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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다이비즈니스] 테레비아사히 ‘비키니 사건과 후쿠시마’ 방송을 검증한다

비극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보도에 ‘이용’하는 테레비아사히(テレビ朝日)의 행태를 규탄한다



※ 본 칼럼은 일본의 대표적인 주간지인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 온라인판에 2017년 8월 10일자로 게재된, 하야시 토모히로(林 智裕) 기자의 ‘테레비아사히 ‘비키니 사건과 후쿠시마’ 방송을 검증한다(大炎上したテレビ朝日「ビキニ事件とフクシマ」番組を冷静に検証する)’ 제하 기사를 본인의 허락을 얻어 완역게재한 것이다. 미디어워치는 향후 '겐다이비즈니스'에 게재된, 하야시 토모히로 기자의 후쿠시마 원전 괴담 비판 기사 일체를 번역 소개할 예정이다. 아래 첨부한 일부 사진과 캡션은 미디어워치 편집부가 덧붙인 것이다. (번역 : 박재이)




[필자소개] 하야시 토모히로(林 智裕)는 1979년생 프리랜서 기자다. 이와키(いわき) 시 출신으로, 후쿠시마 시에서 성장했다. 언론사 ‘시노도스(SYNODOS)’의 ‘후쿠시마 관련 루머를 박멸하자!(福島関連デマを撲滅する!)’ 프로젝트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도감(福島第一原発廃炉図鑑)’(가이누마 히로시(開沼 博) 편저, 오타슈판(太田出版))에서 공저자로 루머 검증 칼럼을 집필했다. 그 외에 ‘시노도스’와 ‘후쿠시마 TRIP’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공동 연재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온라인’, ‘웨지(Wedge)’ 등에서도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애초에 ‘비판이 쇄도’한 이유가 무엇인가?

‘비키니 사건 63년째의 진실 ~ 후쿠시마의 미래 예상도(ビキニ事件63年目の真実~フクシマの未来予想図)’ 

테레비아사히(テレビ朝日)는 2017년 8월 6일, 70여 년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이 날에 방송한 특별 프로그램 ‘더 스쿠프 스페셜(ザ・スクープ スペシャル)’과 관련, 실제 방송 전 단계에서는 애초에 저런 제목을 달았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예고하는 방송에서는 전쟁 후 미군의 거듭되는 핵실험, 수소폭탄 실험에 노출된 비키니 환초 근방의 주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었다.

“(주민은 수소폭탄 실험 후) 제염 작업이 끝났다는 미국의 지시에 따라 섬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후 갑상선암과 유방암 등에 걸리는 섬 주민들이 잇따랐으며, 여성은 유산과 사산이 이어졌다고 한다. 몸에 이상이 있는 아이가 태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후쿠시마도 현재(2017년 8월) 제염 완료로 피난 지시가 해제됨에 따라 ‘후쿠시마 귀환’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프로그램 제목에 ‘후쿠시마’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분명히 지진 피해 지역에 빗대어 빈정거리는 행위다. ‘정부를 믿고 돌아가면 너희 후쿠시마 현민들도 이런 운명이 될 것이다’라는 ‘저주’를 걸려고 하는 의도가 있었음이 명백하다.

그렇지 않다면 ‘비지니 환초와 후쿠시마는 방사성 물질로 인한 피폭량부터가 확연히 다르다’는 전제조건까지 무시해가며 이런 문맥에서 ‘후쿠시마의 미래 예상도’라는 부제를 달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에 대해서 방송 예고 시점부터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그 결과 프로그램 제목, 또한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아무런 공지도 없이 ‘후쿠시마의 미래 예상도’라는 표현이 삭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표현이 삭제된 이유에 대해선, 보도에 따르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삭제하기로 했다”는 테레비아사히 측의 설명만 있었다. 왜 그런 부제를 달았는가에 대한 설명은 물론 후쿠시마 현민에 대한 사과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애초에 ‘오해를 일으킨다’는 말에서 ‘오해’는 무엇에 대한 ‘오해’라는 말인가?

