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임종옥 기자 |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끈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주요 AI 칩 설계회사인 브로드컴의 예상 밖 실적 예상과 미국 측의 연내 금리 인상 단행 움직임이 투자심리를 위축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미국 증시 상황이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대형주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5일(현지시간) 10.3%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쇼크가 극심했던 지난 2020년 3월 이후 가장 일일 낙폭이다. SOX가 올해 들어 92% 이상 오른 만큼, 이날 일일 하락률이 지수 전체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러한 반도체주에 대한 매도세는 미국 맞춤형 AI 칩 설계회사인 브로드컴의 시장 예상치를 밑돈 분기 실적과 최근 발표한 기대 이하의 매출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브로드컴의 올해 2분기 회계연도 매출(222억 달러)은 시장 전망치에 다소 미치지 못했고, 이번 주 발표한 분기 예상 실적에서 맞춤형 AI 칩 사업 수요가 시장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브로드컴은 지난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3분기 회계연도 기준 AI 반도체 매출을 160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블룸버그 집계치(172억 달러)와 기타 시장 예상치인 163억 6000만 달러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러자 4일 뉴욕증시에서 브로드컴의 주가는 12.6% 급락했다. 하루 만에 3150억 달러(약 435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컴은 5일에도 8% 가깝게 떨어지면서 이틀간 낙폭이 20%에 달했다.
브로드컴의 주가가 챗GPT 출시 이후 8배 넘게 올랐고, 올해 들어서만 38% 상승했다. 이를 비춰보면 4~5일간 하락률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자 마이크론과 마벨 테크놀로지, AMD 등 미국 반도체주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엔비디아마저 5일 약 6% 하락하며 시가총액 3000억 달러 이상이 빠졌다.
미국 내에서는 구글 등 브로드컴의 고객사가 칩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며 점유율 하락 및 반도체 가격 하락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발(發) 충격에 이날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121.53포인트(-4.18%) 내린 2만 5709.43에 마감했고,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200.63포인트(-2.65%) 내린 7383.68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주간 기준 9주 연속 상승 행진을 멈췄다.
이처럼 미국 AI 및 반도체 관련 기술주의 고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움직임도 투자심리를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5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7만 2000명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8만 명 증가를 전망한 예상치(다우존스 집계 기준)를 큰 폭으로 웃돈 수치다.
미국 고용지표가 지난달 예상 밖으로 개선되면서, Fed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기술주를 비롯한 주식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를 위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임박했고, 기존 기술주에 대한 투자금이 스페이스X로 이동하면서 AI와 반도체 관련주의 하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美 증시 흐름, 국내 증시 상승세 악영향... 환율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미국 내 투자 상황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4% 빠진 8160.59로 8100선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장중 오전 9시 8분경 코스피200선물지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 효력을 정지(매도 사이드카)하기도 했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6.40%), SK하이닉스(-9.92%) 등도 크게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예정 이슈가 주목받았지만, 이마저도 미국발 AI 및 반도체 관련 업종에 대한 우려를 이기지 못한 모양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을 포함해 최근 20거래일 동안 코스피 순매도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적지 않은 상환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자 원달러 환율도 17년 만에 달러당 1560원 선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6일(장중 고가 1597.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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