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강용석 | 6·3 지방선거의 격전지로 떠오른 대구시장 선거에서 여당의 김부겸 후보에 맞설 국민의힘 후보가 추경호 의원으로 확정됐다.
추경호 의원은 후보로 확정된 후 지난 27일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대구 앞산 충혼탑을 찾아 참배하면서 “대구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보수의 심장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내용을 참배록에 적었다.
사실 이날 언론은 추 의원보다 ‘탈락한 다른 국민의힘 후보’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공전 배제(컷오프)로 반발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의원의 향후 선거 지원 여부의 질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단일대오를 강조하면서 “대구 시민들께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뜻에 전적으로 같이하고 함께 해 주기로 했다”며 이 전 위원장 등의 지원을 기대했다.
이번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전 위원장의 컷오프와 이에 대한 반발에 당사자만큼이나 다수의 보수 국민은 안타까워했다.
이 전 위원장은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시장 선거 출마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랬기에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대구까지 좌파에게 넘어가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 것인가”며 불출마를 선언하며 보인 눈물은 상당수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추 의원의 말처럼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단일대오 없이 개인기만으로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전 위원장의 희생과 추 의원으로 결집한 보수가 결국 그동안 국민의힘에 실망하고 이번 선거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던 대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결집할 것으로 확신한다.
동시에 주목할 부분은 이 전 위원장의 다음 행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추 의원이 후보 등록으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될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그를 공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후보에서 컷오프가 됐음에도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혔을 때부터, 보수층에서는 “이진숙은 지역 행정가가 아닌 중앙 정치인이 제격”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서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과 비교하면 힘과 투쟁력이 부족하고 심지어 목소리부터가 작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그 단점을 보완해줄 강인하고 투쟁력이 충만한 여성 정치인으로서 이진숙 전 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고, 이 전 위원장의 이번 선거 기간 중 행보에 아쉬워했던 대구의 보수 시민들도 달성 보궐선거 출마에 지지를 보낼 것이다.
김부겸, 벌써부터 샴페인 터트릴 분위기(?)... 결국 毒이 될지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후보는 지난 26일 달서구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이날 개소식에는 정청래 대표를 포함해 범여권 전현직 의원 6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정청래 대표는 “대구에서 김부겸은 확실한 필승카드”라며 그의 당선을 위해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실시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추경호 의원, 이진숙 전 위원장, 유영하 의원 등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도가 김부겸 후보보다 낮은 결과가 나왔다.
이런 조사 결과 때문인지 김부겸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정 대표와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대구시장 선거를 마치 당연히 자신들이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오히려 선거 막판에는 민주당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과 총선,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 결국 중요한 건 ‘밭’이다. 오랜 기간 그 지역 주민들이 가진 정치 성향과 여기에서 형성된 ‘밭’은 콩을 심으면 콩을 나오게 하지, 우수품종의 팥을 심었다고 쌀이 나오게 하지는 않는다.
최근 몇 번의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수십 년 동안 보수를 지지하고 보수의 성지로까지 불리는 밭을 쉽게 갈아엎는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분명 대구의 보수 시민 중에는 그동안 무기력하게 자당 대통령을 2번이나 탄핵하게 만들고, 분열하며 당 대표를 무시하고 자기 정치만 일삼는 이들로 인해 국민의힘에 정이 떨어졌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인식은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낮은 선호도로도 이어졌고, 여론조사 참여도도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보가 확정되고 본선에서 지역 의원을 비롯해 그동안 경쟁했던 이들이 하나 돼 지원에 나서준다면, 결국 표심은 보수의 성지라는 이념 한곳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구는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인물을 어느 선거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추경호 의원의 지원에 나설지 미지수지만, 적어도 박 대통령께서 외곽에서라도 추 의원에 힘을 보탠다면 이는 대구 시민들의 표심을 움직일 가장 큰 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대구의 보수 유권자들이 김부겸 후보를 쉽게 받아들기 힘들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대구 내에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여전히 좋지 않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국가 예산이 증가했음에도 대구시의 국비 예산 증가율은 전국 6대 광역시 중 가장 낮아 ‘대구 홀대론’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장차관 인선에 대구·경북 지역 출신이 배제되거나 매우 적다는 인사 차별 불만도 있었다.
아직도 ‘문재인 정부 대구 홀대’라는 검색어를 통해 과거 뉴스를 살펴보면,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대구 시민들은 당시 홀대의 기분을 몸소 느꼈고, 여전히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비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부겸 후보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이자 과거 정치권에서 대표적 친문 인사로 분류됐다. 김 후보를 친명으로 착각하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오히려 그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을 여러 차례 저격하며 강성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 2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부겸 후보의 선거캠프 사무실을 찾아 만나 격려한 것으로 전해지며, 특히 2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미리 찍은 축사 영상을 통해 김부겸 후보에 지지를 호소했다.
해당 영상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부겸은 나와 오랜 동지이자 지역주의의 벽에 스스로 부딪혔던 바보 노무현같은 사람”이라며 “쇠퇴하는 대구를 살릴 큰 인물은 바로 김부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구를 가장 쇠퇴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부의 수장이 이번에는 쇠퇴하는 대구를 살릴 인물로 자기 사람을 뽑아달라는 말에 공감할 대구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양강 구도는 잡혔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치열한 격전이 전개될 것이며,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잘해서가 아닌, 남이 실수해서 뽑히는 선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시간은 30일 이상이 남았고, 그사이 크고 작은 실수가 판세를 여러 번 바뀔 수 있다.
결국 실수를 줄이고 유권자에 하나 된 모습 보여주는 것만이 이번 선거에서 추경호와 국민의힘이 그동안의 열세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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