시청자는 아무런 ‘오해’도 하지 않았다. 테레비아사히는 전제조건이 전혀 다른 두 문제인 ‘후쿠시마 문제’와 ‘비키니 환초 문제’를 열거해선 시청자의 오해를 유도하며 지진 피해 지역에 ‘저주’를 걸려고 했다. 그런 프로그램의 의도를 사람들이 모두가 정확하게 간파했기 때문에 그런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경위는 실제 방송 전부터 후쿠시마 지역신문인 ‘후쿠시마 민유신문(福島民友新聞)’의 사설에서도 비판적으로 언급됐었다.(2017년 8월 3일자 ‘언론의 책임 / 편견과 소문 불식에 찬물을 끼얹지 마라(メディアの責任/偏見や風評払拭に水差すな)’)



정말로 ‘오해’가 있었다고 한다면 테레비아사히는 무엇이 어떻게 오해를 일으켰는지, 설명 책임을 져야 했다. 불리한 부분만 몰래 고치고선 침묵으로 일관한 이 방송국의 대응을 보면, 그간 쏟아졌던 수많은 비판이 정곡을 찔렀기에 방송국 측이 반론조차 할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내용은 어떠했는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프로그램은 본편 내용의 시비를 가리기 이전에 제목과 프로그램 예고 시점에서 후쿠시마에 대한 편견을 초래했다. 그래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으며 비판이 쇄도했다. 하지만 그중에는 “프로그램을 보지도 않고서 비판부터 하지 마라”, “언론 탄압이다”라는 의견도 동시에 올라왔다.

그렇다면 실제 프로그램의 내용은 어땠을까?

우선 실제 본편 방송을 봤을 때 꽤 많은 시청자들은 ‘선정적인 프로그램’임을 분명 느꼈을 것이다. 프로그램 전체를 통해 “정보 공작”, “은폐”, “음모”, “인체 실험” 등 무시무시한 키워드가 강조됐다. 리포터도 불안을 조장하는 것처럼 무턱대고 큰 소리를 내는 등 감정에 호소하려고 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반면 수치적인 사실이나 근거의 제시는 약했다. 이는 지금까지 후쿠시마와 관련된 보도에서도 많이 비판받아왔었던 경향이다. 이하 프로그램의 내용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⑴ 증언만 있고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

프로그램은 수소폭탄실험을 실시한 비키니 환초에서 약 180㎞ 떨어진 롱겔라프(Rongelap) 섬에 취재를 하러 갔다. 

프로그램은 “1957년 미국 정부가 안전을 선언해서 섬 주민들은 섬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새로운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한 뒤, “섬의 환경은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였고 젊은 사람들은 백혈병으로 죽었으며 여성은 사산과 유산을 반복했다”는 섬 주민의 증언을 언급했다.

그러나 오염과 건강 피해의 정도에 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나열하며 ‘이런 것 같다’는 식의 추측과 증언이 이어질 뿐이었다. ‘근거’의 흔적도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다.

물론 수소폭탄 실험을 통한 오염과 건강 피해가 있었던 점 자체는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를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이상, 적어도 구체적인 피해 상황과 피폭선량 등의 근거 정도는 반드시 필요했다. 구체적인 수치나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증언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후쿠시마에 관해서도, 예를 들면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 ‘아사히신문’의 주간지 ‘아에라(AERA)’의 ‘방사능이 다가온다(放射能がくる)’ 특집이나 ‘도쿄신문’ 특보부의 ‘아이의 몸에 이변, 한 발짝(子供に体調異変、じわり)’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같은 공포와 불안만을 조장하는 보도가 넘쳤던 사실이 생각난다. 

2014년에 만화 ‘맛의 달인(美味しんぼ)’에서 실제 피폭량을 생각해본다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방사능 때문에 코피가 난다’는 현상을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고 그려서 큰 소동이 일어난 것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이에 관해서도 아마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코피를 흘린 것 그 자체는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사건의 원인을 전부 근거 없이 방사능에 결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피폭 때문에 코피를 흘린다면, 이 경우 일반적인 공간선량(空間線量)의 수천만 배 수준의 대량 피폭을 단번에 당해야 한다. 게다가 정말로 그런 대량 피폭을 한 경우에는 코를 제외한 모든 점막에서도 동시에 출혈이 멈추지 않아서 목숨을 잃는 수준의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후쿠시마에서의 원전 사고로 그런 피폭을 당한 사람은 전혀 없으며, 당연히 그러한 출혈 증상 사례도 보고된 바 없다. 

