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전혜조 기자|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대만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하면서도 일본을 찾지 않은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 인공지능(AI)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황 CEO의 아시아 방문 일정을 분석하며 일본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CEO는 지난달 말 대만을 찾아 TSMC와 폭스콘 등 주요 기업 경영진을 만났다. 이후 한국을 방문해 SK그룹, LG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회동했다. 서울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이른바 ‘삼겹살 회동’을 하며 AI와 반도체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닛케이>는 황 CEO의 행보를 단순한 방문 일정의 차이가 아니라 AI 공급망 내 위상 차이로 해석했다. 대만은 TSMC를 통해 엔비디아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축을 맡고 있고, 한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도 황 CEO가 방한 기간 현대차와 LG, SK, 네이버 등 주요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 제조업과 AI·로봇 기술의 결합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엔비디아와 직접 연결되는 AI 생태계 내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닛케이>는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신에츠화학공업 등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엔비디아와 직접 협력하는 구조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젠슨 황이 시간을 쪼개 직접 찾아가 함께 혁신을 논의하고 싶어 할 일본 기업이 지금 얼마나 있느냐”는 취지로 일본 산업계의 현실을 지적했다. 일본이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AI 선도 기업의 파트너가 될지, 단순 고객 시장에 머물지가 향후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계의 위기감은 AI 기업 생태계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에서 소개된 AI 네이티브 기업 명단에 일본 기업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현지 언론이 주목한 대목이다.
일본은 과거 스마트폰 혁명 당시 소니와 TDK, 무라타제작소, 키옥시아 등 부품 기업을 통해 애플 생태계에 편입되며 성장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AI 혁명에서는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시대에는 반도체 부품 공급뿐 아니라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로봇, 서비스 생태계까지 연결되는 협력 구조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일본이 AI 선도 기업의 공동 개발 파트너가 되지 못할 경우 디지털 서비스 수입 의존도가 커지고 산업 주도권도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서비스 수입 증가에 따른 ‘디지털 적자’가 오는 2035년 18조 엔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 CEO의 한국 방문을 일본 언론이 민감하게 다루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과 대만이 엔비디아 AI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부각되는 동안 일본은 단순 고객 시장에 머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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