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敗家亡身)의 칼춤, 민심의 바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등록 2026.06.17 09:31:14
크게보기

인싸잇 = 유용욱 주필 | 최근 하루도 빠짐없이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단순한 인파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함성이었고, 억눌려온 민초(民草)들의 분노였으며, 마침내 폭발해 버린 성난 민심의 실체였다. 뜨거운 열기 속에 모여든 이들의 눈빛에는 현 정권을 향한 깊은 실망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서려 있었다.

 

 

분노(忿怒)로 가득 찬 광장, “이게 나라냐?”

 

광장을 가득 채운 노도(怒濤)와 같은 민심의 파도는 지금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나라 위정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엄중하게 묻고 있었다. 이게 나라냐고. 한편 시민들의 이런 뜨거운 함성 뒤에는 그간 민심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제도권 정치에 반영하고 정권의 일방 독주를 막아내려 고군분투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의 처절한 노력이 있었다. 그동안 거대 여당의 틈바구니와 정권의 눈치 보기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는 일부 비판도 받았지만, 어제만큼은 달랐다.

 

잠실 현장에 공권력 투입 시도가 보도되자마자 국힘 의원들은 성난 민심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냈고, 현 정권의 실정을 매섭게 지적하며 민심과 궤를 같이하려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리당략을 떠나 오만한 정권의 안하무인격(眼下無人格) 태도에 대한 국민의 혹독한 채찍질을 최선을 다해 대변하려 했던 어제의 노력은,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민생 정치’의 이정표가 무엇인지 스스로 증명해 낸, 평가받을 만한 행보였다.

 

정당한 항의에 돌아온 것은 공권력의 폭력적 민낯

 

그러나 민심을 대변하려는 이 당연한 정치적 행보에 돌아온 것은 공권력의 오만하고도 폭력적인 민낯이었다. 국힘 의원들이 그날 부당한 공권력 집행 시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을 방문했을 때 벌어진 사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서울 치안의 실무책임을 진 고위 경찰 간부인 모 경무관이 현장에서 국힘 보좌진의 목덜미를 잡아 흔드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국민의 대표 일행을 향해, 그것도 무리한 공권력 행사 시도에 대한 항의를 위해 방문한 국회의원 일행을 향해 공권력이 이토록 무도(無道)하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현 정권이 국민과 의회 정치를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만일 이번 폭력 사태가 정권의 의도(意圖) 또는 적어도 미필적(未必的) 고의(故意)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고 한다면, 최소한 이번 폭력 사태를 일으킨 해당 경무관을 비롯한 현장 책임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직무 배제와 철저한 조사 및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행위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내려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패가망신” 발언, 권력의 언어가 현장을 지배하다

 

어쩌면 현장의 공권력이 이토록 폭력적일 수 있는 배경에는, 최고 권력자의 서슬 퍼런 오만(傲慢)의 언어가 자리 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임에도 화상(畵像)으로 진행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발적이고 평화로운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을 향해 “사적 검문 및 위력을 동원한 업무방해 행위는 엄정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 “민간인 출입제한 행패에 대해 엄중 수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처럼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지극히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정당한 참정권 보장을 주장하는 시민들을 불법 시위대로 지칭하면서, 급기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패가망신’을 운운하며 공권력 투입을 시도하는 등 권력의 매운맛을 경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기치로 내건 정권의 수장(首長)이 내린 지시라기엔 서글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2026년 6월의 대한민국은 절대왕정 국가인가

 

짓밟힌 시민들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고 그런 요구에 눈 감고 귀 막은 권력을 비판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그 엄포는,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주의를 준수하겠다던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국민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배려’이자 ‘민주주의적 소통’ 방식인가?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시민들은 일방적 잣대로 불법 행위자로 재단하고 이들을 기어이 패가망신시키고야 말겠다는 그 서슬 퍼런 적대감이, 결국 일선의 고위 경찰관으로 하여금 국회의원 보좌진의 목덜미를 잡고 흔들게 만든 용기의 원천이었던 셈이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정교한 ‘패가망신’ 철학이 하부 기관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집행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지금 민주공화국이 아닌 절대왕정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역사가 증명한 진짜 “패가망신”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그러나 정권이 간과하고 있는 치명적인 사실이 있다. 역사적으로 진짜 ‘패가망신’의 길을 걸었던 이들은 권력의 엄포에 숨죽였던 민초(民草)들이 아니라, 민심을 무시하고 오만방자하게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권은 지금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연일 가득 채우고 있는 함성과 어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벌어진 공권력의 폭주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 함성과 야당 국회의원들의 지극히 정당한 항의는 주권자인 국민이 내리는 마지막 경고이자 앞으로 이어질 준엄한 심판의 전주곡이다.

 

비록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심의 바다에 배를 띄우기 시작한 것처럼, 정권 역시 이미 너무 많이 늦어버리긴 했지만 그간의 오만과 독선을 내려놓고 성난 민심 앞에 겸허히 고개를 숙여야 한다.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끝내 이 외침을 외면하고 ‘패가망신’의 칼춤을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다음은 경고가 아닌 준엄한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정권은 뼈아프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민심이라는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그 배를 뒤집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

유용욱 주필 macgyveryoo@gmail.com
ⓒ (주)인싸잇

법인명 : (주)인싸잇 | 제호 : 인싸잇 | 등록번호 : 서울,아02558 | 등록일 : 2013-03-27 | 대표이사 : 윤원경 | 발행인 : 윤원경 | 편집국장 : 한민철 | 논설고문 : 박종진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33길 9, 1층 | 대표전화 : 02-6959-7780, Fax) 02-6959-7781 | 이메일 : insiit@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