그리고, “후쿠시마 현내의 여러 병원을 조사한 한 지진 재해 후에도 코피로 진찰을 받은 사람의 수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도 많다. ‘목숨과 관계된 심각한 피폭’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도 간 적도 없었다니 이상한 이야기다.

그리고, “수소폭탄 실험의 심각한 건강 피해는 코피와 같은 익숙한 사례와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러나 일어난 사실에 대해 어떤 ‘원인’을 가정해서 설득력을 부여하려면 구체적인 숫자와 근거가 필요하다. 애초 과학적 견해로 파악했어야 하는 일의 인과관계를 두고 ‘증언’과 ‘정서’를 토대로 추측하는 것은, 결국 비키니 사건의 역사를 ‘’맛의 달인’ 코피 소동’과 똑같은 구도로 얕보는 것과 같다.

이는 수소폭탄실험의 피해자, 그리고 거기서 있었던 사실에 대한 무례한 자세이며, 또한 세상에 이를 알리려고 하는 보도의 방법으로도 불성실한 것이 아닐까?

⑵ 선량계를 지면에 ‘그대로 둔다’

프로그램은 중반에서 롱겔라프 섬으로 돌아간 주민에게 “방사능 제염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데 염려되지 않으십니까?”라고 질문한다. 이에 대해 섬 주민이 “그런 의견이 정확한가요? 저는 이곳에서 생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고 말하는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후에 장면이 바뀌고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日本原子力研究開発機構) 전 연구원인 가토 미네오(加藤岑生) 씨(현 원자수소폭탄금지이바라키현협의회(原水爆禁止茨城県協議会) 회장)가 선량계를 섬의 지표에 ‘그대로 놓는’ 모습이 찍혔다. 선량계는 0.042μSv/h라는 수치를 나타냈고 가토 미네오 씨는 이를 ‘높다’고 지적했다.

이 일련의 장면은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까? ‘섬으로 돌아간 주민은 속았다, 오염 실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그렇다면 현지 주민에게도 너무나 큰 무례를 범한 게 아닐까?

애초에 선량계(線量計)를 지면에 ‘그대로 놓는다’는 측정 방법부터 잘못됐다. 예를 든다면 실온을 재려고 할 때 방의 난로에다가 온도계를 직접 대면서 “이 방은 덥다”고 말하는 것은 실온 측정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과 똑같다. 실온이 난로 바로 근처에서 나오는 숫자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것처럼, 건강에 대한 영향을 생각하기 위한 방사선 기준치 역시 그렇게 자의적이고 거친 측정 방법으로 나오는 숫자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가토 미네오 씨는 주변의 공간선량을 “공간은 대체로 25(0.025μSv/h) 정도”라고 한 뒤 스태프가 “2배 정도?”라는 물음에 “이곳은 그 정도”라고 대답했다. ‘원래의 공간선량은 0.025μSv/h 정도인데 지표에서 측정하면 0.042μSv/h나 나왔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이 장면에는 시청자에 대한 보충 설명이 전혀 없어서 어쩌면 ‘왠지 이 섬에서는 방사선량이 높다’는 인상 외에 전할 마음이 없었을지 모른다.

