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 많은 이들이 한동훈이 무소속으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정치적 동력을 잃을 것이라 예상했다. 부산 북구에서 전재수 조직세가 강하고, 박민식이라는 기존 보수 진영 인물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동훈은 예상보다 훨씬 강한 생존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분명 한동훈은 30% 안팎, 박민식 전 장관은 20% 내외에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정치권과 평론가들이 여전히 과거의 지역주의·조직정치 프레임으로 한동훈 현상을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변수는 지역 조직보다도 팬덤과 미디어 환경이었다.
특히 한동훈은 강한 팬덤 정치의 에너지를 갖고 있고, 레거시 미디어 역시 그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정치 지형의 변화가 반영돼 있다.
과거 공중파와 조중동 중심의 레거시 미디어는 팬덤 정치와 뉴미디어 정치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김어준식 정치 유튜브나 강성 지지층 정치에 대해 “선동적이고 비제도적”이라는 시선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레거시 미디어 역시 더 이상 독자적으로 스타 정치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이미 대중성과 화제성을 확보한 인물을 증폭·소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윤석열 역시 조국 사태를 거치며 뉴미디어 기반에서 급부상했고, 레거시는 이후 그 흐름을 확대 재생산했다.
한동훈 또한 그런 흐름 속에서 성장한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한동훈은 조중동이 키웠다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견 속에서 등장한 낙하산 정치인이 팬덤 정치·레거시 미디어·뉴미디어 시대와 결합하며 새로운 변종 정치 상품이 된 것에 가깝다.
레거시와 팬덤 사이의 한동훈
흥미로운 점은, 원래 팬덤 정치를 가장 혐오하고 비판하던 레거시 미디어가 지금은 가장 팬덤 친화적인 정치인인 한동훈과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공중파·조중동 중심의 레거시는 김어준식 정치 유튜브와 강성 지지층 정치를 향해 “선동적”, “비이성적”, “천박한 팬덤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들은 늘 자신들을 이성과 품격, 제도권 상식의 수호자인 것처럼 포지셔닝했다.
하지만 정작 지금 레거시가 가장 열광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결국 가장 강한 팬덤과 화제성을 가진 정치인이다.
즉 레거시는 겉으로는 팬덤 정치를 경멸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누구보다 “팔리는 팬덤”이 되고 싶어 하는 모순된 욕망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레거시가 더 이상 스스로 대중적 스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 정치인을 검증하고,
* 권위를 부여하고,
* 제도권 리더를 육성하는 역할을 자임했지만,
지금은 이미 뉴미디어와 팬덤 속에서 뜬 인물을 뒤늦게 포장하고 증폭하는 역할에 가까워졌다.
윤석열이 그랬고, 한동훈 역시 비슷하다.
결국 레거시는 스스로는 “우리는 점잖고 품격 있는 제도권”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조회수와 화제성, 팬덤 동원력 앞에서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 더 역설적이다.
겉으로는 장외 팬덤 정치를 혐오하고 “극단주의”, “아스팔트 정치”라고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 가장 상업적이고 소비 가능한 팬덤 정치인에게 몰려간다.
한동훈 현상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레거시 자체의 불안과 조급함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즉 레거시는 더 이상 대중 위에 군림하는 권위가 아니라, 팬덤 시장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또 하나의 플레이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동훈 입장에서도 억울한 부분은 있다.
그는 뉴미디어 강성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공격받고 있으며, 자신 역시 기존 보수 주류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해왔다.
다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충돌성이 한동훈 정치의 상품성과 화제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한동훈 정치의 가장 강력한 생존력이다.
현재 레거시 진영 입장에서 한동훈을 대체할 만한 “팬덤형 보수 상품”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훈이 커질수록 장동혁도 커지는 구조
아이러니한 점은, 한동훈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오히려 장동혁의 정치적 가치 역시 함께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절윤 파동 이후 장동혁의 지지율은 10%대가 무너지며 급락했지만, 최근 일부 보수 진영 여론조사에서는 다시 10% 후반대까지 회복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즉 장동혁은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인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은 강한 팬덤·레거시·화제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보수 주류 지지층 내부의 강한 반감 역시 자극한다.
