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일본은 위험하다’라는 정보 발신
2019년 8월 14일 한국 주요 미디어 중 하나인 중앙일보 일본어판에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와 ‘도쿄올림픽’을 연결한 이번 입장 표명은 아베 신조 정권의 가장 아픈 곳을 노린 모양이다(「福島汚染水処理問題」と「東京オリンピック」を結び付けたような今回の立場表明は安倍晋三政府の最も痛いところを狙った模様だ)”라고 쓰여 있었다.
같은 날 14일에는 한국 MBC방송이 ‘‘7달 뒤’엔 제주 도달… 우리 바다 오염 ‘순식간’‘이라는 제목으로, 후쿠시마의 “오염수”가 바다를 널리 오염시키는 듯한 사진을 첨부한 뉴스를 내보냈다.
지난 달 하순에는 한국의 국회의원이며 문재인 대통령후보 총괄 특보단장이기도 했던 민병두 씨가 트위터 계정에서 올림픽 심벌에 욱일기와 방사선 경고 마크를 겹쳐서 “2020 도쿄방사능올림픽”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도 확인되었다.
또한 이번 달 상순에 발신된, 다른 한국어 사용자 트위터에는 한국의 공영방송 KBS의 로고가 들어간 사진과 함께 ‘도쿄올림픽을 조준’하면서 한국 미디어가 후쿠시마의 ‘위험성’을 더 어필하는 듯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얼마 후 실제로 이런 언설을 뒷받침하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잇따랐다. 2019년 8월 17일 한국 정부는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 3품목에 대해 일본과 러시아 2개국에서 수입할 때 방사성 물질 등의 검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19일에는 한국 외무성(외교부)이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 공사를 불러서 “(트리튬을 포함한 물(水)의) 환경에 대한 영향을 우려하는 한국 국내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리고 21일이 되자 일본에서 식품을 수입할 때 실시한 방사성 물질 검사에 관하여 23일부터 17품목의 검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23일에는 KTV국민방송(한국국영방송)도 “도쿄, ‘방사능 올림픽’ 우려 아닌 현실! 이유 있는 일본 수입식품 검사 강화” 제하 방송 등의 기사를 발신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현재 상태는?
한국 정부와 한국 여론이 이렇게까지 외교 문제로 만들려고 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현재 상태는 실제로 어떨까?
먼저 혼동하거나 오해하기 쉬운 용어와 항목에 관하여 정리해 두겠다. 현재 도쿄전력 제1원전 구내의 탱크에는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단계적으로 제거한 ‘처리수’가 저장되어 있다.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오염수’와는 다르다. 처리수에도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으나, 처리하지 않은 오염수와 비교하면 이의 방사선량은 대폭으로 줄어있는 것이다.
또한 처리수 중에서도 2013년 무렵까지 저장된 '방사선 세슘만 제거한 처리수'와, 그 이후에 도입한 ALPS(다핵종제거설비,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통해 트리튬 이외의 62종류에 달하는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ALPS 처리수’가 있다.
2013년 ALPS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서 처리수 및 저장 탱크 속의 방사성 물질은 대폭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처리수를 보관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는 부지경계선(원전 부지와의 경계)의 방사선량이 2013년 말 9.76mSv/년에서 2017년 말에는 0.90mSv/년까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8월 31일 단위 오기를 수정했다).
‘오염수’, 그리고 ‘세슘만 제거한 초기의 처리수’, 또 ‘ALPS 처리수’는 각각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전혀 다르며, 그에 따라 당연히 위험의 크기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처리수에 대한 기준의 경우에도 용도가 다른 기준치가 혼동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처리수에 대해 설정된 기준치는 ‘탱크에 저장할 때의 기준’과 그보다 더 엄격하게 설정된 ‘환경 속에서 처분할 때의 기준’이 다르다.
ALPS는 오염수를 환경 속에서 처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화 및 처리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는 오염수의 신속한 처리를 우선시하여 탱크에 일시 보관하는 기준으로 처리하고 있다(사고 직후 가장 먼저 부지경계선량 1mSv/년 원전 부지에서 부지 경계로 추가적으로 방출되는 선량[자연계에 원래 존재하던 선량을 제외하고 원전 시설에서 새롭게 방출되어 늘어난 분량의 선량]을 해결하는 것이 초기 목표였기 때문에 일시 보관 기준은 다른 설비의 영향과 합산해 이를 해결하는 것을 전제로 설정되었다. 그 성과가 위의 그래프다). (8월 31일, [ ] 안의 주석을 추가)
이에 대해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처리수를 환경에 방출한다고 하지만 저장되어 있는 처리수 탱크의 80%가 기준치를 넘었다!”라며 부추기는 선정적인 내용을 볼 수 있다. 이는 혼동의 전형적인 사례다.