게다가 그렇게까지 해서 얻은 ‘높은 수치’도 0.042μSv/h다. 참고 비교로 2017년 8월 6일 도쿄에서 측정한 평균값이 0.035μSv/h이었다. 이런 수치가 세계적으로 봐도 전혀 높지 않다는 것은 예컨대 후쿠시마 현민일 경우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덧붙이자면 일본 문부성이 작성한 중학생용 교재에도 쓰여 있지만 일본인이 1년 동안 자연계에서 받는 평균 방사선량(1.5mSv)은 세계 평균(2.4mSv)보다도 낮다. (東京都環境局, 世界と日本の放射線量の違い, ページ番号:269-077-772, 更新日:2019年11月5日)


평소에 공간선량이 0.042μSv/h인 지역에 살았다고 가정해도 피폭량은 세계 평균을 밑돈다. 분명히 비키니 환초로 가기 위해서 탑승한 비행기에서의 프로그램 스태프야말로 이동 중에 더 엄청나게 피폭당했을 것이다.

아무리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도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비교 대상을 사용한 해설도 준비하지 않고 그저 ‘높다’고만 하면 단지 ‘인상 조작’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애초에 피폭으로 입은 건강 피해는 “100mSv 미만의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은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厚生労働省, 東日本大震災関連情報, よくある質問)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보다도 더 훨씬 작은 피폭량의 오차를 예로 드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실제로 건강 피해를 일으켰다고 하는, 제염하기 이전 섬의 선량 등과의 비교가 없으면 무의미하지 않을까?

앞에서 말한 프로그램 스태프와 섬주민과의 대화와 비슷한 일은 후쿠시마에서도 있었다.

현지 주민에 대한 외부의 배려 없는 의견에 대해서 현지 주민이 “우리가 제대로 방사선량을 측정해서 위험이 없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니 괜찮다. 위험하다는 그 의견은 정확한가?”라고 반문을 했다.

그러자 “후쿠시마 주민은 속고 있다”, “피난하지 않은 사람은 멍청하다”, “(후쿠시마에서 피난하지 않는 것은) 어른의 동반 자살에 아이를 끼워 넣는 것이다”(지진 재해 직후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郎) 참의원 의원의 발언)라고 하면서 현지 주민을 무시하거나 비방했다.

그뿐만 아니라 과격한 ‘활동가’가 후쿠시마에 찾아와서는 선량계를 지면에 ‘그대로 놓고서’ 소동을 벌이거나, 일부러 도랑 속까지 내려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치를 얻어내려고 측정을 반복해 숫자를 독자적으로 만들어냈다.

특히 지진 재해 직후(2011년)에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이런 잘못된 측정 모습이 종종 방영되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에 대해선 이미 인터넷에서도 실컷 차고 넘치게 지적을 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행에 크게 뒤처지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2017년인 지금 이 마당에도 방송되는 것이 놀랍다.

⑶ 제5후쿠류마루(第五福竜丸) 선원의 건강 피해

한편, 과거(1954년 3월 1일)에 일본 선박 ‘제5후쿠류마루(第五福竜丸)’의 선원이 비키니 환초 부근을 지나가다가 수소폭탄 실험에 노출되어 급성 피폭 증상을 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급성 피폭 증상을 치료하는 도중에 사망한 사람은 전 1등 항해사 구보야마 아이키치(久保山愛吉) 씨 단 한 명뿐이며 나머지 선원 22명은 그 후 회복했다. (국립연구개발법인인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가 운영하는, 원자력과 관련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본 인터넷상의 백과사전 ATOMICA( https://atomica.jaea.go.jp )에서 인용)



또 프로그램에서는 선원 대부분이 C형 간염에 걸려서 사망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C형 간염은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증이며 방사선이 직접 원인인 병이 아니다.

제5후쿠류마루 선원의 경우 급성 피폭 증상 치료를 위한 수혈 때문에 C형 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소폭탄 실험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죽은 사람이 있다고는 할 수는 있다. 급성 피폭 증상에서 회복한 사람들 중에서도 후유 장애로 고생한 사례도 있다.

C형 간염이 원인인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는 1989년에야 증명되었다. 그전에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몰랐다. 그래서 수혈이나 주사 등의 의료 행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C형 간염에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감염증과 피폭 증상 자체를 혼동시켜 연출하면 시청자에게 오해를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의도적인 ‘오도’였던 것일까?

이러한 비방의 패턴도 후쿠시마에서는 허다하게 일어났다. 유명한 사람이 병에 걸리거나 죽을 때마다 “(후쿠시마의 식재료를) 먹어서 응원을 해준 탓이다”, “피폭이 원인이다”라며 전혀 근거 없는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잔뜩 나타났다.

