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7동 ‘투표용지 부족’이 부른 참정권 논란… 경찰 투입 끝 투표함 반출

  • 등록 2026.06.05 12: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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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시간 대치 끝 경찰 기동대 1000여 명 투입
오후 10시까지 이어진 투표… ‘지퍼백 투표지’ 공방
야권 재투표론에 李 대통령도 책임 규명 주문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시민들과 선관위 측의 대치가 이어졌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2개가 경찰 기동대 투입 끝에 반출됐다. 일부 유권자의 참정권이 제때 보장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와 재투표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권력을 통한 투표함 반출까지 이뤄지면서, 선거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뒷문으로 반출된 투표함… 경찰 1000여 명 투입


경찰은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설치된 잠실7동 제2투표소 현장에 기동대를 투입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투표함 반출을 둘러싼 시민들과 선관위 측의 대치가 약 35시간 이어진 뒤였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쯤부터 18개 기동대 약 1000명을 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8시 54분쯤 선관위 관계자 등이 투표함 2개를 밖으로 옮겼고, 해당 투표함에는 약 2000명분의 투표지가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투표함 반출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던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투표소 뒷문 앞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스크럼을 짜고 항의했고, 경찰이 이들을 한 명씩 분리하는 과정에서 몸싸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4일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현장을 찾아 상황을 확인하면서 투표함 반출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애국가를 부르며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항의도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부정선거” “개표 중단” “개표 무효” “선거 무효” 등을 외치며 투표함 반출 중단과 선관위의 해명을 요구했다.

 

본투표 당일 용지 부족… 서울·인천서 잇따른 대기·항의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3일 본투표 당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이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정해진 투표 종료 시각을 넘긴 뒤에도 유권자들이 대기했고, 부족한 투표용지가 추가로 이송되면서 현장 혼선이 커졌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잠실7동을 비롯해 강남구, 광진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중앙선관위 파악 기준으로는 송파구 5개 동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모두 14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확인됐다. 인천 연수구 송도5동 제1투표소와 동춘1동의 한 투표소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해 유권자들이 대기하거나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장시간 대기한 유권자들이 있었고, 일부는 투표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부족한 투표용지가 지퍼백과 종이봉투 등에 담겨 긴급 이송됐다는 이른바 ‘지퍼백 투표지’ 논란까지 제기됐다.

 

투표용지는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선거관리 물품이다. 본투표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를 포기했다는 주장이 나온 이상, 이를 단순한 현장 혼선으로 넘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구조사 뒤에도 이어진 투표… 절차 오염 논란에 재투표 요구 확산


문제는 투표 종료 시각 이후 출구조사 결과와 일부 개표 흐름이 공개된 상황에서도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시장, 구청장, 시·구의원, 교육감 등 여러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특정 투표소의 혼선이 어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사후적으로 따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다. 일부 유권자는 이미 선거 관련 정보가 공개된 뒤 투표한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선거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시민들의 항의는 투표함 반출 자체만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었다. 투표용지 부족, 투표시간 연장, 출구조사 뒤 투표, 개표 진행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 선거 절차의 신뢰를 흔들었다는 문제 제기였다.

 

현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특정 후보의 당락 문제가 아니라 선거 절차의 정당성 문제라는 항의도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좌우 문제가 아니라 절차 문제”라는 취지로 재투표 필요성을 주장했다.


잠실7동 투표함 대치는 현장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았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항의는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대구 선관위 앞 집회로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선관위의 해명과 책임 규명을 요구하며 “부정선거 원천무효” 등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이 잠실7동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일부 지역 선거 절차 전반에 대한 재투표 요구로 번지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재선거가 법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서울시 선거, 오염된 선거”… 李 대통령 “책임질 것은 책임 물어야”

 

정치권에서도 재투표론이 제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미 서울시의 선거는 오염된 선거”라며 “유권자의 투표권,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오염된 선거는 무효”라며 유사 사례가 발생한 지역에 대한 재선거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도 “2026년 대한민국 투표 현장에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선관위의 책임을 물었다.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정상적인 투표 절차가 흔들렸고, 일부 유권자가 투표 기회를 제때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선거 결과 이전에 투표 절차 자체의 정당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관위 책임론은 야권과 현장 시민들의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관을 향해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으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정책브리핑 공식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대통령까지 책임 규명을 언급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의 현장 대응 문제를 넘어 선거관리 체계 전반의 신뢰 문제로 번졌다. 선관위가 단순 사과나 사후 설명만으로 논란을 수습하기 어려워진 배경이다.

 

선관위, 대국민 사과문 발표 후 투표함 반출 강행… 참정권 침해 논란 확산


중앙선관위는 지난 3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국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끼쳤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부족한 투표용지를 이송했고, 투표 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대기 중인 유권자는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선관위는 4일 새벽 긴급회의를 거쳐 이번 사안이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개표 중단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으로 실제 투표권 행사가 지연되거나 포기됐다는 주장이 나온 만큼, 선관위의 사과만으로 논란이 정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태는 투표용지가 왜 부족했는지, 몇 명의 유권자가 영향을 받았는지, 투표함 반출과 개표 절차가 적정했는지까지 따져야 하는 문제로 번졌다.

 

특히 선관위가 대국민 사과와 진상규명 방침을 밝힌 것과 별개로, 현장에서는 경찰 기동대 투입 끝에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2개가 반출됐다. 절차적 하자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권력을 통해 투표함 반출과 개표가 진행된 만큼, 참정권 침해와 선관위 책임론은 더 커지고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의 기본 신뢰를 흔든 사건으로 남게 됐다. 잠실7동 투표함 대치와 경찰 투입, 중앙선관위 항의 집회, 서울 재투표론까지 이어진 만큼 선거 이후에도 참정권 침해 여부와 선관위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백소영 기자 mkga.gi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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