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글로벌 삼성 이룩한 이건희 式 ‘성과공유제’ 되새겨 볼 때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파업 이슈로 언론과 SNS 등 미디어상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과거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발언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발언은 지난 2011년 3월 10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에서 기업 간 상생협력을 목적으로 발족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한 ‘초과이익공유제’에 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건희 회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내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학교(일본 와세다 대학교 상학부 卒)에서 경제학 공부를 계속해왔는데,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해도 안 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또 이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부정적이다 긍정적이다를 떠나서 도대체 경제학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연초 계획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을 때, 그 초과 이익에 협력사가 기여한 부분을 대기업이 지원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의도와 허물은 매우 좋아 보였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것이 “‘로빈후드’를 가장한 정치인들이 재벌 기득권으로부터 부를 빼앗아 약자를 보호하는 스토리로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목적”이라는 지적이 상당했고,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그 와중에 이건희 회장이 이처럼 사실상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반대 여론으로 추가 기울어 갔다. 물론 일부 반(反)삼성 성향으로 알려진 시민단체와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이 회장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제외한 국가에서 널리 쓰이는 어느 경제학책에서도 기업의 초과 이익을 정부가 개입해 사실상 강제로 나눠야 한다거나, 이를 기업이 사내 구성원과 심지어 협력사 측에 무조건 나눠야 한다는 개념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이 구성원을 부려 먹고 그 덕분에 이익이 증가한 게 명백함에도, 이에 관해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다면 모럴해저드에 빠졌다고 비판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초과 이익분을 기여자에 분배하거나, 향후 사업 발전에 재투자하거나, 주주들에게 우선 배당하는 등 그 모든 판단은 원칙적으로 회사와 경영인이 자율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정하는 일이다.

 

정부가 기업의 판단에 개입, 특히 자금 분배·사용 결정 부분까지 강제성을 넣으려 한다면, 이는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거스르려는 행위라고 일반적인 경제학책은 가르치고 있다.

 


‘초과이익공유’ 비판한 이건희 式 ‘성과공유제’

 

기업가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사비를 들이거나 외부 투자를 일으켜 회사(주식회사)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사무실을 임대하고, 공장을 지으며, 근로자를 모집하고, 집기와 컴퓨터, 기타 장비와 사무 도구, 심지어 법인설립 및 등기를 위한 비용까지 고려하면, 무조건 마이너스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져 이익을 발생하면, 근로자 임금과 세금, 임대료, 기타 비용 등을 내고, 주주(투자자)에게 그 이익을 배당하게 된다.

 

기업이 많이 벌었으면 법인세를 더 내야하고, 주주에 더 많은 배당을 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엄밀히 근로자 임금은 회사의 이익 발생과는 무관하게 계약한 대로 주면 그만이다.

 

회사의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협력업체들마저 성과급을 달라고 시위를 벌이는 오늘날 다소 매정하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용자와 근로자는 애초 맺은 계약에 따라 급여를 주고 노동력을 제공하면 성립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목표 수준을 뛰어넘는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적자가 날 수도 있다. 적자 상황에서 회사와 경영인 그리고 주주는 금전적 위험을 감당하겠지만, 근로자는 계약에 따른 급여를 그대로 받는다.

 

여기서부터 초과이익공유에 대한 모순이 생긴다. 이익이 날 땐 더 받아야 한다면서도, 손해가 나면 ‘더 받아야 할 걸 못 받는 것일 뿐’인데 이를 마치 엄청난 희생과 배려로 포장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도산하면 근로자도 직장을 잃게 되겠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자발적 퇴직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데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물론 기업의 이익 상승에 기여한 직원이 있다면 그에 따른 보상은 굳이 경제학책에 나와 있지 않더라도, 현명한 경영인이라면 당연히 제공하며,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의 성공한 회사도 예외 없이 이러한 인센티브제를 두고 있다.

 

이건희 회장 역시 초과이익공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었어도, 평소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으로 성과공유제를 확대해 나갔다. “이익이 생겼으니 다 나누자”가 아니라 “이익의 성과를 달성한 게 명백한 임직원을 우선으로, 또 그 성과의 높낮이에 따라 선별적으로 나누자”는 것이었다.