그 결과 장동혁은 자연스럽게 “윤어게인 및 전통 보수 지지층의 제도권 플랫폼” 같은 위치를 점점 차지하게 된다.
특히 최근 장동혁은 스레드·X 등 뉴미디어 공간에서 예상 외의 반응을 얻고 있다.
기존 원내 정치인들과 달리 비교적 자연스럽게 유머와 풍자를 활용하며 젊은 보수층과 접점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1969년생 주류 정치인으로서는 상당히 빠르게 뉴미디어 문법을 체득하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장동혁에게 진짜 중요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지금까지의 장동혁은 어디까지나 “원내 질서를 관리하는 정치인”, “반한 정서를 대변하는 플랫폼”, “윤어게인 에너지의 제도권 통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짜 외연 확장은 장동혁이 단순한 원내형 관리 정치인을 넘어, 대중적 매력과 팬덤을 가진 정치인으로 진화할 때 가능해진다.
즉 장동혁이:
* 2030과 감각적으로 소통하고,
* 뉴미디어에서 의제를 선점하며,
* 레거시가 무시할 수 없는 화제성과 팬덤을 구축하고,
* 장외 보수와 원내 보수를 동시에 연결하는 상징이 될 때,
그때 비로소 보수는 “한동훈 팬덤 vs 반한 연합” 수준을 넘어 새로운 재편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최근 스레드·X 활동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초기 신호에 가깝다.
물론 아직 극복해야 할 한계도 분명하다. 장동혁은 기본적으로 원내형·관리형 정치인에 가깝다.
대중 정치인 특유의 폭발력이나 압도적 팬덤 에너지는 아직 부족하다. 또 지나치게 신중하고 원내 분위기를 의식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 그는 실거주 목적의 지방 아파트 여러 채를 모두 처분하면서까지 논란을 차단하려 했다.
2030 보수 지지층 일부에서는 “불법도 아닌데 왜 굳이 레거시 눈치를 보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것 역시 장동혁 정치의 특징이다.
강성 팬덤 정치보다는 원내 질서와 제도권 시선을 우선 고려하는 정치 스타일인 셈이다.
장외 보수 세력의 고민
현재 보수 장외 세력 내부에는 오랜 고민이 존재한다. “10년 넘게 거리에서 싸웠지만 실제 권력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 문제의식이다.
결국 정치에서 공천권·당권·원내 플랫폼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장외 세력 역시 제도권 정치와의 연결 통로를 필요로 한다.
장동혁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장외 강성 지지층과 일정 부분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동시에 실제 당권과 원내 플랫폼을 가진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동훈은 팬덤 에너지와 대중성은 강하지만, 원내 기반과 조직 장악력에서는 아직 불안정성이 존재한다.
조국과 다른 한동훈의 생존 방식
흥미로운 비교 지점은 조국이다. 조국 역시 강력한 팬덤과 미디어 화제성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진입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의제 생산력이 약화되고 존재감 역시 과거보다 희석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청래처럼 이재명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정치인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즉 조국이 과거에는 “이재명을 견제할 수 있는 외곽 팬덤 정치인” 이미지가 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 내부 강성 친명 정치인들이 직접 그 역할과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동훈은 다르다.
한동훈은 여전히:
* 친윤과의 갈등,
* 레거시와의 결합,
* 반한 감정,
* 팬덤 정치,
* 뉴미디어 충돌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즉 갈등 자체가 그의 정치적 연료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 역시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라, 보수 진영 내부의 미래 권력 구조를 둘러싼 전초전에 가깝다.
보수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결국 앞으로 보수 진영은:
* 팬덤 기반 대중 정치의 한동훈
* 원내 플랫폼 기반 관리 정치의 장동혁
이라는 두 축이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강화시키는 ‘적대적 공생 관계’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갈등은 단순한 개인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가 앞으로:
* 레거시 중심 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 뉴미디어 팬덤 정당으로 이동할 것인지,
* 혹은 둘을 절충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인지
를 둘러싼 노선 경쟁에 더 가까워 보인다.
어쩌면 지금 보수 진영은 단순히 “누가 당대표가 될 것인가”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가 보수의 새로운 정치 문법을 정의할 것인가”를 놓고 싸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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