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 |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반발 정서가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대학 졸업식 연설자에 대한 집단 야유부터 데이터센터 승인 의원 총격,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자택 화염병 투척까지 산발적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는 AI 호감도가 이민단속국(ICE)보다도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구글 전 CEO 야유, NBC 조사에서 AI 호감도 이란보다만 높아
지난 16일(현지시각)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애리조나대 졸업식 연설에서 “AI가 모든 직업과 모든 교실과 모든 병원과 모든 사람과 모든 관계를 터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가 학생들의 집단 야유를 받았다.
NBC뉴스가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 “AI의 위험이 혜택보다 크다”고 답했으며, 34%만이 반대 의견이었다. AI 호감도는 트럼프 대통령, ICE, 공화당·민주당보다도 낮았고, 오직 이란보다만 높았다.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조사에서는 미국인 70% 이상이 AI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 77%, 공화당 지지자 68%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응답했다.
갤럽이 3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는 응답자 70%가 지역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으며, 이 중 48%는 ‘강하게 반대’했다.
스탠퍼드대·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공동 여론조사를 주도한 그레고리 페런스타인은 WSJ에 “이렇게 빠르게 (부정적 정서가) 강화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의원 총격·CEO 자택 화염병... 산발적 폭력으로 번져
분노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시의원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승인한 직후 의원실 정문에 총격 13발이 가해졌다.
론 깁슨 시의원은 현관 매트 아래에서 “데이터센터 반대”라는 쪽지를 발견했다고 WSJ에 밝혔다. 이틀 뒤에는 같은 맥락의 협박 쪽지가 추가로 발견됐다. 깁슨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4월에는 20세 텍사스 남성이 샘 올트먼 오픈AI CEO 자택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 협박을 가한 혐의로 연방 기소됐다.
1분기 데이터센터 취소 역대 최다 20곳... 156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도 차단·지연
물리적 반발과 별개로 지역 공동체의 제도적 저항도 성과를 내고 있다. 데이터센터 동향 추적 단체 데이터센터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주민 반대로 차단되거나 지연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최소 48곳, 약 156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기후 전문 데이터 업체 히트맵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20곳이 지역 반발로 취소됐는데,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페이스북 그룹 회원 수는 약 36만 명으로, 지난해 12월의 네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미주리주 페스투스 시에서는 시의회가 6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승인한 지 일주일 만에 찬성표를 던진 시의원 4명 전원이 낙선했다.
현재 메인주에서 애리조나주까지 수십 개 지역 공동체가 신규 데이터센터 금지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공화당 의원들도 반발에 동참했다.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내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한 1년 모라토리엄을 제안했고, 텍사스 농무장관 시드 밀러는 전력망 부담과 농업 피해를 이유로 텍사스주 내 초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개발 금지를 촉구했다.
AI 불안감이 선거에서 가장 빠르게 부상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여론조사 업체 블루로즈리서치가 집계했다.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WSJ에 “사람들은 포위당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민 반발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투자은행 제프리스도 고객에게 “데이터센터 좌초가 AI 투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 미디어 탓”이라는 빅테크... 업계는 중간선거에 최소 1억 5000만 달러 투입
업계는 반발의 원인을 외부 귀인하고 있다. 크리스 레한 오픈AI 최고글로벌책임자는 WSJ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퍼뜨리는 비관론자들과 소셜미디어 회사에 대한 남은 분노, 부정적 언론 보도가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AI 인프라 컨설팅 업체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 CEO는 팟캐스트에서 “사람들은 AI를 싫어한다. AI는 정치인보다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반발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중간선거에 수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연방 선거 지출만 2025년 8300만 달러에 달했고, 주 단위 지출까지 합산하면 약 1억 5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데이터센터는 홍보(PR)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AI 인프라 업체 관계자들은 워싱턴에서 최근 열린 데이터센터 컨퍼런스에서 자신들의 반대자를 “동굴 사람들(cave people)”이라고 지칭했다.
인디애나폴리스 데이터센터 개발사 CEO 에르네스트 포페스쿠는 같은 자리에서 “우리가 말하는 것과 밖에서 일어나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다. 그게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1
2
3
4
5
6
