치적 측면을 넘어서 미국의 다양한 지정학적 목표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어야 한다”며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를 통해서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중이라는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파햄 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상상력의 실패였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을 진지하지 고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가적 굴욕이 국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All of these points highlight a failure of imagination, a failure to seriously consider American interests in the region, and a failure to fully grasp the repercussions of national humiliation on the global stage)”이라고 강조했다.
파햄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이미 끔찍했던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한 후 “교착상태의 상황에 대한 사려 깊고 신선한 시각이 있었다면 베트남전 패배 이후 최악의 재앙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칼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