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韓 군사시설·전투기 수백 회 불법 촬영한 중국인 2명… ‘일반이적죄’ 유죄, 징역형 선고

외국인 첫 ‘일반이적죄’ 적용… 1심서 유죄 인정
수원·오산·청주 등 한미 군사시설과 국제공항 수백 회 무단 촬영
중국산 무전기로 관제사·조종사 통신 감청 시도도 적발
재판부 “대한민국 군사상 이익 침해할 수 있는 이적행위”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국내의 주요 군사시설과 국제공항 일대에서 전투기와 관제시설 등을 무단 촬영하고 관제 통신 감청을 시도한 중국인 미성년자 2명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는 14일 형법상 일반이적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A군에게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을, B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A군은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징역 기간을 단기 1년 6개월에서 장기 2년 사이로 정하는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

A군과 B씨에게 내려진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이번 판결은 외국인에게 형법상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실제 유죄를 인정한 국내 첫 사례다.

특히 한미 군사시설과 국제공항을 반복적으로 방문하고, 관제 통신 감청까지 시도한 정황이 인정된 만큼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 기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범행에 사용된 카메라 등에 대해서도 몰수를 명령했다.


재판부 “군용기 촬영·통신 감청 시도, 이적행위 해당”

재판부는 두 사람이 공모해 관제사와 조종사 사이의 통신을 감청하려 하고, 오산 공군기지 등에서 군용기를 촬영한 행위가 대한민국 군사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챗 대화 내용과 입국 경위, 국내 이동 동선 등을 종합할 때 두 사람 사이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또 촬영된 사진을 통해 확인되는 기체 전개 상황과 기지의 주요 임무 등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의 감청 행위가 A군에게 위탁해 이뤄진 점, A군이 미성년자인 점, 두 사람 모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한미 군사시설 4곳·국제공항 3곳 돌며 촬영... 무전기로 관제 통신 감청 시도까지

A군과 B씨는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국에 여러 차례 입국해 국내 주요 군사시설과 국제공항을 돌며 전투기와 관제시설 등을 수백 차례 촬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이 방문한 곳은 수원 공군기지·평택 오산공군기지·평택 미군기지·청주 공군기지 등 한미 군사시설 4곳과 인천·김포·제주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 3곳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이착륙 중인 군용기와 관제시설 등을 정밀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촬영물 일부는 온라인에 게시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산 무전기를 소지하고 국내에 입국한 뒤 공항과 공군기지 인근에서 관제사와 조종사 사이의 전기통신을 감청하려 한 혐의도 받았다. 다만 주파수 조정에 실패하면서 감청은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당초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입건했다가, 수사 과정에서 일반이적 혐의가 있다고 보고 죄명을 변경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21일 수원 공군기지 인근에서 전투기를 무단 촬영하던 중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검찰 “중대 안보 위협”… 변호인 “항공기 촬영 취미”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군에게 징역 장기 4년·단기 3년, B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의 행위를 두고 군사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특정 조직의 지시나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항공기 사진을 찍는 취미였다는 취지로 선처를 호소했다. 피고인들도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며 위법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촬영 대상과 범행 방식, 통신 감청 시도, 입국 및 이동 동선 등을 고려할 때 단순 취미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