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은 전쟁 직후부터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압류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중국·사우디·인도네시아 등 친러성향 국가들은 이에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유럽연합(EU) 국가들에게도 미국의 계획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이며 컬럼비아대학 교수인 제프리 D. 삭스(Jeffrey D. Sachs)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의회전문지인
더힐(The Hill)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러시아 자산 압류’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삭스 교수는 미국이 러시아의 자산을 불법적으로 압류하는 것이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미국의 역할에 작별을 고하는 것(well kiss goodbye to America's role in the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이라고 규정하면서 미국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 61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고자 하는 바이든 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도 그는 “우크라이나를 더 파괴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것(it will mean nothing except more destruction of Ukraine)”이라고 비판했다.
삭스 교수는 이번 전쟁이 이미 우크라이나를 파괴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지원으로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가 입는 피해는 더 커질 것이며, 러시아는 더 많은 영토를 얻을 것이고 급기야는 수도인 키이우까지 점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삭스 교수는 “실제로 상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미국이 하는 일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최전선에 나가 죽도록 비용을 지불했으며 점점 더 많은 영토를 잃었다(we have paid for hundreds of thousands of Ukrainians to go to the front lines and die, for more and more territory to be lost)”라고 밝혔다.
이어 삭스 교수는 미국이 지난 2014년부터 이번 전쟁의 불씨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립국을 표방하던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고 나토(NATO)를 확대하려고 시도한 장본인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오바마와 부통령 바이든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무모하고 어리석으며 실패할 운명이었고, 결국 바이든은 10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재앙이었다”며 “목숨을 잃은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과 잃어버린 영토가 그 증거”라고 언급했다.
삭스 교수는 전쟁 발발 직전인 2021년 12월에 백악관 인사들과 면담했던 사실을 소개하면서 “당시 백악관은 러시아를 SWIFT 시스템에서 제거하고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무지한 사람들의 헛소리였다”라고 회상했다.
삭스 교수는 전쟁 발발 이후 터키 등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전쟁을 장기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왜냐하면 죽는 건 미국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인들이었기 때문이고, 미국 정부는 그것이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고 있다”며 “푸틴의 말을 잘 들어보면 그는 협상할 의지가 있지만, 미국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말미에 삭스 교수는 미국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압류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면 미국 달러가 가진 기축통화로서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으며, 세계 평화를 지키는 미국의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https://youtu.be/mbNvagE7BcM?si=rhUigHEps5vuzi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