 

이익이 났다고 다 같이 나누면 오히려 그 이익에 더 많이 공헌한 구성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는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특히 성과급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면 “적당히 일하고 자리만 지켜도, 이익이 나면 성과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우려도 존재한다. 이는 회사의 이익과 성과를 주로 책임지는 인재들의 근로 의욕을 꺾게 되며, 이들은 자신들과 같이 더 많이 기여한 구성원에 더 많이 챙겨주는 회사로 떠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경제학책으로 이익과 보상의 개념을 공부한 이건희 회장의 원칙 덕분에 삼성그룹에는 초과이익공유가 아닌 성과공유가 뿌리내렸다.

 

매년 사업부별로 세운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하면, 그 초과분의 20%를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제공했다. 또 생산성격려금(PI)이라는 명칭이 생겼고, 부장급 이상 직원과 임원들에게 사업부의 성과에 개인 인사 고과까지 반영해 성과급을 차등해 지급했다.

 

물론 삼성은 이런 성과공유제를 회사 내부뿐 아니라, 협력업체로까지 확대했다. 이처럼 누구라도 삼성의 이익에 안겨줬다면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이 회장의 차등적 보상 원칙이 오늘날 글로벌 삼성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열심히 벌고, 뛰는 수밖에”... 선대 회장의 의지 되새겨 봤으면

현재 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의 기준 투명화와 상한제 폐지,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사측이 받아들여 임직원에 배분한다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 1인당 약 6억 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또 영업이익의 15%(약 45조 원)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비인 37조 7000억을 웃돌고, 같은 기간 400만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약 11조 1000억 원보다 4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엄밀히 주식회사의 주인은 경영인도 근로자, 소비자도 아닌 주주인데, 회사의 이익 발생에 주주보다 근로자에 더 많은 성과를 챙겨주는 꼴이 된다.

 

이미 파업에 돌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노조가 1인당 3000만 원 규모의 격려금 지급과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교섭은 결렬됐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최대 30조 원 규모의 손실을 내다보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차질 등으로 인해 1분기 매출의 절반 수준인 64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만약 그렇게 파업을 강행해 회사가 막대한 손실 피해를 입게 된다면, 노조 자신들도 향후 성과급을 달라는 말을 꺼낼 명분조차 희미해질 것이다.

 

물론 회사와 경영진, 주주들은 향후 사업 계획이 꼬이고, 주가는 폭락하는 등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한 성과급을 손에 넣지는 못할지언정 근로계약 내용대로 급여를 따박따박 받을 것이고, 4대 보험과 상여 등의 혜택도 물론 예외는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이 “성과급을 주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건희 회장의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이행하려고 했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DS 부문에 대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전액 지급하고, 업계 1위 탈환 시 영업이익의 13∼14% 수준에 달하는 ‘최고 대우’를 보장하면서, 특별 포상, 자사주 지급, 근로조건 개선, 복리후생 강화 등 실질적으로 모든 임직원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종합 보상 패키지를 제시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도 “현재 회사의 지급 여력과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이해해달라”는 입장이었지만, 노조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기준이 이익의 규모와 향후 예상되는 투자 및 지출 등에 비춰 최대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걸 강조하며 노조 측과 최대한 협의하려 했다.

 

반면 노조 측은 자신들의 요구조건이 지나치다는 사측과 일각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반박할 만한 입장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회사가 역대급 이익을 내서 다들 웃고 즐기며 희망찬 얼굴로 출근길에 나서야 하는 상황임에도 머리에 ‘총파업’이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성과급을 더 달라며 수천 명이 회사 주변에 앉아 투쟁을 일갈했다. 하늘에서 이건희 회장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2011년 3월 10일 이건희 회장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발언 직후, 이 회장은 당시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에 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걱정이다. 절약하고, 열심히 벌고, 뛰는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글로벌 삼성을 이룩한 선대 회장은 아무리 회사가 잘 나가더라도, 국가와 회사에 위기 상황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발언을 했을 것이다.

 

회사의 이익 증가에 기여했으니 보상을 받는 건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지나치고 이기적이라고까지 비판하는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회적 갈등을 더 악화하기에 앞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 아래 더 열심히 벌고, 더 뛰려고 했던 선대 회장의 의지를 좀 더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