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중동 사태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트럼프 ‘마이웨이’ 속내는

  • 등록 2026.03.07 10: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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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유전, 원유 비축 시설 부족에 생산 중단 선언... 국제 유가 폭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지적 곳곳에서 나와
트럼프, 유가 상승에 “오르면 오르는 것”
백악관, 美 방산 업체와 최상급 무기 생산 늘리기로
“타격 강도 증대를 통한 신속한 이란 굴복, 사태 진정의 현실적 방안으로 판단한 듯”

인싸잇=유승진 기자 |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7%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번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 대형 유전이 원유 비축 시설 부족으로 인해,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번 사태의 장기화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을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히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란에 대한 타격 강도를 끌어올려 하메네이 잔재를 신속하게 굴복시키는 게 이번 사태를 신속히 진정시킬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2.21% 상승한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8.52% 오른 92.69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이후 일일 최대 상승 폭이다.

 

주간 기준 WTI는 35.63% 급등하며, 1983년 이후 선물 거래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브렌트유의 주간 상승률도 28%에 달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원유 수송 및 생산에까지 영향을 주며 국제 유가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이라크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이후 자국 최대 규모의 유전인 루마일라(Rumaila) 유전에서 하루 70만 배럴, 웨스트쿠르나2(West Qurna 2) 유전에서 46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지난 3일 이라크 현지 매체인 샤팍뉴스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두 곳은 아예 유전 생산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샤팍뉴스는 자신들이 입수한 바스라 석유공사 문서에 “3월 3일 오후 3시부터 루마일라 유전의 생산과 송유를 100% 중단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루마일라 유전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사가 이라크 정부와 페트로차이나 등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세계 2위 규모의 유전으로 통상 하루 1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왔다. 웨스트쿠르나2의 생산량은 일 5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이라크는 OPEC 내 2위 산유국으로, 총생산량은 하루 약 410만 배럴(올해 1월 기준) 수준이다. 이라크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조선이 이동하지 못한다면, 수일 내로 하루 생산량 300만 배럴을 감소해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뿐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도 원유 생산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7일 쿠웨이트는 원유 저장시설이 부족해지자 일부 유전의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원유 저장시설도 빠르게 차고 있으며, 두 나라 모두 3주 안에 저장 한계에 도달한 전망이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자사 ‘아랍 라이트’ 유종의 아시아 지역 4월 선적분 가격을 기존보다 배럴당 2.5달러 인상하기로 했다. 아람코는 ‘아랍 라이트’ 외에 다른 유종의 아시아 지역 판매 가격도 배럴당 2달러 인상했다. 물론 미국과 북·서유럽, 지중해 지역 고객사에 판매하는 원유 가격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중동에서 원유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유가 상승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4대 대형 무역회사 임원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가 미칠 영향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지나치게 안일하다고 지적하며, 향후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또 사드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원유 가격은 몇 주 내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이는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속한 이란 타격’, 현실적 해결책으로 판단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 없는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면서 이번 전쟁을 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자의 사살로 끝내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심지어 이번 전쟁에 관여한 이스라엘도 “하메네이를 대신해 임명되는 어떤 이란 지도자도 명백한 제거 대상이 될 것”이라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에 관한 질문에 “오르면 오르는 것으로 나는 그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전쟁이 끝나면 가격은 매우 빠르게 떨어질 것이다. 휘발유 가격이 조금 오르는 것보다 이번 군사 작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대책을 논의한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기 위해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보험을 제공하고 해군 호송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그 버검 장관도 5일 유가 안정을 위해 “모든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조치뿐 아니라, 더 장기적이고 복잡한 옵션도 목록에 포함돼 있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측은 “빨리 전쟁을 끝내야만 유가 급등도 막을 수 있다”며 이란에 대한 타격 강도를 급격히 끌어올려 이란 내 하메네이 잔재를 없애고 신속히 친미 정부를 세워 전쟁을 끝내는 게 이번 사태의 현실적으로 해결책으로 판단하고 있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오는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을 굳이 지연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방산업체들과 “우리가 최대한 신속하게 최대 생산량에 도달하기는 원하는 최상급(Exquisite Class) 무기 생산을 4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BAE 시스템즈, 보잉, 허니웰 에어로스페이스, L3해리스 미사일 솔루션스,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레이시온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의 기간을 약 4~5주로 예상하지만, 화력 증강을 통해 이보다 더 빠르게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로이터는 “정치·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아직 전쟁의 최종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데다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하는 기간보다 전쟁이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진 기자 knl.noah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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