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 요즘 2030세대가 더불어민주당과 좌파에 대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돈 뿌리기식 기본소득 포퓰리즘이다.

“이러다가 우리나라 베네수엘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청년들이 의외로 해외에서 더 강하게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스페인에서 만난 한국 교환학생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 친구들은 유럽에 와서 오히려 좌파식 복지 정책과 시장 개입의 부작용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돈 뿌리기 포퓰리즘의 연원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오늘날 좌파 포퓰리즘 정책들의 상당수는 유럽 복지국가 모델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유럽과는 전혀 다른 물적 토대와 사회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를 무분별하게 수입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사실 임대차법 같은 것도 겉으로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을 교란해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꼽히는 임대차법 역시 유럽 좌파식 정책을 한국 현실과 다르게 직수입한 결과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장기간 임대료 인상 제한 정책을 운영해 왔는데, 그 결과 공급 자체가 막혀 버린 곳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세입자들은 여러 이유로 기존 집에서 쫓겨나거나 집주인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새롭게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공급 부족으로 폭등한 가격을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어제 만난 한 학생은 방 5개, 화장실 2개가 있는 집의 방 한 칸을 쓰는데 월세가 750유로라고 했다. 다른 학생은 중심지도 아닌 곳의 작은 스튜디오에 950유로를 내고 있었다.
불과 4년 만에 렌트비가 거의 30% 이상 폭등한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 역시 공급이 막히다 보니 이제 원베드룸은 1,600유로 이하를 찾기 힘들다.
문제는 좌파 정치인들은 이런 현실은 이야기하지 않은 채,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마치 이상향처럼 포장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유럽에서는 이런 복지 철학이 발전했을까?
유럽은 역사적으로 계급 갈등과 전쟁, 기근과 사회 불안이 반복되던 사회였다.
그 과정에서 지배층은 최소한의 생존 안정망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극단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고, 그것이 복지국가 철학의 기반이 되었다.
즉 유럽식 복지 체제는 오랜 귀족 체제와 강력한 조세 시스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축적된 자본, 그리고 사회적 타협 구조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세금을 걷는 기술에도 매우 능숙한 사회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한국에서 물건을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몇만 원짜리 소포 하나를 받으려고 해도 세관에서 전부 검사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예 소포를 안 받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20%가 넘는 높은 소비세 역시 유럽 복지국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유럽은 식민지 시대를 통해 축적된 자본과 오랜 귀족 중심 경제 구조, 패밀리 비즈니스 전통 등이 있었다.
북유럽 역시 이미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면서 대기업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지 오래다.
한국은 식민지도 자원도 없는 나라였다.
오직 대기업과 수출 산업, 그리고 엘리트 테크노크라트들의 경쟁력으로 지금의 위상을 만든 나라다.
그런데 지금 한국 좌파 정치가 대기업 때려잡기로 정치적 동력을 얻고, 국민배당금 같은 반시장적 구호를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 부의 원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세수 역시 줄어든다. 결국 경쟁력 있는 기업과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인재들도 탈한국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도 많은 글로벌 자본과 기업들이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산업 기반이 약해질수록 외부 자본 의존도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좌파 정권은 결국 중국 자본과 같은 외부 자금줄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국가 기간산업과 언론 자본 역시 외부 영향력에 종속될 위험이 생긴다.
세금을 뜯어먹는 전문가들과 정치 권력이 결합하고, 여기에 해외 자본까지 얽히게 되면 결국 경쟁력 있는 인재와 자본은 모두 서방으로 탈출하게 된다.
베네수엘라도 그렇게 무너졌다. 포퓰리즘 속에서 기업가와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국가 경제는 급격히 붕괴했다. 경제가 무너지자 권력은 더욱 강압적으로 변했고, 결국 국가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게 되었다.
오늘 김용범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구상 이후 코스피가 급락했다는 반응 역시 시장의 불안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처럼 보인다.
반기업·반시장 인식을 가진 정부가 유럽식 좌파 정책을 한국에 그대로 들여온다면, 한국은 유럽처럼 버틸 기반조차 없다.
우리에게는 자원이 넘쳐나는 식민지 경제도 없고, 오랜 귀족 통치 체계도 없으며, 국가 기간산업을 지탱하는 패밀리 비즈니스 기반도 약하다.
그런데도 성장의 원천인 기업과 시장을 공격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쇠락뿐이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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