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메타, AI 전환 명목으로 직원 8000명 해고... “성과 문제 아닌 구조 개편”

1분기 역대 최고 매출에도 감원
내부서 직원 데이터 AI 학습 활용 반대 청원 1000명 서명... 사무실 벽에 전단까지
저커버그 “AI는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기술”... 하반기 추가 감원도 예고

인싸잇=이다현 기자 | 메타가 20일(현지시각) 전 세계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8000명을 해고했다. 회사 측은 실적 부진이나 성과 문제가 아닌 AI 중심 조직 전환을 이유로 들었다. 1분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직후 단행된 감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구조조정은 IT 업계의 감원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달 전 예고, 오전 4시 이메일로 통보... 2022~2023년 이후 최대 규모

 

이번 감원은 2022~2023년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효율성의 해(Year of Efficiency)' 캠페인으로 약 2만 1000명 감축한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에만 1월 리얼리티 랩스 10% 감축·VR 게임 스튜디오 폐쇄, 지난 3월 5개 부문 700명 추가 감원에 이어 세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메타 측은 하반기에도 추가 감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예고한 상태다. 

 

해고 직원들에게는 16주 기본급에 근속연수 1년당 2주치 급여가 추가 지급되는 위로금 패키지가 제공됐다. 미국인 직원에게는 18개월치 건강보험도 포함됐다.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직원도 포함됐다는 사실이 내부에서 충격을 줬다. 한 직원에게는 잔류를 조건으로 약 50만 달러(약 7억 원) 상당의 추가 주식이 제안됐으나 일부는 이를 거부하고 회사를 떠났다.

 

“실적 나빠서가 아닌 AI 중심 구조 전환”... 1분기 매출 563억 달러 역대 최고

 

이번 구조조정의 특이한 점은 회사 실적과의 괴리다. 메타는 지난달 1분기 매출 563억 1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더넥스트웹(TNW)은 “이번 구조조정은 성과 미달자를 솎아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적 변화”라고 분석했다.

 

7000명은 AI 부서로 ‘드래프트’... 관리자 1명당 직원 50명

 

해고와 동시에 7000명은 두 개의 신규 AI 부서로 재배치됐다.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마헤르 사바가 이끄는 ‘응용 AI 엔지니어링(Applied AI and Engineering)'과 ‘에이전트 전환 가속화(Agent Transformation Accelerator)' 팀이다.

 

두 팀은 기존 인간 직원이 수행하던 코딩, 리서치, 분석, 내부 운영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부서들은 관리자 1명당 약 50명의 직원이 배치되는 수평적 구조로 운영된다. 사내에서는 이 재배치를 스포츠 선수 선발에 빗대 ‘드래프트(Draft)’라고 부르고 있다. 

 

이 부서에 배치된 직원은 이번 해고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참여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메시지가 관리자들에게 전달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메타는 AI 최고책임자(CAO)로 스케일AI CEO 출신 알렉산드르 왕을 2025년 6월 영입하면서 이 조직 재편을 주도하도록 했다. 메타는 왕의 영입을 위해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 달러(약 19조 원)에 인수했다.

 

직원들 사무실 벽에 전단 붙이고, 청원 1000명 서명... “내 자리 대체할 AI 만들라는 것”

 

내부 반발도 거세다. 1000명 이상의 직원이 메타의 ‘직원 데이터 AI 학습 활용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내부 청원에 서명했다. 회사가 직원들의 업부 클릭·활동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직원은 사무실 벽과 창문에 청원을 촉구하는 전단을 붙였다.

 

앤드루 보스워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주 직원 질의응답 세션에서 “엄청나게 많은 직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솔직히 다 안 좋은 상황이다. 미화하려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성공은 주어지는 게 아니다. AI는 우리 세대에 가장 중요한 기술이며 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다음 세대를 정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해고가 올해 마지막 전사 감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으나, 하반기 추가 감원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AI 인프라에 연간 1250억~1450억 달러 투입... 오하이오에 1기가와트 AI 슈퍼클러스터

 

이번 감원의 배경에는 전례 없는 수준의 AI 인프라 투자가 있다. 메타는 2026년 자본 지출 가이던스를 1250억~1450억 달러로 제시했다.

 

2025년 지출(722억 달러)의 두 배, 2024년(392억 달러)의 약 네 배에 달한다. 단일 분기에 클라우드·인프라 계약으로만 1070억 달러의 신규 약정을 체결했다.

 

주요 투자 프로젝트로는 올해 가동 예정인 오하이오주 1기가와트(GW) 규모의 AI 슈퍼클러스터 ‘프로메테우스’, 루이지애나주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위한 네비우스(Nebius)와의 270억 달러 합작, 라마(Llama) 모델 생태계 구동을 위한 엔비디아 GPU 대규모 구매 등이 포함된다.

 

“AI 때문” 감원은 메타만이 아니다... 금융·공공까지 확산

 

메타의 이번 구조조정은 2026년 글로벌 AI발 감원 물결의 일부다. 올해 들어 140개 이상의 기술 기업이 11만 1000명 이상을 감원했으며 상당수가 AI 효율화를 이유로 들었다. 같은 날 회계·세무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도 전체 인력의 17%를 감원하고 일부 사무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1월에는 아마존이 1만 6000명을 감원했고, 시스코도 지난주 AI 전환을 이유로 4000명 감축을 발표했다.

 

감원 물결은 기술 업계를 넘어 금융권과 공공부문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19일 홍콩 투자자 행사에서 2030년까지 지원 부서 인력을 15% 이상, 약 7000~7800명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빌 윈터스 CEO는 “비용 절감이 아니다. 일부 저부가가치 인력을 금융·투자 자본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발언이 맥락에서 벗어났다고 수습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같은 날 2025년 12억 달러의 AI·자동화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주요 글로벌 은행이 AI 감원에 구체적인 인원수와 시한을 공개적으로 못 박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19일 2029년 중반까지 공공부문 인력의 약 14%에 해당하는 87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니콜라 윌리스 재무장관은 정부 기관들이 “AI를 두려워하고, 클라우드 전환이 느리며, 복잡하고 파편화된 IT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AI·자동화 기술 도입을 기본 의무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2026~2029년 약 24억 뉴질랜드 달러(약 1조 9800억 원)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인·교사·의사는 감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AI를 감원 명분으로 삼는 기업들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도이체 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초 “AI 감원 세탁(AI redundancy washing)이 2026년의 주요 특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도 “감원을 단행하는 거의 모든 기업이 이유를 AI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실제 원인이 AI인지 다른 요인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