⑷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피해

프로그램은 후반에 수소폭탄 실험의 영향 때문에 다른 섬으로 이주한 주민이 새로운 섬에서 직면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해서 곤란해하는 모습도 보도했다. 수소폭탄 실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다른 섬으로 이주할 필요도 없었는데 온난화라는 생각지 못한 사태가 일어나 이주한 섬에서도 또다시 생활을 위협받은 것이다. 그 주민의 비통한 마음이 절실히 전해졌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래도 감정을 억누르고 논점을 정리해 보자. 수소폭탄 실험은 지구 온난화 자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이런 별개의 문제를 정서적으로 혼동시키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을까?

게다가 이 프로그램 자체가 애초 ‘비키니 환초 수소폭탄 실험’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라는 전혀 다른 문제를 ‘방사능’이라는 공통 항목만 강제적으로 묶어 정서적 혼동을 일으켜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무시무시한 ‘인상 조작’을 반복해서 오해와 뜬소문을 조장했다.

방송 전에 프로그램 제목 문제로 빚어진 비판 소동까지 포함해서 매스컴이 만들어내는 염치없는 ‘이야기’에 매번 휘둘리면서 후쿠시마 주민들도 인내심의 한계에 이르렀다.

⑸ ‘섬 주민의 피폭은 인체 실험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서

프로그램의 클라이맥스에서 1956년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원자력위원회의 의사록을 소개한다. 그중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장소에 사는 그들로부터 좋은 연구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더구나 그들은 쥐보다 인간에 더 가깝다.”


그 후 방사능 검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하다고 선언함에 따라서 롱겔라프 섬의 주민들은 섬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섬에 잔류하는 방사능이 직접적인 피폭을 피한 사람의 몸도 해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선천성 이상이 속출했다. - 이렇게 해설이 이어진다.

미국에 ‘인체 실험’의 의도가 있었다고 하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며, 이는 별도로 확실히 추궁해야 할 일이다. 테레비아사히가 이 문제로 주제를 좁혀서 객관적인 근거를 밝히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애초 프로그램에 ‘후쿠시마의 미래 예상도’라는 부제를 달아놓기도 했던 이상, 테레비아사히는 ‘후쿠시마에서도 정부가 주민을 사용한 인체 실험을 하려고 한다’, ‘후쿠시마에 돌아가면 중대한 건강 피해가 나타난다’고 암시할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테레비아사히가 그렇게 많은 비판을 받았어도 전혀 설명에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이상, 정확한 목적은 알 수 없다. 설령 프로그램에 어떤 의도가 있었다 해도 후쿠시마로 돌아간 일반 주민에게 ‘저주’를 거는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

이를 정당화하겠다면, 이 프로그램에서 비판하는 수소폭탄 실험을 위해서 죄 없는 현지 주민을 끌어들인 미군의 행위와 후쿠시마 주민을 끌어들인 이 프로그램 제작자의 행위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은 아닐까?

⑹ 롱겔라프 섬으로 돌아간 사람은 적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프로그램 내용은 후쿠시마로의 귀환, ‘후쿠시마로 돌아가기’가 진행 중인 지진 피해 지역에 대한 비아냥이라고 시청자들이 받아들여도 어쩔 수 없다. “제염해도 소용없다”, “돌아오면 건강 피해가 발생한다”, “공적 지원이 중단된다” - 이런 말도 후쿠시마에서의 자발적인 피난자를 둘러싸고 몇 번이나 들었던 문구였다.

물론 일본에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되는 이상 귀환을 강요하면 안 된다. 지금도 피난 생활을 계속하는 사람에 대한 케어는 정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피난자에 대한 존중을 호소한다면 이와 동시에 고향으로의 귀환을 바라는 사람의 존엄, 의지도 무시하면 안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섬으로 돌아온 주민의 목소리’는 프로그램에서 존중받았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후쿠시마에 머무른 사람, 또는 돌아간 사람의 목소리와 생활에 대한 보도는 지금까지 얼마나 존중이 담겨 있던가?

