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필리핀에 88식 미사일 수출 검토... 남중국해 긴장 속 방산수출 확대

比 요청 계기로 日 방위성 내부 검토 착수
아부쿠마형 호위함·TC-90 협의 뒤 추가 전력 논의
수출 규제 완화 이후 살상 장비 이전 가능성 주목
중국 해양 활동 확대 속 양국 방위협력 밀착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일본이 필리핀에 호위함과 훈련기 이전을 추진하는 데 이어 88식 지대함 미사일 수출까지 검토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일본·필리핀 방위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필리핀 요청 계기로 88식 지대함 미사일 수출 검토

15일 NHK와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88식 지대함 미사일’을 필리핀에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 측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 5일 필리핀을 방문했을 당시 88식 지대함 미사일 도입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 방위성은 해당 장비의 수출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88식 지대함 미사일은 지상에서 해상의 함정을 공격하는 장비로, 사거리는 100여km에서 백수십km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가 운용해 온 장비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순차적으로 퇴역시키고 신형 미사일로 교체할 방침이다. 이번 검토는 기존에 운용 중인 88식 지대함 미사일 물량을 필리핀에 이전 여부를 따져보는 절차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88식 지대함 미사일 수출 문제와 관련해 “현시점에서 결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 바람직한 안보 환경을 조성한다는 관점에서, 필리핀을 비롯한 안보협력 파트너들이 일본의 방위장비품에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새로 설치된 워킹그룹 아래에서 필리핀과 적극적으로 논의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국의 수요를 충분히 듣고 폭넓게 대응하겠다”며 “일본의 기술과 그동안의 노력이 평가받고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방산수출 규제 완화 뒤 첫 해외 대함미사일 발사 훈련

일본 정부는 지난달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수출 가능 장비가 구조·수송·경계·감시·기뢰 제거 등 이른바 ‘5유형’으로 제한됐지만, 이번 개정으로 해당 틀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살상 능력을 가진 무기의 수출도 원칙적으로 가능해졌다.

88식 지대함 미사일은 지난 6일 필리핀에서 열린 미국·필리핀 주도 연합훈련 ‘발리카탄 2026’에서도 사용됐다. 자위대는 이 훈련에 참가해 88식 지대함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고이즈미 방위상과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도 현장을 참관했다.

자위대가 일본 영토 밖에서 대함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방위장비 이전 논의와 연합훈련 참가가 남중국해 안보 환경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호위함·훈련기 이어 미사일 체계까지 논의

일본과 필리핀 사이에서는 해상자위대의 ‘아부쿠마’형 호위함과 TC-90 훈련기 등 중고 방위장비 이전도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필리핀과 호위함 조기 이전을 위한 워킹그룹을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며, 양국은 이 틀 안에서 장비 이전뿐 아니라 교육훈련, 유지정비, 운용 연계, 정보공유 등 후속 협력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해경선과 필리핀 선박 간 충돌, 물대포 사용, 해상 차단 논란 등이 반복되면서 필리핀은 미국, 일본, 호주 등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중국의 해양 진출을 자국 안보와 연결된 문제로 보고 있으며, 필리핀을 해상교통로와 대만 주변 해역, 남중국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움직임에 대해 우방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추진해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억제력과 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수출까지는 일본 정부 내부 검토와 필리핀 측의 도입 판단, 장비 상태, 운용 교육, 유지정비 체계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이번 검토로 일본의 방위장비 이전 논의는 해상자위대의 아부쿠마형 호위함과 TC-90 훈련기 등 플랫폼 중심에서 88식 지대함 미사일 같은 무기체계로 확대됐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과 필리핀의 방위협력도 장비 이전과 연합훈련, 정보공유를 중심으로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