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최근 하나금융·하나은행 등 주요 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착수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해당 보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관련 법 위반 행위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언론의 이번 이슈에 대해 ‘탈세 의혹’을 조명한 보도 행태가 세무조사 대상 기업에 내부 혼란은 물론이고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복수의 언론은 <KBS> 발(發) 단독보도를 통해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착수 소식을 기사화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세무조사는 전날인 8일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았다. 은행권은 통상 4~5년 주기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데, 이번 하나금융·하나은행의 경우 예고에 없던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이번에 국세청이 주목하는 부분을 ‘은행에서 거둔 막대한 수익’이라고 단정하며, 과거 하나금융 안팎에서 들려온 성과가 불분명한 경영진에 대한 고액 연봉 지급, 퇴직자 고액 자문료 지원 등의 논란을 지적했다. 또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부당 행위와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약 50억 원의 퇴직 공로금 역시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실의 후속 보도에는 제목과 부제 등에 ‘탈세 의혹’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붙었고, 마치 국세청이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의 탈세 정황을 파악해 이번 조사에 나섰다는 논조가 이어졌다.
주목해 볼 부분은 이번 하나금융·하나은행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소식이 나오기 바로 직전, 다른 회사도 같은 일을 겪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앞서 지난 6일 고려아연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착수 소식이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대대적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조사에 나선 곳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 소속 요원들이 고려아연 본사에 투입돼 회계 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날 고려아연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언론은 최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자금 흐름과 회계 처리의 적정성 여부 등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특정했다.
급기야 11일에는 메리츠증권과 전자부품 제조업체 D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사실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얄궂게도 두 회사의 조사에 나선 곳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 역시 이번 조사 대상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보도에 적시됐다.
“누군가 누설하지 않고서야”... 세무정보 관련 보도에 관련 법 위반 소지는
국세기본법 제81조 13 등 관련 법에 따라, 세무공무원은 수사 또는 조세 징수 등의 목적이 아닌 이상 과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해서는 안 된다.
엄밀히 특정 납세자에 대한 당국의 세무조사 착수 여부와 조사 항목 등도 과세정보 중 하나로, 이를 유출한 공무원은 내부 징계뿐 아니라 국세기본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지난 2월 연예인 차은우 씨에 대한 200억 원대 탈세 의혹의 세무조사 착수 및 관련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한국납세자연맹에서 해당 정보가 세무 당국 내부를 통해 누설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성명불상의 세무공무원과 이를 최초 보도한 기자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및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번 하나금융과 하나은행 등에 대한 일련의 보도에서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정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려 5개 회사에 대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 세무조사 사실이 착수 직후 바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심지어 보도에서는 당국이 어떤 부분에 집중해 조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재됐다.
과연 이번 보도가 온전히 세무조사 착수 직후 피조사자 회사의 구성원을 통해 최초로 알려진 것인지, 아니면 세무공무원이 누설한 것인지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보도에서는 이번 특별 세무조사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금융 구조개혁을 주문한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한 만큼, 정치적 이슈몰이를 위한 의도적 리크(Leak) 역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급히 ‘탈세 의혹’ 딱지 붙인 보도에 곤란해 진 회사·주주
언론의 이번 이슈에 대한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특별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탈세 의혹’을 기사의 제목과 부제 등에 조명하며, 마치 회사 내부의 부정한 일이 실재해 당국의 표적이 됐다는 논조의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대형 시중은행 및 증권사 등의 탈세 의혹에 대한 당국의 세무조사 결과 고발 및 기소까지 이어진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금융·증권 업계가 언제나 국세청은 물론이고 금융당국의 ‘주요(집중) 탈세 모니터링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중 감시를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님에도, 무모하게 의도적인 탈세까지 감행할 금융·증권사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고려아연 측은 이번 특별 세무조사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통상적인 조사’로 보면서, 자사가 지난 2024년 모범 납세자에 선정된 기업인 만큼 조사 결과에 대해 큰 우려를 내비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언론이 이번 이슈에 붙인 ‘탈세 의혹’이라는 문구 등 다소 과장된 반응에 이번 특별 세무조사 대상 중 일부 기업의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며, 회사와 주주들이 엉겁결에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특별 세무조사 착수 다음 날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0.70%나 급락하는 등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또 주식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나금융과 하나은행,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인한 업무 지장과 혹시 모를 각종 제재 등의 우려로 투자자 사이에서도 불안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