후쿠시마에서는 다행히도 직접적인 피폭을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다. 피폭선량이 당초의 가정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방사선 피폭에 따른 위험 논의 이전에 애초에 논의의 전제가 될 만큼 대량 피폭을 당한 사람 자체가 없다. 현재 피난 구역 외의 후쿠시마 현내에 생활해서 생기는 건강 피해 위험은 일본 국내 다른 지역과 동일한 수준이다.

그 반면에 무리한 피난 등에 따른 ‘지진재해관련사(震災関連死)’는 다른 현과 비교해서 특별히 높은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를 ‘공포를 조장해 사람들을 피난시켜서 반대로 사망자가 늘어났다’고 하는 이 혹독한 현실을 부추긴 이는 절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復興庁, 震災関連死の死者数等について)



예를 들면 이번 프로그램을 방송한 테레비아사히의 보도 프로그램 ‘보도스테이션’에서는 2013년 시점에서 이미 UN과학위원회가 “후쿠시마에서는 피폭을 원인으로 하는 갑상선암의 발생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2015년, 2016년, 3년 연속 3월 11일에 “피폭의 영향으로 후쿠시마에서 갑상선암이 많이 발생했다”는 오해를 심어주는 특집을 방송해 일본 환경성이 “사실관계에 오해를 일으킬 우려도 있다”며 주의 환기를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環境省, 保健・化学物質対策, 最近の甲状腺検査をめぐる報道について, 平成26年3月, 環境省総合環境政策局環境保健部)

2016년에도 UN과학위원회에서 또다시 보고서가 나왔지만, 앞서 여러 미디어가 ‘갑상선암’으로 떠들썩했던 반면에, 다발성을 부정하는 UN의 보고서가 나왔다는 사실에 대해선 얼마나 많은 미디어가 보도했을까? 지진 재해 후에 이뤄진 그런 보도들이 과연 당사자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는 누구를 위한 ‘보도’인가

필자는 이번에 여러 가지로 엄격한 의견을 내놓았는데,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을 본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타이나이(もったいない, 물건이 원래 갖춰야 하는 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마음)”라는 것이다.

비키니 환초의 주민들이 겪은 고난은 사실이다. 제5후쿠류마루의 선원들도 직, 간접적인 원인을 불문하고 온갖 고난을 겪었을 것이다. 이를 취재하고 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은 그런 사실들을 다른 문제에 이용하기 위한 ‘발판’으로만 삼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문제란 이를테면 누군가의 이념을 주장하거나 메시지를 보강하거나 비극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다른 무언가’이다. 비판이 쇄도하기 전에는 어쩌면 후쿠시마도 그 ‘발판’의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마셜 제도 사람들을 위해서 취재하고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아니라 취재한 내용을 ‘다른 무언가’에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 행위는 현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지진이 일어난 후 후쿠시마에서도 처음에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일상을 되찾기 위해 ‘원전’, ‘방사선’ 등의 문제를 피해 다닐 수 없었다. 한편으로 ‘원전’이나 ‘방사선’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후쿠시마의 부흥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은 소홀히 대우하며 원전이나 방사선 문제만 후쿠시마의 문제로 여겼다.

후쿠시마를 단지 ‘발판’으로만 삼아서, 후쿠시마 자체와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원자력의 옳고 그름, 정치, 경제를 말한다. 그런 후쿠시마와 무관한 논의 뒤에는 무시당해온 후쿠시마 주민의 의견과 생활이 있고 또 그곳에서 기인한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마셜 제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단지 ‘수소폭탄 실험의 희생자’라는 아이콘으로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싸움이나 원자력 논의에 농락당한 그들의 일상을 좀 더 신중하게 전했더라면 좋았겠다. 그랬더라면 진정으로 그곳에 사는 이들을 위한 보도가 되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후쿠시마에 관한 보도도 다른 문제를 말하기 위한 ‘발판’으로서의 ‘후쿠시마’를 그려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보도가 늘어나기를 필자는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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