당연히 ‘탱크에 저장되어 있는 처리수를 그대로 환경에 방출해 처분하는 것’이 아니다. 세슘 이외의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는 초기 처리수 뿐만 아니라 탱크 저장 기준을 충족한 ALPS 처리수라 해도 환경 속에서 처분할 때는 더욱 엄격하게 기준치 이하가 되도록 추가 처리를 한 후 방출한다.
‘트리튬’의 위험성은?
이렇게 고성능인 ALPS에서도 트리튬만은 제거할 수 없다. 그러나 배수 중인 트리튬의 경우 적어도 후쿠시마 이외의 전 세계 원전에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트리튬이라는 물질이 갖고 있는 성질 때문이다. 트리튬은 일본명으로 '삼중수소'라고 하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매우 약한 에너지의 방사선(β선)을 방출한다. 하지만 생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은데, 예를 들면 방사성 세슘과 같은 베크렐(Bq/kg)이라도 피폭의 영향은 약 1/700~1/300 이하라고 한다.
트리튬은 자연환경 속에서도 날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며, 일반적인 물(환경 속의 수증기나 지하수, 하천, 해수, 음료수 등) 속에도 원래 존재하는 것이다. 물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생물이 섭취해도 축적되지 않고 즉시 체외로 배출된다.
극단적인 양을 집중시켜놓지 않는 한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일정 기준을 설정한 뒤 전 세계에서 당연히 환경에 방출해 처리하고 있다.
또한 한국산업통상자원부(MOCIE)의
‘2016년도 원자력발전 백서’(298~300쪽)에 따르면 한국은 트리튬을 해양 배출로만 연간 191조 Bq, 기체로도 196조 Bq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2015년).
이로 인한 위험에 관해서도,
“월성 원전의 경우 발전소 울타리 바로 바깥에 거주하는 주민이 지난해에 받은 것으로 예상되는 유효선량이 0.0465밀리시버트(mSv)로 이는 일반인에 대한 선량한도 1밀리시버트(mSv/yr)의 약 4.46% 수준으로 미미하다. 방사선에 관하여 세계 최고기관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일반시민에 대해 권고한 개인선량이 1년에 1밀리시버트(mSv)이고, 원전이 없어도 우리 인간은 자연적으로 받는 개인선량이 2.4밀리시버트(mSv) 혹은 그 이상인 점을 생각해 본다면 원전 운영으로 인해 주민이 받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라고 나와 있는데, 한국 정부 스스로 ‘트리튬의 환경 처분에 따른 건강 피해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즉,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처리수만 문제 삼는 과학적인 정당성이 전혀 없다.
현재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탱크에 저장되어 있는 처리수는 전부 약 1,000TBq(1,000조Bq)에 상당한다고 한다. 의외일 수 있지만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탱크에 저장되어 있는 처리수의 트리튬 양은 여러 나라에서 환경에 당연하게 처분해온 양과 비교해 봤을 때, 극단적으로 많다고 할 수 없다.
진짜 과학적 사실이 무엇인지 잘 알면서도 후쿠시마를 저격하다
하지만 후쿠시마에서의 처리수 방출의 경우는 편견과 헛소문 피해의 문제가 따라다니는 탓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문제가 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는 ALPS로 적절히 처리하면 전 세계의 처리수와 마찬가지로 환경에 방출해도 건강 피해로 이어지는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큰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원전의 경우 실제로는 오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막대한 헛소문 피해와 편견을 받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는 여러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처분을 굳이 하지 않은 채 탱크에 계속 저장만 하고 있다. 사고 직후에 비해 날마다 처리해야 할 오염수의 양은 줄고 있지만, 증설 예정인 탱크에 처리수를 누적해 계속 저장하는 현재 상태로는 몇 년 후에 수용할 수 있는 한도량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세계의 다른 원자력 시설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에 그대로 방출해서 처분하는 일이 점점 불가피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원전 사고 후 사회에서의 방사선 위험에 관한 소통에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처리수 문제는 ‘실제 오염에 관한 면이 아니라, 헛소문과 편견 대책에 관한 면에서’ 지금도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게도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이런 시기에 “후쿠시마의 오염수”를 특별히 문제화시켜서 국제적인 헛소문과 편견을 부추기는 행위는 확실히 일본의 약점을 노린, 말 그대로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이 기사에서 언급한 정도의 내용은 과학적으로 너무나도 기초적인 이야기다. 일반 국민은 몰라도 직접 수십 년에 걸쳐서 원전을 운용하고 트리튬을 환경에 계속 배출한 한국 정부가 이 정도의 내용을 모르거나 후쿠시마와 방사선에 관한 정확한 정보나 위험을 아직도 수집, 분석하지 못할 가능성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과학적이냐, 사실이냐의 여부와 상관없이 문재인 정권은 ‘진짜 과학적 사실이 무엇인지 잘 알면서도’ 외교 전략의 하나로 후쿠시마의 ‘오염수’를 국제 문제화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미 후쿠시마에 관해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가 된 이상,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담담하게 전하는 것’만으로는 유감스럽게도 대항 수단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가짜 정보 발신’
동일본 대지진 직후에는 한국에서도 대체로 일본에 대한 따뜻한 선의와 지원이 이어졌다(이를테면 2011년 지진 직후에는 TV 프로그램
‘힘내세요! 일본’이 방영되어 한국의 길거리마다 일본에 보내는 응원 메시지가 실렸다).
