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시진핑·푸틴 회담 좋은 일”… 臺 총통 통화 카드로 中 압박

시진핑·푸틴 회동에 “둘 다와 잘 지내”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통화 가능성 언급
라이 총통 “대만 미래는 2300만 국민이 결정”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을 “좋은 일”이라고 평가한 가운데,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대만 총통과의 통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취재진 문답과 해안경비대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 대해 “좋은 일이라고 본다”며 “나는 둘 다와 잘 지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계획을 자신에게 얘기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푸틴 대통령 환영 행사가 자신의 방중 당시 환영 행사만큼 좋았는지는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후 중국을 찾았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을 초청해 중·러 협력을 과시했고,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을 향해 견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러 회동 자체에는 공개적으로 불편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대만 문제와 반도체 문제를 잇달아 언급하면서 중국과 대만을 둘러싼 미국의 협상 공간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라이칭더와 얘기할 것”… 美·臺 정상 통화 현실화 땐 中 반발 전망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과 관련해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통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와 얘기할 것”이라며 “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측과 대화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로 나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통화하겠다. 나는 모든 사람과 통화한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지금 대만을 통치하고 있는 사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하며, 일주일 사이 라이 총통과 대화할 의사를 두 차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아주 좋은 회담을 했다고 덧붙였으나, 라이 총통과의 구체적인 통화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과 대만 현직 정상 간 직접 통화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의 공식 외교관계를 종료한 뒤 현직 미국 대통령과 현직 대만 총통 간 직접 대화를 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2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통화한 바 있으며, 당시 중국 정부는 미국에 엄중히 항의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발언은 시 주석을 향한 불만 표명 또는 압박 카드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협상 카드로 언급하면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웠다.

 

 

라이칭더 “대만 미래는 2300만 국민이 결정”… 中 강력 반발

 

같은 날 라이칭더 총통은 취임 2주년 연설에서 중국의 대만 통일전선 전략을 강하게 비판했다. 라이 총통은 20일 총통부에서 열린 연설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외부 세력이 현상을 변경하는 것을 막는 것이 대만의 국가 전략 목표”라며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이지 안정을 파괴하는 측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등과 존엄의 원칙 아래 중국과 건강하고 질서 있는 교류를 원하지만 ‘평화로 포장된 통일’ 방식의 통일전선 공작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의 미래는 외부 세력이 결정할 수 없으며 2300만 국민이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은 대만해협 현 상황의 최대 파괴자이고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최대 혼란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라이 총통의 연설을 두고 “거짓말과 기만, 적대감과 대립으로 가득 차 있다”며 “외세에 의존한 독립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 총통이 중국의 통일전선 전략을 비판하며 대만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한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새 두 번째로 라이 총통과의 통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이 라이 총통의 연설에 강하게 반발한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만 측 메시지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됐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대만해협과 첨단산업, 중동 안보를 둘러싼 미중 간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만 무기 수출 문제와 미·대만 정상 간 통화 가능성이 중국의 대만 대응 기조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