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AI 국민배당’ 논란, 초과세수는 나눠도 되는 돈인가

李 대통령, 김용범 실장 ‘AI 국민배당’ 논란에 “초과이윤 아닌 초과세수” 반박
더 걷힌 세금도 마음대로 못 쓴다… 국가재정법상 사용 순서 엄격
성장 과실 환원 필요해도 재정건전성 인식 분명해야

인싸잇=전혜조 기자|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인공지능(AI) 국민배당금’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초과이윤이 아니라 초과세수 배당 검토”라고 반박하면서 논쟁의 초점이 재정 운용 원칙으로 옮겨붙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 실장의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이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에게 배당하자는 주장’으로 왜곡했다며 “음해성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의 취지는 AI 부문에서 초과이윤이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해 국가에 추가로 들어오는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쟁점은 단순히 ‘초과이윤’이라는 표현이 맞느냐, ‘초과세수’라는 표현이 맞느냐에만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예상보다 세금을 더 걷었다고 해서 그 돈을 곧바로 국민에게 나눠줄 수 있는지, 또 그런 접근이 국가 재정 운용 원칙에 맞는지가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르면, 정부가 1년 동안 거둬들이고 쓰고 난 뒤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의 처리 순서를 규정하고 있다. 초과세수 등으로 발생한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차입금 등 채무 상환 절차를 거친 뒤 남는 금액에 한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과 채무 상환에는 각각 일정 비율 이상을 우선 배정하도록 돼 있다.

 

초과세수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국민에게 나눠줄 수 있는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 걷힌 세금 역시 국가재정법이 정한 우선순위와 국회의 예산 심사를 거쳐야 할 공적 재원이다.

 

정부 입장에서 세수가 예상보다 늘었다는 사실과, 그 돈을 현금성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판단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설명이다.

 

 

물론 초과세수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 대응이나 민생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삼은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국회 심사와 예산 절차를 거치는 방식이지, 정부가 남는 돈을 임의로 배당하듯 나누는 구조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의 핵심은 김 실장의 발언이 ‘초과이윤’이었는지 ‘초과세수’였는지에만 머물 수 없다.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초과이윤이 아니라 초과세수”라고 정정한 대목이 더 큰 질문을 남긴다. 초과이윤을 직접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초과세수라면 나눠도 괜찮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정부의 정치적 성과급이 아니다.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일수록 어디에, 어떤 절차로,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쓸 것인지가 더 엄격하게 설명돼야 한다. 특정 산업의 호황으로 세수가 늘었다고 해도 그것이 매년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일시적 초과세수를 반복적 현금성 지출과 연결할 경우, 재정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로 넘어갈 수 있다.

 

물론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 과실이 특정 기업과 주주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적 환원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청년 창업,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 등 다양한 정책 방향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재원을 ‘초과세수가 생기면 나누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순간,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 공방에 그치지 않는다. AI 시대의 성장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중요한 국가 과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배당’이 아니라 재정 원칙이어야 한다.


초과세수는 정부가 임의로 나눠줄 수 있는 돈이 아니며, 세계잉여금 역시 법이 정한 처리 순서와 국회의 예산 심사를 거쳐야 할 공적 재원이다. 성장의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먼저 법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인식부터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