원전 사고 직후부터 한국에서도 후쿠시마의 ‘방사능’에 대한 우려와 그에 편승한 유언비어는 당연히 있었을 것이고 그런 상황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난 8년 사이에 일본에서는 ‘사실’이 ‘헛소문’을 대체로 몰아낸 반면, 한국에서는 반대로 ‘헛소문’이 ‘사실’을 몰아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에는 대형 음식점 체인 한국 법인이 “수입 규제가 걸려 있는 일본 식재료를 사용했다” 등의 잘못된 정보가 한국 내에서 퍼지면서 비난이 쇄도하자 현지 법인의 판단으로 “안심하고 드세요. 일본산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홍보한 일도 일어났다.
이런 일은 한국 정부가 사실상 자국민에게 일본이나 후쿠시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차단하는 동시에 헛소문을 ‘인정’한 결과인 것이며, 엄격하게 말하자면 정보 제어와 선전활동으로 특정 민족에 대한 증오와 편견, 차별심을 부추긴 결과다.
국민의 지지와 결속을 쉽게 바라며 이러한 정치적 수법에 호소하는 것은 20세기 전반에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과 흡사하지 않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의 일반 국민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의 문재인 정권은 그런 경향이 노골적이다. 2017년 6월 1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2016년 3월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하고 피해 복구에 총액 2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고 한다. 사고 후 방사능의 영향으로 사망한 사람과 암 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물론 이는 ‘가짜 뉴스’라고 해도 무방한 연설 내용이다. (
[팩트체크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사’와 한국 대통령의 발언 )
이러한 한국 정부의 전략에 대해서 일본인은 그래도 한국이나 한국 국민, 일본에 사는 한민족에게 증오를 퍼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양국의 우호관계를 바란다는 것은 당연한 전제로서) 한국에 반론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도발을 통해 일본에서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도 한국 정부가 설치한 ‘덫’이며 전략의 일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도발에 결코 ‘성공 체험’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이냐 아군이냐, 또는 호불호의 이원론이나 감정론의 응수에 빠지지 말고 대화 창구와 민간 교류를 닫지 말아야 하며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을 찾는 관광객을 따뜻하게 대접하고 사업 파트너로서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부당한 트집 등의 공격에는 의연하고 안이하게 양보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민족 차별적인 풍조를 만연시키는 행위는 당치도 않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국내의 ‘무지와 무관심’도 원인
후쿠시마에 관해서도 일본은 일찌감치 국제무대에서 한국 정부에 사실상 패배한 경험이 있다. 한국 정부는 2013년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규제가 국제사회에서는 완화되고 있던 흐름에 역행해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라고 하는, 이 사건의 교훈은 국제사회에서 로비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 과제는 이번 ‘오염수’ 외교 문제화와도 공통점이 있다.
이미 상대방이 ‘진짜 과학적인 사실은 무엇인지 잘 알면서도’ 외교 문제화시키는 전략을 취한 이상, 이를 전제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응에 실패하면 도쿄전력 원전의 처리수 문제는 해결이 더욱 멀어져서 일본은 국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도쿄전력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났고 처음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이미 나와 있다. 후쿠시마에서는 거주가 제한된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피폭 위험’은 의식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일부 정치가와 유명인사까지 가담한 후쿠시마에 관한 ‘방사능 루머’는 총괄 질문이나 책임 추궁뿐만 아니라 보도와 피해 상황 기록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원전 사고의 피해를 입은 사람이면서도, 농작물을 키우거나 먹기만 해도 ‘살인자’로 불리고 가해지역민 취급을 받거나 ‘암이나 기형이 많이 발생한다’는 루머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도 많다.
일본 사회는 그런 후쿠시마의 8년을 제대로 대응해 왔다고 할 수 있을까? 후쿠시마에 관한 부정확한 언설이 일본 국내에서도 비판조차 받지 않고 사실상 방치되어 온 결과가 이제와서 한국 정부에게서 전략적으로 이용되는 약점을 만들어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조금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는데 이를테면 한국 정부가 이용하는 ‘방사능 올림픽’과 같은 헛소문의 원조는 이미 일본 국내에서도 발신되고 있다.
이번 외교 문제화는 만연하는 ‘방사능 루머’와 그 악영향을 많은 국민들이 과소평가하고 무관심한 상태로 방치한 결과 국제적인 ‘약점’으로 만든 일본 사회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